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석 돌풍서 2%대 추락으로... 조국혁신당이 생존 기로에 선 이유

2025-11-24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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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율 끌어올려 지방선거서 존재감 못 보이면...

조국 신임 조국혁신당 당대표가 23일 충북 청주시 오스코에서 열린 조국혁신당 전국당원대회에서 당대표 수락 연설을 하고 있다. / 뉴스1
조국 신임 조국혁신당 당대표가 23일 충북 청주시 오스코에서 열린 조국혁신당 전국당원대회에서 당대표 수락 연설을 하고 있다. / 뉴스1

지난해 4·10 총선에서 국회 제3당에 오르며 돌풍을 일으켰던 조국혁신당이 1년도 채 안 돼 정치적 생존의 기로에 선 듯하다.

리얼미터가 20~21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에서 혁신당은 2.9%를 기록했다. 더불어민주당(47.5%)과 국민의힘(34.8%)은 물론 개혁신당(3.8%)과 견줘서도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의 존립 자체가 위협받는 상황이다. 23일 당 대표로 복귀한 조국 대표는 추락한 지지율을 회복해야 하는 크나큰 과제를 안게 됐다.

혁신당의 지지율 추락은 복합적 요인이 얽혀 있다. 가장 직접적 타격은 당내 성 비위 사태였다. 지도부가 총사퇴하는 혼란 속에서 당의 도덕성에 치명상을 입었고, 조 대표가 구원투수로 나섰지만 사태 수습에만 급급한 나머지 정책 의제를 제시할 골든타임을 놓쳤다. 비대위 체제 동안 지지율이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한 게 이를 증명한다.

보다 근본적 문제는 당의 정체성 부재다. 유권자들이 여전히 혁신당을 ‘민주당 2중대’로 인식하는 게 사실이다. 거대 양당 사이에서 뚜렷한 차별성을 드러내지 못한 상황에서 정청래 대표가 이끄는 민주당이 오히려 개혁 선명성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혁신당의 존재 이유가 희미해졌다는 말이 나온다.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이라는 핵심 의제에서 민주당에 주도권을 내준 형국이다.

조국 신임 조국혁신당 당대표가 23일 충북 청주시 오스코에서 열린 조국혁신당 전국당원대회에서 당기를 흔들고 있다. / 뉴스1
조국 신임 조국혁신당 당대표가 23일 충북 청주시 오스코에서 열린 조국혁신당 전국당원대회에서 당기를 흔들고 있다. / 뉴스1

지지 기반의 이탈도 심각하다. 총선 당시 ‘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는 혁신당’이라는 전략이 통했던 호남 지역에서조차 존재감이 흐릿하다. 민주당 지지층을 흡수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중도 성향 유권자들도 외면하는 양상이다. 일각에선 조국 사태를 기억하는 중도층과 2030세대의 반감이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조 대표는 내년 봄까지 당 지지율 10% 이상 확보를 목표로 제시했지만 현실은 가혹하다. 7개월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는 비례대표 중심의 총선과 달리 지역 기반과 풀뿌리 조직이 관건인 선거다. 혁신당은 전국 선거를 치를 조직력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단기간에 조직을 다지고 인지도 있는 후보를 발굴해야 하는데 이게 말처럼 쉽지 않다. 무리하게 공천 속도전을 벌였다간 부실 공천 시비에 휘말릴 수 있다.

반등을 위해 조 대표는 정치개혁과 조세정책이라는 두 가지 승부수를 던졌다.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과 함께 출범한 정치개혁 연석회의를 통해 교섭단체 요건 완화, 결선투표제 도입 등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민주당이 대선 전 합의했지만 이후 소극적으로 돌아선 의제를 선점하려는 전략이다. 조 대표는 연석회의 대표로 나서 정청래 대표와 직접 담판을 벌이며 존재감을 드러내겠다는 구상이다.

조세재정 정책도 차별화 카드로 내세웠다. 보유세 정상화, 배당분리과세, 금융투자소득세 등 불평등 구조 완화 정책을 전면에 내걸었다. 토지공개념 입법화, 강남권 중심 100% 공공임대주택 공급 등 주거권 보장 정책도 제시했다. 민주당이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의제를 공격적으로 밀고 나가 정책 선명성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조국 신임 조국혁신당 당대표가 23일 충북 청주시 오스코에서 열린 조국혁신당 전국당원대회에서 당선된 후 인사하고 있다. / 뉴스1
조국 신임 조국혁신당 당대표가 23일 충북 청주시 오스코에서 열린 조국혁신당 전국당원대회에서 당선된 후 인사하고 있다. / 뉴스1

