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빨간 장갑’ 2,500포기~광주시 북구의 겨울, 이웃의 정(情)으로 익어간다
2025-11-27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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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빨간 장갑’ 2,500포기~광주시 북구의 겨울, 이웃의 정(情)으로 익어간다
[위키트리 광주전남취재본부 노해섭 기자] 차가운 늦가을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하던 27일, 광주시 북구 문흥동 종합자원봉사센터 앞마당은 이른 아침부터 후끈한 온기와 맵싸하고 고소한 양념 냄새로 가득 찼다. 이곳에서는 단순한 김치가 아닌, 우리 동네 가장 추운 곳 1,000가구의 겨울을 지켜줄 2,500포기의 ‘정(情)’이 버무려지고 있었다.
◆‘빨간 장갑’ 어벤져스의 등장
이날 행사의 주인공은, 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수십 명의 ‘빨간 장갑’ 자원봉사자들이었다. 이들은 산더미처럼 쌓인 절임 배추에, 밤새 준비한 양념을 척척 버무리며 환상의 호흡을 자랑했다. 고된 노동에도 불구하고, 봉사자들의 얼굴에는 힘든 기색 대신 “이 김치를 받고 기뻐할 이웃”을 떠올리는 흐뭇한 미소가 가득했다. 이는 단순한 봉사활동을 넘어, 이웃과 함께 겨울을 준비하는 즐거운 ‘마을 잔치’의 모습이었다.
◆반찬이 아닌, ‘겨울 생명줄’을 담다
이들이 담근 2,500포기의 김치는, 누군가에게는 단순한 밑반찬이 아니다. 홀로 겨울을 나야 하는 어르신, 경제적 어려움으로 김장철이 두려운 이웃들에게, 이 김치 한 통은 겨우내 밥상을 지켜줄 가장 든든한 ‘생명줄’이자 가장 따뜻한 ‘위로’다. 봉사자들은 김치 포기 하나하나에, “힘내시라”는 응원의 마음과 “함께 있다”는 연대의 메시지를 함께 담아냈다.
◆1,000개의 밥상 위에 피어날 ‘희망’
정성껏 버무려지고 포장된 김치는, 곧장 관내 돌봄이웃 1,000여 세대의 밥상으로 향했다. 김치통을 받아 든 어르신의 얼굴에 번지는 환한 웃음은, 봉사자들이 흘린 땀방울에 대한 가장 큰 보상이었다.
김치는 곧 사라지겠지만, 그 속에 담긴 이웃의 따뜻한 마음은 겨우내 든든한 힘이 되어줄 것이다. 북구의 겨울은, 행정의 예산만으로는 결코 채울 수 없는 ‘사람의 온기’로 이미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