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재 빈소 한달음에 달려온 이승기 “아내와 병문안 갔었는데…”
2025-11-25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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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재 별세...정치계, 방송계 인사들 조문 발길
배우 이승기가 25일 별세한 고(故) 이순재의 빈소를 찾아 깊은 애도를 표했다.

이승기는 이날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이순재의 빈소에서 취재진을 만나 각별했던 고인과의 관계를 회상했다.
그는 "이순재 선생님을 생전 굉장히 존경했다. 또 특별한 관계였다고 생각한다"고 운을 뗐다. 이어 "선생님을 생각할 때마다 뭉클했는데, 좋은 곳으로 가셨을 거라고 생각한다. 선생님께서 대한민국 배우로 이렇게 활동해 주신 게 영광스럽다. 후배들도 선생님의 그런 정신을 성실하게 잘 이어갈 거라고 생각한다"며 고인을 향한 깊은 존경심을 나타냈다.
두 사람의 인연은 각별했다. tvN 예능 프로그램 '꽃보다 할배'에서 처음 만난 후 끈끈한 관계를 이어왔다. 이승기는 "제 결혼식 주례도 봐주셨고, 영화 '대가족'이라는 작품에 출연 제의를 받으셨을 때도 '승기가 하는 거면 꼭 도와서 해야지'라고 흔쾌히 말씀해 주셨었다"고 회고하며 고인의 따스했던 성품을 떠올렸다.

특히 이승기는 올해 초 투병 중이던 이순재를 찾았던 기억을 꺼냈다. 그는 "선생님의 병세가 조금씩 깊어지고 있다는 건 알고 있었다. 건강이 갑작스레 악화되셨을 때 아내와 병문안을 다녀왔었는데 그 시기에 이야기도 나누는 시간을 가져서 그나마 다행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선생님께서도 본인이 건강한 모습을 조금 더 저희에게 보이고 싶으셔서 (아픈 몸을 이끌고) 엘리베이터 앞까지 배웅을 해 주셨다. 그 모습이 눈에 선하다"며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이승기는 생애 마지막까지 배우로서의 소명을 다했던 이순재를 기렸다. "마지막까지 열심히 연기하셨다. '배우가 대사를 잊으면 안 된다'는 철학이 있으셔서, 복귀하시기 위해 마지막까지도 계속 기억력을 되살리려 노력하셨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곳에서는 좀 편안하고 행복한, (배우의 짐을 내려놓은) 일반인이셨으면 좋겠다"며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마지막으로 "여러분들이 많이 추모해 주셔서 감사하다. 이순재 선생님의 걸어오신 역사를 많은 분들이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순재는 이날 새벽 향년 91세로 세상을 떠났다. 1934년 함경북도 회령 태생인 그는 서울대 철학과를 졸업한 후 1956년 연극 '지평선 넘어'로 연기 인생을 시작했다. 1965년 TBC 1기 전속 배우로 활동하며 본격적인 연기 활동에 나섰다.
그는 '동의보감', '보고 또 보고', '삼김시대', '목욕탕집 남자들', '야인시대', '토지', '사모곡', '허준', '상도', '이산', '거침없이 하이킥', '지붕뚫고 하이킥', '개소리' 등 140편이 넘는 작품에 출연하며 국민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국내 최고령 현역 배우로서 70년 가까이 연기 활동을 이어온 그는 지난해 10월 건강 악화로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 무대에서 내려왔다. 올해 1월 '2024 KBS 연기대상'에서는 드라마 '개소리'로 역대 최고령 대상 수상자가 되는 영예를 안았다.
이날 빈소에는 정치계, 방송계 인사들의 조문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고인이 생전에 많이 보살펴 주시고 저도 신세를 많이 졌다"며 "온 국민이 존경했던 참된 국민 배우"라고 애도했다.
상복을 준비했다는 박술녀는 "지난해부터 힘들어하신 걸로 알고 있다"며 "호상이지만 안타깝다"고 밝혔다. 후배 배우 김성환은 "이제 대사 외우실 일도 없고, 촬영하느라 밤새울 일도 없고, 편안한 데서 잘 계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배우 최현욱도 검은색 마스크를 쓴 채 빈소를 찾았다. 생전 이순재와 별다른 인연은 없었지만 직접 빈소를 찾은 그는 "오늘 새벽에 부고 소식을 듣고 마음이 정말 안 좋았다"며 "시상식에서 연극 무대 하시는 걸 영상으로 봤다"고 말했다. 이어 "한 번도 뵙지 못해서 아쉽다"면서 "하늘에서는 행복하게 지내셨으면 좋겠다, 진심으로"라며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빈소 앞에는 배우 임하룡, 김용건, 이일화, 윤미라를 비롯해 최근 결혼을 발표한 신민아·김우빈 등이 보낸 근조 화환이 놓였다.
가족의 뜻에 따라 장례는 가족장으로 치러진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30호에 마련됐으며, 상주에는 아내 최희정 씨와 두 자녀가 이름을 올렸다. 발인은 오는 27일 오전 6시 20분, 장지는 경기 이천 에덴낙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