조 대표 개인의 정치적 행보도 변수다. 그는 "모든 후보가 결정된 뒤 마지막에 판단하겠다"라며 내년 지방선거 출마 여부와 출마지에 대해 명확하게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당 안팎에서는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단기간에 당의 지지율을 끌어올리려면 서울시장에 출마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조 대표로서도 차기 대선을 겨냥하려면 국회의원보다는 행정 경험을 쌓고 정치적 위상을 높일 수 있는 광역단체장이 유리하고, 부산보다는 서울이 효과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조 대표는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을 제가 보고 싶겠나"고 말한 바 있다. 민주당 후보와의 범여권 단일화를 염두에 둔 발언일 수 있다.

정치권은 혁신당이 지방선거 후 민주당과 합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혁신당으로선 내년 지방선거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내야 유리한 조건에서 합당할 수 있다. 조 대표로서도 외연 확장에 성공해야 민주당에 당당히 입당해 차기 대권주자로서 입지를 굳히고 당내 우호세력을 끌어들이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모든 전략의 전제조건은 지지율 반등이다. 지금 수준의 지지율로는 지방선거에서 성과를 낼 수 없고, 결과적으로 민주당과의 합당 과정에서 협상력을 담보할 수 없다.

조 대표는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를 두고 토론을 추진하며 존재감을 드러내려 시도하고 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국민의힘 소속인 오세훈 서울시장과 날 선 공방을 벌이는 것, 검찰 비판의 선봉에 서는 모습을 보이는 것 역시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혁신당과 조 대표가 국민 신뢰를 시급히 회복하는 게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지속적인 자기 성찰로 중도층과 청년층이 조 대표와 혁신당에 가진 부정적 이미지를 걷어내야 혁신당이 생존할 수 있다.

사실 혁신당은 조 대표 개인에 대한 팬덤 정치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혁신당의 출발점은 전통적인 정당 조직이 아니라 강력한 지지층의 감정적 결집에서 비롯된 팬덤 정치다. 특정 이념이나 정책보다 조 대표라는 정치적 상징에 대한 지지와 연대가 정당 지지의 핵심 동력으로 작용한다. 정치적 사건 때마다 혁신당에 대한 결집과 이완이 빠르게 나타나는 이유다.

또한 조 대표 개인이 가진 인지도와 감정 자산이 정당의 존재 이유와 직결돼 있다. 조 대표는 오랜 기간 보수 세력과의 갈등축 한가운데 있었고, 이 과정에서 형성된 동정·분노·지지의 감정이 그의 이름을 브랜드로 만들었다. 혁신당 지지율 역시 정책 발표나 조직력보다 조 대표 개인의 등장과 메시지에 따라 크게 변화한다.

여기에 더해 혁신당은 민주당과 경쟁하면서도 상호 견제하는 독특한 구도 속에서 성립했다. 출범 초기부터 민주당 지지층 일부가 ‘민주당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감정적 동력을 혁신당으로 옮겼지만, 동시에 민주당과 지나치게 가까워 보이는 순간 지지층 일부가 이탈하는 양면 구조를 가진다. 두 당의 관계는 협력과 경쟁이 동시에 작동하는 구조다.

혁신당은 근본적으로 한계가 많은 정당이다. 지지 기반이 정당 조직이나 지역 기반보다 비례대표 중심의 지지층에 의존하고 있다. 지역 기반이 약해 지방선거나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는 취약하다. 다만 강한 여론전과 전국 단위 이슈 정치에서는 빠르게 지지를 모을 수 있는 구조다. 총선에서 단기간에 비례 지지를 끌어올린 것도 이 특성에서 비롯된다.

이에 따라 팬덤 정치에서 벗어나 '새로운 조국'을 보여줄 수 있느냐가 혁신당 생존의 관건이란 말이 나온다. 조 대표는 전당대회 수락 연설에서 "팬덤에 의존하는 정치를 하지 않겠다"며 "국민 중심 큰 정치"를 강조했지만, 말과 실천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것은 전적으로 조 대표의 몫이다.

혁신당의 위기를 소수 정당의 부침으로만 볼 수는 없다. 거대 양당 체제에 균열을 내고 진보 진영 내 경쟁과 견제를 작동시키는 ‘제3지대’의 운명이 본격적으로 시험대에 올랐다. 내년 지방선거 전가지 지지율을 끌어올려 돌파구를 찾지 못하면 혁신당의 실험은 짧은 에피소드로 끝날 수 있다. 정치권과 유권자들의 시선이 조 대표와 그가 이끄는 혁신당에 쏠려 있는 이유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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