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0억 원의 마법, 콘크리트 숲 될 뻔한 산을 시민의 정원으로
2025-11-24 0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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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서구 마륵공원 시민 품으로
[위키트리 광주전남취재본부 노해섭 기자]아파트 단지에 둘러싸여 언젠가는 사라질 운명처럼 보였던 도심 속 마지막 허파, 광주 백석산이 마침내 시민의 품으로 돌아왔다. 지난 21일, 17만 7천㎡에 달하는 거대한 숲이 ‘마륵근린공원’이라는 새 이름을 달고 문을 활짝 열었다. 이는 시 예산 한 푼 들이지 않고, 민간 자본 940억 원이라는 ‘마법’을 통해 난개발의 위기에서 숲을 구해낸, 그야말로 ‘도시재생의 기적’이다.
####세금 0원, 시민의 숲을 지킨 ‘신의 한 수’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해답은 ‘민간공원 특례사업’이라는 발상의 전환에 있었다. 광주시는 공원 부지 일부에 대한 개발권을 민간에 내어주는 대신, 사업자가 공원 전체 부지를 사들여 축구장 25개 크기의 명품 공원을 조성한 뒤 시에 통째로 기부채납하게 하는 ‘윈-윈(Win-Win)’ 전략을 택했다. 덕분에 시민들은 세금 부담 없이 도심 한복판에 거대한 녹색 쉼터를 선물 받게 된 것이다.
####광주 최장 3.7km, ‘맨발의 청춘’을 부르다
마륵공원의 심장은 단연 3.7km에 달하는 ‘맨발 산책길’이다. 이는 광주에서 가장 긴 길이로, 부드러운 흙길을 따라 걸으며 자연과 온전히 하나 되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길 곳곳에 마련된 세족장과 쉼터는, 맨발 걷기가 낯선 시민들까지 배려한 ‘디테일 행정’의 정수를 보여준다. 이제 아스팔트 대신 흙의 감촉을 느끼고 싶은 시민들에게 이곳은 최고의 ‘힐링 성지’가 될 전망이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두를 위한 ‘놀이터’
이곳은 단순히 걷기만 하는 공원이 아니다. 여름이면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 찰 ‘발물놀이터’와 짜릿한 모험을 즐길 수 있는 ‘모험놀이장’, 그리고 돗자리 하나만 펴면 우리 집 앞마당이 되는 ‘피크닉장’까지. 전 세대가 함께 어울리며 추억을 쌓을 수 있는 다채로운 공간들로 가득 채워졌다. 특히, 114대의 주차가 가능한 3층 규모의 복합건물은 공원을 찾는 시민들의 가장 큰 골칫거리였던 주차 문제를 말끔히 해결했다.
####시민의 목소리로 완성된 ‘우리들의 공원’
이 모든 공간은 책상 위에서 탄생하지 않았다. 광주시는 설계 단계부터 지역 주민과 전문가, 시공사가 함께하는 수차례의 간담회를 통해, 공원을 실제로 사용할 시민들의 목소리를 최대한 반영했다. 강기정 시장은 “마륵공원은 시민 여러분이 직접 만들고 가꾼 ‘우리들의 공원’”이라며, “앞으로 조성될 다른 공원들도 성공적으로 마무리해, 시민 1인당 공원 면적을 두 배로 늘리겠다”는 약속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