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레 소식 들려 당황..." 故 이순재 별세, 나영석 PD가 애도하며 남긴 말

2025-11-25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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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령 현역 배우' 이순재 별세

원로 배우 이순재의 별세 소식이 전해지자 연극계와 방송계에서는 동료들과 관계자들의 추모가 이어지고 있다. 2013∼2018년 방송된 여행 예능 ‘꽃보다 할배’를 연출했던 나영석 PD 역시 믿기 어렵다는 듯한 심경을 드러냈다.

나영석 PD가 25일 오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넷플릭스 예능 '케냐 간 세끼(연출 나영석 김예슬/작가 이우정)' 제작보고회에서 고 이순재를 애도하고 있다 / 뉴스1
나영석 PD가 25일 오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넷플릭스 예능 '케냐 간 세끼(연출 나영석 김예슬/작가 이우정)' 제작보고회에서 고 이순재를 애도하고 있다 / 뉴스1

나영석 PD는 25일 진행된 tvN ‘케냐 간 새끼’ 제작발표회에서 고인의 비보를 전해 듣고 “최근 1년 동안 선생님 몸이 안 좋으셔서 뵙지를 못했는데 갑작스레 소식이 들려 당황했다”며 고인을 회상했다. 이어 “‘끝까지 무대 위에 있고 싶다는 말씀’을 여행에서도, 사석에서도 가장 많이 하셨다”며 “성실하게 일하는 것의 가치를 알려주시고 후배들에게 많은 귀감이 된 분으로 기억한다”고 애도했다. 그는 “이제는 몸편히 하늘나라에서 편히 쉬실 수 있기를 기도하겠다”고 덧붙였다.

제작발표회 사회를 맡은 박경림도 “우리 시대 참어른이시면서 예능을 사랑해주셨던 분으로 기억한다.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한다”고 전했다.

같은 날 나영석 PD 사단의 유튜브 채널 ‘채널 십오야’도 공식 커뮤니티를 통해 “우리의 영원한 꽃할배, 이순재 선생님을 깊은 애도와 함께 추모합니다. 선생님과 함께한 모든 시간과 가르침을 잊지 않겠습니다. 하늘나라에서 평안하시길 진심으로 기도하겠습니다”라며 그를 기렸다. 함께 공개된 ‘꽃보다 할배’ 비하인드 사진에는 환한 미소의 이순재와 젊은 나 PD, 그리고 박근형·백일섭·신구·이서진 등 멤버들의 모습이 담겨 뭉클함을 더했다.

채널십오야 제작진 고 이순재 추모 / 유튜브 '채널십오야'
채널십오야 제작진 고 이순재 추모 / 유튜브 '채널십오야'

이순재는 이날 새벽 향년 91세로 세상을 떠났다. 지난해부터 건강이 악화돼 치료와 재활을 이어갔으나 결국 동료와 후배들의 곁을 떠나게 됐다.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 출연을 중도 하차했고, 지난해 말 KBS 연기대상에서도 수척한 모습으로 부축을 받으며 무대에 올랐던 바 있다.

1956년 연극 ‘지평선 넘어’로 데뷔한 이순재는 1965년 TBC 1기 전속 배우로 발탁되며 한국 방송사와 함께 걸어온 대표적 원로 배우다. ‘나도 인간이 되련다’, ‘동의보감’, ‘보고 또 보고’, ‘목욕탕집 남자들’, ‘야인시대’, ‘토지’, ‘엄마가 뿔났다’까지 출연작이 140편에 달하며, 단역까지 포함하면 손에 꼽기 어려울 만큼 많은 작품을 남겼다. 한 달에 30편 가까운 작품을 소화한 적도 있을 정도로 왕성한 활동을 이어왔다.

사극에서도 존재감이 남달랐다. ‘사모곡’, ‘인목대비’, ‘상노’, ‘풍운’, ‘독립문’ 등 1970~80년대 사극은 물론, ‘허준’, ‘상도’, ‘이산’까지 굵직한 작품에서 묵직한 연기를 선보였다. 70대에는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 ‘지붕 뚫고 하이킥’에서 기존의 근엄한 이미지를 내려놓고 코믹 연기로 큰 사랑을 받았다. 당시 ‘야동 순재’라는 캐릭터가 큰 화제를 모으며 어린이 팬층까지 생겨났다.

연기 열정 불태운 '영원한 현역' 이순재 별세 / 연합뉴스
연기 열정 불태운 '영원한 현역' 이순재 별세 / 연합뉴스

예능 ‘꽃보다 할배’에서는 나이를 잊은 체력과 열정으로 ‘직진 순재’라는 별명을 얻었고, 이후 연극 무대로 돌아가 ‘장수상회’, ‘앙리할아버지와 나’, ‘세일즈맨의 죽음’, ‘리어왕’ 등에서 존재감을 입증했다. 특히 ‘리어왕’에서는 200분이 넘는 대사량을 단일 캐스트로 소화해 찬사를 받았다. 2023년에는 안톤 체호프의 ‘갈매기’를 연출하며 다시 한번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최근까지도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와 KBS 2TV ‘개소리’ 등에서 연기 혼을 불태웠으며, 지난해 KBS 연기대상에서는 역대 최고령 대상 수상자로 기록됐다. 연기 활동과 별개로 제14대 국회의원을 지낸 경력도 있다. 1992년 서울 중랑갑에서 민주자유당 후보로 당선돼 부대변인과 한일의원연맹 간사 등을 맡았다. 후학 양성에도 힘쓰며 최근까지 가천대 연기예술학과 석좌교수로 학생들을 지도했다.

사진은 2021년 연극 '리어왕' 인터뷰를 마치고 포즈 취하는 배우 이순재 / 연합뉴스
사진은 2021년 연극 '리어왕' 인터뷰를 마치고 포즈 취하는 배우 이순재 / 연합뉴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30호실에 마련됐으며, 유족으로는 부인 최희정 씨와 아들 이종혁 씨, 딸 이정은 씨가 있다. 발인은 27일 오전 6시 20분이며, 장지는 이천 에덴낙원이다.

home 김희은 기자 1127khe@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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