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공무원들은 모두 지켜야 했던 이 의무, 무려 76년만에 사라진다

2025-11-25 12:23

add remove print link

'복종의 의무' 역사 속으로

공무원들이 점심을 먹기 위해 나서고 있다.  / 뉴스1 자료사진
공무원들이 점심을 먹기 위해 나서고 있다. / 뉴스1 자료사진

공무원 사회에서 76년간 이어진 '복종의 의무'가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를 계기로 공무원 사회의 수직적 명령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 가운데 공무원들이 상관의 위법한 지시를 거부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다.

인사혁신처는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하는 '국가공무원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한다고 25일 밝혔다.

이번 개정안은 새 정부 국정과제인 '충직·유능·청렴에 기반한 활력있는 공직사회 구현'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1949년 국가공무원법 제정 당시 도입된 '공무원의 복종 의무'는 여러 차례 개정에도 불구하고 행정 조직의 효율적·통일적 운영 등을 위해 필요하다는 이유로 지금껏 유지돼 왔다.

하지만 상관의 명령이 부당해도 명령을 반드시 이행해야만 하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일각의 지적도 이어졌고,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를 거치며 이런 목소리는 더욱 거세졌다.

이후 인사처는 '복종 의무' 조항을 순화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을 추진해왔다.

앞서 최동석 인사혁신처장은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국민에게 충직한 공직사회 구현을 위해 명령과 통제에 기반한 복종의 의무를 개선하고 상관의 위법한 지휘와 명령에 대한 불복 절차를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57조의 '복종의 의무' 표현이 '지휘·감독에 따를 의무'로 바뀐다.

또 구체적 직무 수행과 관련한 상관의 지휘·감독에 대해 의견을 제시할 수 있고, 지휘·감독이 위법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이행을 거부할 수 있으며, 의견 제시나 이행 거부를 이유로 불리한 처우를 하면 안 된다는 점도 명확히 했다.

아울러 56조의 '성실의무'를 '법령준수 및 성실의무'로 변경하고, 공무원이 '국민 전체의 봉사자'로서 법령을 준수하며 성실히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인사처는 "개정안은 공무원이 명령과 복종의 통제 시스템에서 벗어나 대화와 토론을 통해 합리적으로 의사를 결정해나가도록 하는 한편, 상관의 위법한 지휘·감독에 대해선 이행을 거부하고 법령에 따라 소신껏 직무를 수행해야 함을 확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개정안에는 육아 친화적 근무환경 조성을 위한 내용도 담겼다.

육아휴직 대상 자녀의 나이 기준을 기존 '8세 이하(초등학교 2학년)'에서 '12세 이하(초등학교 6학년)'로 상향했다. 기존 기준이 실제 돌봄 수요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반영한 것이다.

난임 휴직도 별도의 휴직 사유로 신설됐다. 지금까지는 공무원이 난임 치료를 위해서는 임용권자가 직권으로 명령하는 질병 휴직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지만, 개정에 따라 난임 휴직 신청 시 임용권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이를 허용해야 한다.

또 스토킹·음란물 유포 비위에 대한 징계 시효를 기존 3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하고, 비위 혐의자에 대한 징계 처분 결과를 피해자가 통보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등 관련 징계 절차를 강화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최동석 처장은 "공무원들이 소신껏 일할 수 있는 환경은 국민의 삶을 위한 정책을 만들고 질 좋은 행정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기본적인 일"이라며 "앞으로도 일할 맛 나는 공직사회가 될 수 있도록 여건 조성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NewsCh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