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만 명의 발길, 쫄깃한 ‘벌교의 맛’에 홀리다
2025-11-24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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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성군, 청정 갯벌에서 ‘제21회 벌교꼬막축제’ 성료
[위키트리 광주전남취재본부 노해섭 기자]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대한민국 미식가들의 심장은 마치 약속이나 한 듯 한 곳을 향해 뛰기 시작한다.
바로 ‘꼬막의 수도’ 벌교다. 지난 21일부터 사흘간, 이 작은 포구는 유네스코가 인정한 청정 갯벌이 빚어낸 검은 보석, ‘꼬막’을 맛보려는 11만여 명의 인파로 그야말로 들썩였다.
####오감을 깨우는 ‘꼬막 유니버스’
올해 벌교꼬막축제는 단순히 먹거리를 파는 장터를 넘어, 꼬막으로 경험할 수 있는 모든 즐거움을 한데 모은 거대한 ‘꼬막 유니버스(Universe)’였다. 짭조름한 꼬막 삶는 냄새가 온 마을을 감싸는 가운데, 관광객들은 직접 꼬막을 까고 던지며 원초적인 재미에 흠뻑 빠졌다. 특히, 단돈 만 원에 꼬막 탕수육부터 꼬막전까지 무한 리필되는 ‘꼬막 뷔페’는, 길게 늘어선 줄마저 축제의 일부가 되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꼬막, 문학의 향기를 품다
벌교의 맛이 꼬막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축제 기간, 태백산맥문학관에서는 조정래 작가가 독자들과 직접 만나는 특별한 북콘서트가 열렸다. 소설 『태백산맥』의 주 무대인 벌교에서, 작가의 생생한 목소리로 듣는 문학 이야기는, 쫄깃한 꼬막의 식감만큼이나 깊고 진한 여운을 남겼다. 맛과 멋, 음식과 문학이 공존하는 벌교만의 독특한 매력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그들만의 잔치’를 넘어, ‘우리들의 축제’로
이번 축제의 진짜 주인공은 화려한 초대가수도, 높으신 양반도 아니었다. 바로 벌교 읍민 그 자신들이었다. 축제의 서막을 연 길놀이에는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모든 세대가 함께 어우러져 신명 나는 장관을 연출했고, ‘읍민의 날’ 기념식에서는 한 해 동안 마을을 위해 헌신한 숨은 일꾼들에게 아낌없는 박수가 쏟아졌다. 이는 벌교의 진짜 힘이, 꼬막이 아닌 바로 ‘사람’에게 있음을 보여주는 감동적인 장면이었다.
####자연의 선물, 사람의 정을 더하다
김철우 보성군수는 “엄지손톱을 깎지 않고 기다리게 만드는 벌교꼬막의 명성은, 세계적인 갯벌이라는 자연의 선물에, 그것을 지키고 가꾸는 사람들의 정성이 더해졌기에 가능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이번 축제는 단순히 꼬막의 우수성을 알리는 것을 넘어, 자연과 사람, 맛과 멋이 어우러진 ‘가장 벌교다운’ 가치가 무엇인지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 성공적인 미식 축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