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멸의 연기” 세상 떠난 대배우 이순재가 전설로 남긴 캐릭터 5가지
2025-11-25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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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드라마 역사를 함께한 레전드 배우의 발자취
스크린을 울리고 가슴을 흔든 91년의 연기 인생
한국 연기사의 기둥 같은 존재로 자리해온 배우 이순재가 25일 새벽 세상을 떠났다. 향년 91세.
그는 수십 년 동안 무대와 브라운관, 스크린을 넘나들며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했고, 세대마다 다른 모습을 보여주며 한국 드라마의 흐름을 직접 만들어온 인물로 평가된다.
고인의 대표작과 인상 깊었던 역할을 다시 돌아봤다.

◆ 허준
이순재는 MBC 사극 허준에서 스승 유의태 역을 맡아 절제된 감정 속에서도 깊은 따뜻함을 담은 연기를 보여줬다. 병자를 대하는 의관의 태도와 학문에 대한 무게를 눈빛과 호흡으로 표현해 극의 중심을 단단히 지탱했다. 유의태가 마지막을 맞는 장면에서는 인물의 생을 묵직하게 채운 내면 연기를 섬세하게 드러냈다. 이 작품은 평균 시청률 약 48.9%를 기록하며 당시 사극 최고 시청률을 올린 대표작으로 남았다.

◆ 사랑이 뭐길래
가족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에서 이순재는 현실적인 가장 '대발이 아버지'역을 연기했다. 가부장적이면서도 인간적인 모습을 드러내며 시청자들의 높은 공감을 이끌었다. 엄격한 아버지의 태도 뒤에 감춰진 부드러운 면모를 자연스럽게 섞어내면서 일상의 긴장감과 따뜻함을 동시에 담아냈다. 생활 연기의 정수를 보여준 작품으로 기억되며, 평균 시청률 약 59.6%, 최고 64.9%라는 기록적 수치를 남기며 전국적 인기를 얻었다.

◆ 거침없이 하이킥
MBC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에서는 까칠하지만 미워할 수 없는 한의사 할아버지 역할을 맡아 능청스러운 유머와 카리스마를 동시에 보여줬다. 단호한 말투와 뜻밖의 행동을 오가며 코믹한 감정선을 구현했고, 짧은 장면에서도 분위기를 단번에 전환하는 표정 연기로 많은 명장면을 남겼다. 이 작품은 평균 시청률 약 14%대를 유지했으며 마지막 회는 18%까지 상승하며 시트콤으로서는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 이산
MBC 사극 이산에서 그는 연륜이 묻어나는 영조 임금의 모습을 차분하고 깊이 있는 연기로 표현했다. 정조를 왕으로 키워내는 원칙과 신념을 안정된 발성과 묵직한 시선 처리로 드러내며 극의 무게감을 높였다. 정치적 갈등이 이어지는 전개 속에서도 인물의 중심을 흔들림 없이 잡아 사극 특유의 긴장감을 유지했고, 이 작품은 평균 시청률 약 30%대 후반을 기록하며 당시 인기 사극으로 자리했다.

◆ 리어왕
이순재는 연극 무대를 향한 열정도 늘 잊지 않았다. 셰익스피어의 비극 리어왕에서 노년의 리어 왕을 연기한 것이 대표적이다. 삶의 후회, 가족에 대한 사랑과 배신, 인간 존재의 허무함까지, 그는 깊이 있는 감정 표현으로 관객의 마음을 울렸다. 그의 연기는 단순한 연극 배우가 아닌, 인생의 철학과 감정의 진폭을 온전히 드러내는 예술가로서의 모습을 보여줬다.

고인의 모습은 연기는 나이와 상관 없이 계속될 수 있는 예술이라는 그의 신념과 삶에 대한 성찰을 반영한다.
이순재는 평생 연기의 길을 걷으며 시대가 바뀌어도 흔들리지 않는 배역 소화력을 보여줬다. 장르를 가리지 않는 캐릭터 구축 능력은 후배 배우들에게 귀감이 되었고, 그가 남긴 작품들은 한국 대중문화의 중요한 자산으로 남게 됐다.
대사 한 줄에도 진심을 담는 태도로 관객과 시청자의 신뢰를 얻어온 그의 연기 인생은 오랫동안 기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