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킥보드 사고' 때 가해자는 물론 피해자도 골치 아픈 결정적 이유

2025-11-23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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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사고였다면 보험 처리로 끝났을 일이...

전동킥보드 / 뉴스1
전동킥보드 / 뉴스1

"자동차 사고였다면 보험 처리로 끝났을 일이다." 전동킥보드를 타고 가다 보행자를 가볍게 충돌하는 사고를 냈을 뿐인데 운전자가 형사 입건 위기에 놓였다. 보험 가입 의무도, 종합보험 상품도 없는 전동킥보드 운전자들이 보험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7일 서울 용산구 한강로2가에서 전동킥보드를 타던 30대 남성 A씨가 50대 보행자와 충돌했다. 보행자는 머리에 가벼운 부상을 입어 병원으로 이송됐다.

사고는 차도·인도 구분이 없는 이면도로에서 일어났다. 음주운전, 신호위반, 무면허 등 중과실은 없었다. 자동차였다면 보험 처리로 끝날 수 있는 사고다. 하지만 킥보드를 탄 A씨는 2주 이내에 원만한 합의를 보지 못하면 형사 입건된다.

전동킥보드 / 뉴스1
전동킥보드 / 뉴스1

이런 차이는 종합보험 때문이다. 자동차보험은 의무보험과 종합보험으로 나뉘는데, 종합보험은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공소권 없음' 특례가 적용돼 경미한 사고는 처벌받지 않는다. 의무가 아님에도 자동차의 약 80%가 종합보험에 가입 중이다.

반면 킥보드 운전자는 보험에 가입할 의무가 없다. 이들을 위한 종합보험 상품도 없다. 이에 따라 보험 없이 피해자와 합의되지 않으면 교특법상 치상 혐의로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정경일 변호사(법무법인 엘앤엘)는 23일 연합뉴스에 "자동차는 팔·다리 골절 정도의 사고여도 중과실이 없으면 보험 처리로 끝나는데, 킥보드는 살짝만 부딪혀도 합의가 안 되면 형사처벌 대상"이라며 "보험체계에 사각지대가 있다"고 지적했다.

피해자도 마찬가지다. 자동차 사고를 당하면 보험으로 보상받으면 되지만, 킥보드 사고의 경우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민사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소송 비용도 부담인 데다 번거롭고 시간이 걸린다.

다만 피해자가 본인이나 가족이 가입한 자동차보험의 무보험차상해 담보를 통해 피해를 보상받을 수는 있다. 2020년 10월 자동차보험 표준약관이 개정돼 무보험자동차의 정의에 '개인형 이동장치'가 신설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보험차상해 담보는 의무가입이 아니다. 만약 무보험차상해에 가입돼 있지 않으면 피해자는 피해보상을 전혀 받지 못할 수도 있다. 설령 보험사가 피해자에게 우선 보상한다 해도, 보험사는 이후 가해자에게 구상을 청구하게 된다.

현재 전동킥보드 관련 개인이 가입할 수 있는 보험 상품은 일부 보험사의 운전자보험 특약 정도다. 하지만 이들 상품은 대부분 전동킥보드 운전자를 위한 담보로 구성돼 피해자에 대한 배상책임 관련 담보는 부족한 실정이다. 주요 담보는 전동킥보드 운전자의 벌금과 합의를 위한 비용을 보상하는 교통사고처리지원금이다.

전동킥보드 / 뉴스1
전동킥보드 / 뉴스1

공유 전동킥보드의 경우 대부분의 운영사가 이용자 상해 및 대인·대물 사고에 대비한 보험을 자동으로 포함하고 있다. 주요 업체들은 보험사와의 단체보험 계약을 통해 탑승자 또는 제3자가 입은 손해에 대해 일정 보장을 한다.

그러나 사고 발생 시 사용자의 운전 부주의가 인정되면 이용자가 민사 책임을 져야 할 수 있다. 배상 한도를 초과하거나 약관 위반(2인 탑승, 음주 운전, 보도 주행 등)이 있었다면 이용자 개인이 전액 배상해야 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킥보드 사고가 증가하는 만큼 보험 가입을 보편화하고 다양한 종합보험 상품이 개발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다만 킥보드 관련 법적 규제가 불명확해 보험사들이 상품 개발을 꺼리는 게 문제점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한국퍼스널모빌리티산업협회장인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연합뉴스에 "전용 면허, 운전자 교육, 속도 등 킥보드 관련 법적 체계를 현실에 맞게 정비해 사고율을 낮추는 것이 우선"이라며 "보험사 손해가 적어지면 다양한 보험 상품이 개발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국회가 논의 중인 PM(개인형 이동장치)법이 규제 정립의 시작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법안에는 킥보드의 최고 속도를 제한하거나 운전 자격 확인 시스템을 구축하는 내용 등이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킥보드 대여 업체가 보험을 들게 하는 방안 등도 논의될 수 있다.

전동킥보드는 법적으로 '원동기장치자전거'로 분류된다. 도로교통법과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의 적용을 받는다. 2021년 5월부터 시행된 도로교통법 개정안에 따라 만 16세 이상의 원동기장치자전거 면허 이상을 소지해야 운전할 수 있다. 면허 없이 운전하다 적발되면 범칙금 10만원이 부과되며, 사고 발생 시 무면허 운전으로 가중처벌될 수 있다.

법적으로는 전동킥보드도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상 의무보험 가입 대상이다. 하지만 개인을 대상으로 한 의무 자동차보험 상품이 없어 가입하지 않아도 현재는 처벌하지 않는 하급심 판례가 있다. 법원은 책임보험 의무 가입 대상이라고 판결했지만, 관련 보험 상품이 없다는 이유로 기대가능성 이론에 따라 처벌을 하지 않은 것이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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