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답이 없다”…수능 국어 17번 두고 포항공대 교수 주장
2025-11-19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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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고 a가 C면, b도 C' 논증 적용 못 해”
2026학년도 수능 국어 17번에 정답이 없다는 대학 교수의 주장이 나왔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19일 이충형 포항공대 철학과 교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게시판에 글을 올려 해당 문항을 직접 풀어본 결과 제시된 선택지 가운데 정답이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평가원이 공개한 정답 3번이 지문 해석과 논증 구조를 고려했을 때 성립할 수 없다는 판단을 제시했다.

17번 문항은 독일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의 인격 동일성에 관한 개념을 바탕으로 구성됐다. 지문은 의식을 스캔해 프로그램으로 재현한 경우 원래의 자신과 복제된 의식이 동일한 인격인지 판단하는 ‘갑’의 주장을 제시하고 이를 이해한 뒤 가장 적절한 반응을 고르라고 요구한다. 지문 도입부에는 칸트 이전 유력 견해가 ‘생각하는 나’인 영혼이 단일한 주관으로서 지속하는 것이라는 설명이 나온다.
이 교수는 이 설명을 기준으로 했을 때 스캔으로 재현된 의식은 단일한 주관 요건을 충족하지 않으므로 “생각하는 나의 지속만으로 동일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갑의 주장이 옳다고 해석했다. 따라서 갑의 입장이 옳지 않다고 보는 3번 선택지는 정답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문제를 ‘a=b이고 a가 C면 b도 C다’의 논증으로 단순화해 풀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적용할 수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또한 “갑이 언급하는 ‘생각하는 나’와 지문에서 나오는 ‘영혼’은 단일 개념이 아니며 둘을 연결하는 표현은 지문과 보기 어디에도 나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출제자가 논증을 지나치게 단순하게 본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도 내놨다. 지속성 개념 자체가 고등학생 수준에서 이해하기 어렵고 자신 역시 지문을 이해하는 데만 20분이 걸렸다고 밝히며 난이도 문제도 함께 언급했다.
이 교수는 수능 17번과 개념적으로 연관되는 ‘수적 동일성’을 다룬 수정란·초기 배아 지위 논문으로 ‘철학자 연감(The Philosopher’s Annual)’의 2022년 세계 10대 철학 논문에 선정된 바 있다.
논리와 독해 분야에서 활동하는 이해황 강사도 이 교수의 설명을 이메일로 받아 검토한 뒤 동일한 문제점을 확인했다며 같은 견해를 담은 영상을 유튜브에 공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