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별미 해산물' 90%가 폐사... 전례 없는 사태 벌어진 일본

2025-11-21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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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재해와 같은 상황"

일본의 굴 양식장. / 'MBSNEWS' 유튜브
일본의 굴 양식장. / 'MBSNEWS' 유튜브

일본 최대 굴 양식지인 세토내해에서 양식 굴이 대량으로 폐사하는 전례 없는 사태가 발생했다. 90% 가까이가 폐사하는 초유의 피해 규모에 일본 수산업계가 충격에 빠졌다.

21일 아사히신문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일본 양식 굴 생산의 80%를 차지하는 세토내해에서 굴이 대량으로 폐사했다. 세토내해는 히로시마현, 오카야마현, 효고현 등이 접한 일본 최대 굴 생산지다.

폐사율은 80~90%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국적으로 생산량이 가장 많은 히로시마현에서는 폐사율이 90%에 이르렀다.

유자키 히데히코 히로시마현 지사는 19일 양식장을 둘러본 뒤 기자들에게 "마치 재해와 같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폐사한 굴. / '히로시마 뉴스' 유튜브
폐사한 굴. / '히로시마 뉴스' 유튜브

히로시마현에서 100년 가까이 굴 양식을 해온 야마네수산의 야마네 슈지 대표는 "올해는 90%가 죽었다"며 "장사가 될지 안 될지 모를 정도로 죽었기 때문에 심각한 재해 수준"이라고 말했다.

히가시히로시마시에서 굴 양식업을 하는 시마무라수산의 시마무라 히로시 사장은 "10개 중 9개 굴이 죽었다고 보면 된다"며 "이 일을 20년 이상 하고 있는데 이렇게 심한 적은 없었다"고 전했다.

구레시 오토마치에서 양식업을 하는 한 생산자도 "수십 년 동안 이런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양식업자들은 크기가 작아 예년보다 수확을 늦췄는데 막상 보니 폐사한 상태였다고 한다. 이변을 감지한 시기는 9월 중순경이었다. 히로시마현은 대량 폐사가 9월 하순부터 지난달 상순 사이에 발생한 것으로 파악했다.

히로시마현이 생산자들로부터 청취한 결과 피해는 현 전역으로 확대됐다. 사카초의 일부 어장에서는 전멸에 가까운 피해가 보고됐다. 히로시마시에서는 "9월에 10%였던 폐사율이 지난달 50%로 증가했다"는 증언이 나왔고, 후쿠야마시에서는 "9월 하순부터 폐사가 증가해 지난달 중순부터 더욱 늘었다"는 의견이 접수됐다. 히가시히로시마시에서는 "내년 출하 예정인 굴도 많이 폐사했다"는 정보도 있었다.

히로시마현 수산해양기술센터는 대량 폐사의 원인을 추정했다. 현 내 9월의 해수 온도가 평년보다 표층에서 평균 2.4도 높았다. 이 때문에 현 중부와 동부 해역이 고수온과 고염분 환경이 됐고, 굴이 산란 후 폐사하는 수준이 됐다는 것이다.

센터 담당자는 "굴은 원래 강 하구의 염분이 낮은 곳에서 자란다. 고온과 고염분이라는 두 가지 부담이 겹쳐 생리적 이상을 일으킨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강수량이 적어 염분 농도도 높게 유지됐다고 덧붙였다.

한 생산자는 "해수 온도가 너무 높았던 영향으로 바다 속 플랑크톤이 급격히 늘었다 줄었다 하면서 그것을 먹이로 하는 굴이 소화불량을 일으킨 것 같다"고 설명했다.

피해는 세토내해 전체로 확산됐다. 효고현 하리마나다에서는 예년 20~50%였던 것이 올해는 최대 80%가 폐사했다. 효고현 아코시 어협 관계자는 "폐사는 50%를 넘을 것 같다. 예년 폐사는 20%가 안 되는 정도인데 상황은 나쁘다"고 우려했다.

오카야마현 히나세초에서는 현의 사전 검사에서 40~50% 폐사가 확인됐다.

히로시마현이 농림수산성의 2023년 통계조사를 기초로 추계한 데이터에 따르면 47개 도도부현 가운데 양식 굴 생산량은 히로시마현이 연간 1만6129톤으로 1위, 오카야마현이 2568톤으로 2위, 효고현이 2102톤으로 3위다. 3개 현이 전국 생산량의 81%를 차지하고 있다.

일본 정부도 대응에 나섰다. 스즈키 농림수산대신은 히가시히로시마시나 구레시에서 60~90%가 폐사했다는 보고 사례가 있으며 수확 전인 오카야마현이나 효고현 등에서도 일부 피해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지난 19일 히로시마현 현장을 시찰한 스즈키 노리카즈 농림수산상은 피해의 전체 규모를 파악하고 대응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소비자 측에도 영향이 미치고 있다. 히로시마시 내 수산 가공회사에서는 매입 가격이 20~30% 상승했다. 입하량은 예년의 절반 정도고 연말로 갈수록 소매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높다.

구레시에서는 고향납세 답례품 제공을 일시 중단했다. 야마네수산의 경우 "이대로라면 매출은 좋아야 예년의 20~30%가 될 것"이라며 사업자들에게는 생존이 걸린 문제가 됐다고 전했다.

온라인 산지직송 사이트 타베초쿠는 피해를 입은 생산자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생산자들 사이에선 "2025년 10월 출하 예정이던 생굴의 약 50%가 생육 불량 또는 폐사한 상태", "본래 출하해야 할 생굴의 약 80%가 폐사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한 생산자는 "최근 5년도 생육 불량이나 폐사가 많아 힘든 상황이었지만 올해는 특히 심해 생존이 걸린 문제가 됐다"고 밝혔다. 또 다른 생산자는 "올 시즌 출하 분과 내년 시즌 출하 예정 분의 굴이 폐사했다"며 "연내 매출의 70% 이상 감소할 전망"이라고 전했다.

온라인에서는 "동일본대지진 때 세토내해의 지원으로 산리쿠의 굴 양식이 부활했다. 이번에는 산리쿠가 세토내해를 도울 차례"라는 게시물이 주목을 받았다. 산지직송 사이트 등에서는 생산자에 대한 응원 티켓 판매, 소량이라도 출하할 수 있는 굴에 추가 지원금을 제공하는 등 민간 지원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굴 폐사 소식을 전하는 일본 매체의 뉴스. / 'MBSNEWS' 유튜브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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