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의 아스팔트, ‘살아있는 역사 교과서’가 되다

2025-11-24 0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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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의 아스팔트, ‘살아있는 역사 교과서’가 되다

[위키트리 광주전남취재본부 노해섭 기자]지난 23일, 목포종합경기장은 단순한 스포츠 경기장이 아니었다. 96년 전 불의에 맞섰던 학생들의 함성과 민주주의를 향한 한 정치인의 굳건한 신념이, 1만여 명의 힘찬 발걸음과 뜨거운 숨결 속에서 하나로 만나는 거대한 ‘역사의 현장’으로 다시 태어났다.

23일 열린 ‘제96주년 학생독립운동기념 제38회 전라남도교육감배 마라톤대회·2025 김대중 마라톤대회’ 참가자들이 힘차게 달려나가고 있다.
23일 열린 ‘제96주년 학생독립운동기념 제38회 전라남도교육감배 마라톤대회·2025 김대중 마라톤대회’ 참가자들이 힘차게 달려나가고 있다.

####따로 뛰던 두 개의 심장, ‘하나의 함성’으로

그동안 각자의 길을 달려왔던 ‘학생독립운동 기념 마라톤’과 ‘김대중 마라톤’이 올해 처음으로 하나의 길 위에서 만났다. 이는 단순히 두 개의 행사를 합친 행정적 통합을 넘어, 전남의 자랑스러운 두 역사적 정신을 미래 세대가 함께 기억하고 계승하겠다는 의미 있는 ‘가치의 통합’이었다. 그 결과, 교육계 참가자만 4,700여 명을 넘어서며 지난해의 두 배를 훌쩍 뛰어넘는 폭발적인 호응을 이끌어냈다.

김대중 전남교육감(왼쪽 세 번째)과 교육가족들이 마라톤대회 출발에 앞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김대중 전남교육감(왼쪽 세 번째)과 교육가족들이 마라톤대회 출발에 앞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달리면서 배우는 ‘몸의 역사’

이번 대회는 참가자들에게 ‘머리’가 아닌 ‘몸’으로 역사를 배우는 특별한 경험을 선물했다. 학생 대표의 우렁찬 ‘다짐문’ 낭독은 책 속의 역사를 현실로 소환했고, 트랙 위에서 펼쳐진 학생독립운동 재현 퍼포먼스는 선열들의 뜨거운 용기를 온몸으로 느끼게 했다. 보조경기장에 마련된 태극기 페이스페인팅, 역사 퀴즈 등 다채로운 체험 부스는, 자칫 딱딱할 수 있는 역사 교육을 즐거운 축제의 일부로 완벽하게 녹여냈다.

####‘안전’이라는 가장 튼튼한 트랙 위에서

1만 명이 운집한 대규모 행사였지만, 안전은 그 무엇보다 우선이었다. 주최 측은 경찰, 의료기관과 촘촘한 협력망을 구축하고, 114명의 자체 안전요원을 주요 길목에 집중 배치해 만에 하나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원천 차단했다. 8대의 응급구조차가 상시 대기하는 등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철저한 준비는, 참가자들이 오직 달리기의 즐거움과 역사의 감동에만 집중할 수 있는 가장 튼튼한 ‘안전 트랙’이 되어주었다.

####스포츠, 가장 건강한 ‘공동체 교실’

김대중 교육감은 “오늘 우리가 내디딘 한 걸음 한 걸음은, 과거의 용기와 미래의 평화를 잇는 가장 건강한 약속”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이번 대회는 승패를 가르는 경쟁의 장이 아니었다. 학생과 교사, 학부모와 도민이 함께 땀 흘리고 서로를 응원하며 ‘더불어 사는 가치’를 실천하는, 세상에서 가장 크고 건강한 ‘공동체 교실’이었다. 전남 교육이 스포츠를 통해 써 내려갈 새로운 교육 축제의 첫 페이지는, 성공적으로 채워졌다.

home 노해섭 기자 nogary@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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