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의 아스팔트, ‘살아있는 역사 교과서’가 되다
2025-11-24 0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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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의 아스팔트, ‘살아있는 역사 교과서’가 되다
[위키트리 광주전남취재본부 노해섭 기자]지난 23일, 목포종합경기장은 단순한 스포츠 경기장이 아니었다. 96년 전 불의에 맞섰던 학생들의 함성과 민주주의를 향한 한 정치인의 굳건한 신념이, 1만여 명의 힘찬 발걸음과 뜨거운 숨결 속에서 하나로 만나는 거대한 ‘역사의 현장’으로 다시 태어났다.
####따로 뛰던 두 개의 심장, ‘하나의 함성’으로
그동안 각자의 길을 달려왔던 ‘학생독립운동 기념 마라톤’과 ‘김대중 마라톤’이 올해 처음으로 하나의 길 위에서 만났다. 이는 단순히 두 개의 행사를 합친 행정적 통합을 넘어, 전남의 자랑스러운 두 역사적 정신을 미래 세대가 함께 기억하고 계승하겠다는 의미 있는 ‘가치의 통합’이었다. 그 결과, 교육계 참가자만 4,700여 명을 넘어서며 지난해의 두 배를 훌쩍 뛰어넘는 폭발적인 호응을 이끌어냈다.
####달리면서 배우는 ‘몸의 역사’
이번 대회는 참가자들에게 ‘머리’가 아닌 ‘몸’으로 역사를 배우는 특별한 경험을 선물했다. 학생 대표의 우렁찬 ‘다짐문’ 낭독은 책 속의 역사를 현실로 소환했고, 트랙 위에서 펼쳐진 학생독립운동 재현 퍼포먼스는 선열들의 뜨거운 용기를 온몸으로 느끼게 했다. 보조경기장에 마련된 태극기 페이스페인팅, 역사 퀴즈 등 다채로운 체험 부스는, 자칫 딱딱할 수 있는 역사 교육을 즐거운 축제의 일부로 완벽하게 녹여냈다.
####‘안전’이라는 가장 튼튼한 트랙 위에서
1만 명이 운집한 대규모 행사였지만, 안전은 그 무엇보다 우선이었다. 주최 측은 경찰, 의료기관과 촘촘한 협력망을 구축하고, 114명의 자체 안전요원을 주요 길목에 집중 배치해 만에 하나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원천 차단했다. 8대의 응급구조차가 상시 대기하는 등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철저한 준비는, 참가자들이 오직 달리기의 즐거움과 역사의 감동에만 집중할 수 있는 가장 튼튼한 ‘안전 트랙’이 되어주었다.
####스포츠, 가장 건강한 ‘공동체 교실’
김대중 교육감은 “오늘 우리가 내디딘 한 걸음 한 걸음은, 과거의 용기와 미래의 평화를 잇는 가장 건강한 약속”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이번 대회는 승패를 가르는 경쟁의 장이 아니었다. 학생과 교사, 학부모와 도민이 함께 땀 흘리고 서로를 응원하며 ‘더불어 사는 가치’를 실천하는, 세상에서 가장 크고 건강한 ‘공동체 교실’이었다. 전남 교육이 스포츠를 통해 써 내려갈 새로운 교육 축제의 첫 페이지는, 성공적으로 채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