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현역’ 이순재, 91세로 별세…생전 마지막 수상소감 재조명
2025-11-25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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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KBS 연기대상서 역대 최고령 대상 수상자
현역 최고령 배우로 활동해온 배우 이순재가 별세했다. 향년 91세.

유족 측에 따르면 이순재는 25일 새벽 세상을 떠났다. 빈소는 아직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이순재는 고령에도 꾸준한 건강 관리를 바탕으로 방송·영화·연극을 넘나들며 활발히 활동해왔다. 최근까지도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와 KBS 2TV 드라마 ‘개소리’ 등에 출연하며 왕성한 연기 열정을 보여왔다.
1934년 함경북도 회령에서 태어난 그는 4살 무렵 조부모를 따라 서울로 내려왔다. 호적상 생년은 1935년이다. 1956년 연극 ‘지평선 넘어’로 데뷔한 뒤 1965년 TBC 1기 전속 배우가 되며 한국 TV 드라마의 성장과 함께 걸어온 대표적 원로 배우다.
그가 출연한 드라마는 ‘동의보감’, ‘보고 또 보고’, ‘목욕탕집 남자들’, ‘야인시대’, ‘토지’, ‘엄마가 뿔났다’ 등 140편에 달한다. 70대에 들어서는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2006), ‘지붕 뚫고 하이킥’(2009)을 통해 기존의 근엄한 이미지를 내려놓고 코믹한 모습으로도 큰 사랑을 받았다.
지난 10월 건강 문제로 활동을 잠시 중단하기 전까지도 연극과 드라마를 오가며 무대를 지켰다. 지난해에는 KBS 연기대상에서 역대 최고령 대상 수상자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특히 당시 그의 수상소감은 지금까지도 회자된다.

이순재는 “오래 살다 보니까 이런 날도 있네. 미국의 캐서린 헵번은 60대 이후에도 세번이나 아카데미상을 수상했다. 공로상이 아니라 연기상이었다. 연기를 잘하면 나이가 60을 먹어도 상을 주는 거다. 연기를 연기로 평가해야지, 인기나 다른 조건으로 평가하면 안된다”고 말해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이어 제자들을 향한 마음도 전했다. "가천대 석좌교수로 13년째 근무하면서 학생들 한 명 한 명을 다 지도하고 있다. 이번 드라마 촬영 때문에 도저히 학생들을 가르칠 시간이 안 맞더라. 그래서 학생들한테 '정말 미안하다. 난 교수 자격이 없다'고 사과했다"고 고백하며, "그럼에도 학생들이 '염려 마십시오. 가르쳐 주신 대로 우리가 다 만들어 내겠다. 염려 마십시오'라고 하더라. 눈물이 나왔다. 그 학생들을 믿고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서 오늘의 결과가 온 걸로 알겠다"며 진심 어린 감사를 전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시청자 여러분, 평생 동안 신세 많이 지고 도움 많이 받았다. 감사합니다”라고 소감을 마무리했다. ‘영원한 현역배우’가 남긴 마지막 한마디는 "감사합니다"였다.

한편 이순재는 연기 활동과 별개로 제14대 국회의원(민주자유당)을 지내는 등 잠시 정치권에서도 활동했다. 1992년 14대 총선에서 서울 중랑갑에 출마해 국회에 입성했고, 이후 민자당 부대변인과 한일의원연맹 간사 등을 맡았다. 최근까지도 가천대 연기예술학과 석좌교수로 후학 양성에 힘써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