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7000마리뿐…순천만 무인도서 번식 첫 확인된 ‘멸종위기 동물’

2025-11-2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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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어새, 순천만에서 놀라운 번식 성공!
멸종위기종의 새로운 희망, 남해안 번식 첫 발견

국제적 멸종위기종인 저어새가 순천만 인근 무인도에서 실제로 번식하고 있는 사실이 처음으로 확인됐다. 전 세계 개체수가 약 7000마리에 불과한 희귀종이 남해안에서 번식을 시도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국내 조류 생태계 보전에 뜻깊은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순천만 저어새 번식지 / 순천시 제공, 연합뉴스
순천만 저어새 번식지 / 순천시 제공, 연합뉴스

24일 순천시에 따르면, 시와 한국의갯벌세계유산등재추진단이 올해 진행한 ‘한국의 갯벌 물새류 정밀 번식 모니터링’ 과정에서 순천만 별량면 일대 무인도에서 둥지 위에 자리한 저어새 모습이 드론·망원경을 통해 촬영됐다고 연합뉴스 등은 보도했다. 그동안 매년 여름 순천만에서 약 30마리의 저어새가 발견됐지만, 실제 번식이 확인된 사례는 이번이 최초다.

이번에 번식이 포착된 무인도는 곰솔·칡·누리장나무 등이 자생하는 자연성이 높은 지역으로, 왜가리·중대백로 등 백로류와 민물가마우지가 집단 번식하는 곳으로도 알려져 있다. 전문가들은 “저어새가 번식지로 선택할 수 있는 적정 환경을 고루 갖춘 곳”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서해안 무인도에 번식지가 집중돼 온 저어새가 남해안까지 번식지를 확장했다는 점에서 서식권 변화의 중요한 신호로 해석된다.

저어새는 1995년 전 세계 개체군이 약 400마리로 급감해 국제적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됐다. 하지만 국내외 보호 활동이 강화되면서 최근에는 약 7000마리 수준으로 회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여전히 제한된 지역에서만 번식하는 희귀종이기 때문에 번식지 다변화는 생존 전망에 긍정적 의미를 갖는다.

천연기념물 205-1호 멸종위기종 저어새 / 순천시 제공, 뉴스1
천연기념물 205-1호 멸종위기종 저어새 / 순천시 제공, 뉴스1

추진단 관계자는 “순천만 인근 무인도에서 번식이 확인된 것은 회복 중인 저어새 개체군이 새로운 번식지로 서식권을 넓히고 있다는 중요한 지표”라고 설명했다.

저어새의 국내 서식 분포는 최근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인천일보에 따르면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인 저어새의 최대 서식지는 전남 영광 갯벌로 나타났다. ‘저어새 전국모니터링 및 서식지 이용 연구 2024년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8~11월 모니터링 결과, 영광 갯벌에서만 1085마리가 관찰돼 단일 서식지 중 가장 많았다. 이는 당시 확인된 국내 전체 저어새 5918마리 중 약 18%를 차지하는 규모다.

한때 최다 서식지로 알려졌던 인천 강화군 일대는 도시 개발과 갯벌·유수지 훼손이 누적되면서 개체 수가 정체되거나 감소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인천에서는 강화군 일대 991마리, 영종·볼음도 471마리, 남동·송도·시흥갯골 222마리, 옹진군 북도면 155마리 등이 관찰됐다. 반면 전남 영광은 개체 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서식지 중심축이 서해 북부에서 남쪽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저어새 서식 / 옹진군청 제공, 뉴스1
저어새 서식 / 옹진군청 제공, 뉴스1

인천에서는 개발 압력이 커 새끼를 키우기 어려워졌고, 번식 후 안정적 서식지를 찾아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순천시는 이번 번식 확인을 계기로 저어새 서식지 보전·모니터링을 더욱 강화하고, 갯벌 세계유산 관리 체계와 연계해 보호 활동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저어새가 남해안까지 번식지를 넓혀가고 있는 만큼, 앞으로의 개체군 증가와 이동 경로 변화에 대한 지속적 관찰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유튜브, 새덕후 Korean Birder
home 김희은 기자 1127khe@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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