"광주의 작은 촛불이 밝힌 기적, 태국 소녀 ‘희망’을 안고 날다"

2025-11-16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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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의 작은 촛불이 밝힌 기적, 태국 소녀 ‘희망’을 안고 날다"

[위키트리 광주전남취재본부 노해섭 기자] 의식불명 상태로 타국에 홀로 남겨졌던 한 태국 유학생을 고향으로 돌려보내기 위한 전남대학교 학생들의 간절한 노력이, 국경과 언어의 벽을 넘어 거대한 기적을 만들어냈다. 배우 이영애의 따뜻한 손길과 수많은 시민의 응원이 더해져, 꺼져가던 작은 생명의 불씨가 마침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는 희망의 길을 열었다.

(오른쪽부터)대표 이보람(전남대 법학전문대학원 2학년), 이현지(전남대 미디어학과 4학년), 조정호(응급구조사), 김우현(응급구조사), 지부장 이동규(전남대 사회학과 3학년)와 김민준(전남대 컴퓨터공학과 2학년)
(오른쪽부터)대표 이보람(전남대 법학전문대학원 2학년), 이현지(전남대 미디어학과 4학년), 조정호(응급구조사), 김우현(응급구조사), 지부장 이동규(전남대 사회학과 3학년)와 김민준(전남대 컴퓨터공학과 2학년)

####꿈을 잃은 이방인, 절망의 나날

전남대에서 한국어의 꿈을 키우던 태국 유학생 시리냐 씨. 그녀의 꿈은 지난 7월, 갑작스러운 뇌출혈로 산산조각 났다. 의식불명 상태로 수개월간 이어진 병원 생활, 그리고 “회복이 어렵다”는 의료진의 청천벽력 같은 소견. 딸을 고향으로 데려가고 싶다는 어머니의 애끓는 소망 앞에는 수천만 원에 달하는 미납 치료비와 이송 비용이라는 거대한 벽이 가로막고 있었다.

####“우리가 그녀의 가족이 되자”

이 안타까운 사연은 같은 캠퍼스에서 공부하던 학생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전남대 봉사동아리 ‘리듬오브호프’ 학생들은 ‘우리가 그녀의 가족이 되어주자’며 발 벗고 나섰다. 서툰 솜씨로 카드뉴스와 영상을 만들어 SNS에 올리고, 교내 곳곳에 포스터를 붙이며 도움을 호소했다. 이들의 진심은 온라인을 타고 전국으로 퍼져나갔고, 900만 원이라는 소중한 성금이 모였다.

####배우 이영애, 희망에 날개를 달다

학생들의 순수한 열정은 또 다른 기적을 낳았다. 우연히 이 사연을 접한 배우 이영애 씨가 “학생들의 아름다운 마음에 힘을 보태고 싶다”며 1,000만 원을 쾌척한 것이다. 그녀의 따뜻한 마음은 모금 활동에 날개를 달아주었고, 태국 대사관과 여러 봉사단체의 연쇄적인 도움을 이끌어내는 나비효과를 일으켰다.

####9천만 원의 벽, 1900만 원의 기적으로 넘다

처음 9천만 원에 달했던 천문학적인 이송 비용은 수많은 이들의 ‘연대’ 속에서 기적처럼 줄어들었다. 고가의 전용기 대신 일반 항공기 좌석을 개조하는 묘안이 나왔고, 여러 단체가 비용을 분담하며 마침내 학생들이 모은 1,900만 원으로 귀국길에 오를 수 있게 되었다. 지난 15일, 시리냐 씨는 수많은 이들의 배웅 속에서 마침내 그토록 그리던 고향 하늘로 향했다. 동아리 대표 이보람 학생은 “오늘 그녀의 눈꺼풀이 미세하게 움직이는 것을 봤다. 어머니의 목소리를 듣고 꼭 깨어나길 바란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home 노해섭 기자 nogary@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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