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해냈다...외래 품종 밀치고 점유율 '41.1%' 뚫은 '국민 식재료' 정체

2025-12-02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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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고구마의 반란, 외래 품종을 제치다
농업 혁신의 주인공, 국산 고구마의 놀라운 성장

국산 고구마가 외래 품종 중심이던 국내 시장의 구조를 뒤흔들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지난달 27일 국산 고구마 품종 점유율이 2016년 14.9%에서 2025년 41.1%로 급증했다고 밝혔다. 10년이 채 되지 않는 기간 동안 3배 가까운 성장세를 기록한 것으로, 사실상 국산 품종이 시장의 주류로 올라서는 전환점이 된 셈이다. 농진청은 이 기세를 몰아 2030년 국산 점유율 50% 달성을 목표로 정책·육종·산업을 묶은 ‘K-고구마 시대’를 본격적으로 열겠다는 계획이다.

농민들이 고구마 수확에 한창이다 / 뉴스1
농민들이 고구마 수확에 한창이다 / 뉴스1

국산 고구마가 급부상한 배경에는 품종 경쟁력과 안정성에서의 압도적 우위가 있다. 실제로 국산 품종 재배면적은 같은 기간 2548헥타르에서 7151헥타르로 약 2.8배 확대됐다. 그 중심에는 ‘호풍미’, ‘소담미’, ‘진율미’ 등 국산 3대 품종이 있다. 이들 세 품종만으로 국산 고구마 전체의 73.5%를 차지하며 점유율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

특히 ‘호풍미’는 국산 고구마 성장세를 이끈 ‘에이스 품종’으로 꼽힌다. 병해에 강하고 이상기상에서도 수량 변동폭이 작아, 재배 안정성 면에서 외래 품종 대비 확실한 우위를 보였다. 덕분에 보급 4년 만에 재배면적 2860.7ha(16.5%)로 올라서며 전체 1위를 차지했다. 뒤이어 꿀고구마형 ‘소담미’(7.2%), 밤고구마형 ‘진율미’(6.6%), 호박고구마형 ‘호감미’(5.5%) 등이 생산성과 맛에서 골고루 높은 평가를 받으며 국산 전환을 가속시키고 있다.

지역별로는 충남 당진·논산·보령, 경기 여주·화성, 전남 해남·무안·영암 등 주요 생산지가 중심이 돼 국산 품종 보급이 빠르게 확산 중이다. 조기 재배, 하우스 재배 등 다양한 농업 환경에서도 안정성을 보여 농가 신뢰도를 한층 끌어올렸다는 분석이다.

2025년산 신품종 고구마 ‘호풍미’ / 강원도농업기술원 제공, 뉴스1
2025년산 신품종 고구마 ‘호풍미’ / 강원도농업기술원 제공, 뉴스1

국산 고구마가 ‘국민 식재료’로 확실히 자리 잡을 수 있었던 데에는 영양적 강점과 활용성도 크게 기여했다. 고구마는 전통적으로 한국인이 즐겨 먹어온 대표 구황작물이자 건강식으로 꼽힌다. 식이섬유가 풍부해 포만감을 높이고 장 기능을 돕는다. 베타카로틴, 안토시아닌 등 항산화 성분이 많아 면역력 향상·피부 건강·노화 방지에 긍정적인 효능을 가진다. 특히 최근에는 저지방·고식이섬유 특성을 활용해 다이어트 식단, 간편식, 유아식 등으로 활용도가 폭발적으로 확대됐다. 말랭이·스팀고구마·큐브형 냉동 제품 등 가공품 시장이 커지며 고구마는 ‘집밥·간식·헬스푸드·디저트’를 넘나드는 가장 대중적인 식재료로 자리 잡았다.

농촌진흥청은 이러한 고구마 소비 패턴 변화에 발맞춰 용도별 특화 품종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개발된 국산 고구마 품종은 식용·전분용·가공용·채소용·관상용 등 총 38종. 이 중 ‘신자미’와 같은 자색 고구마는 천연색소로 활용되며 제과·음료·떡류 가공 산업에서 중요한 원료로 자리 잡았다. 올해부터 보급되는 신품종 ‘보다미’는 안토시아닌 함량이 ‘신자미’의 두 배에 달하고 병해충 저항성도 높아, 자색고구마 가공 산업의 차세대 주력 품종으로 기대를 모은다.

신품종 '통채루' 고구마 / 청주시 제공, 연합뉴스
신품종 '통채루' 고구마 / 청주시 제공, 연합뉴스

채소용 ‘통채루’는 잎자루에 자색 안토시아닌이 풍부해 기능성 채소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으며, 뒤이어 녹색 채소용 신품종도 육성 중이다. 또한 ‘호풍미’, ‘소담미’, ‘진율미’ 등 기존 인기 품종을 활용한 말랭이류·큐브형 제품도 마트·편의점·온라인 등 다양한 유통 경로에서 판매되며 고구마 가공시장을 넓히고 있다.

지자체도 국산 고구마 산업을 지역 특산품과 연계하기 시작했다. 충남 당진시는 내년까지 농진청 ‘기술 보급 블렌딩 협력 모델’ 시범사업을 통해 ‘호풍미’를 원료로 한 지역 브랜드 제품(소주·약과 등)을 개발 중이다. 고구마가 단순 농산물을 넘어 지역 경제와 로컬 브랜드 산업의 핵심 소재로 진화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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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신품종 개발도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육성 중인 밤고구마형 ‘목포124호’와 꿀고구마형 ‘목포127호’는 복합 병해 저항성을 갖춘 차세대 유망 품종으로 외래 품종 대체 가능성이 높은 계통으로 평가된다. 2027년부터 농가 보급이 시작되면 ‘소담미’와 함께 수출 유망 품종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품종 고구마 '호풍미' / 강원특별자치도농업기술원 제공, 연합뉴스
신품종 고구마 '호풍미' / 강원특별자치도농업기술원 제공, 연합뉴스

전분용 ‘목포123호’는 전분 함량과 수율이 높아 전분 산업 및 소주·주정 제조 등 가공 산업에서 수입 대체 효과가 기대된다. 신품종 선정위원회 심의를 거친 뒤 2026년 품종 출원 후 보급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곽도연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장은 “국산 고구마는 맛·기능성·재배 안정성에서 외래 품종을 앞서고 있다”며 “2030년 점유율 50%를 달성하고 수출·가공 산업을 확대해 농가와 소비자가 함께 성장하는 ‘K-고구마 시대’를 열겠다”고 말했다.

외래 품종이 장악하던 시장에서 불과 몇 년 만에 점유율 40%대를 돌파한 국산 고구마. 식탁과 농업, 지역 경제까지 확장되는 이 변화는 단순한 품종 경쟁을 넘어 한국 농업 경쟁력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으로 평가된다.

<고구마 주요 품종 한눈에 정리>

1. 식용 품종

① 호풍미(2021)

호박고구마형

재배 안정성 우수

복합 내병성 탁월

② 소담미(2020)

꿀고구마형

고당도·외관 우수

수출 유망 품종

③ 진율미(2016)

밤고구마형

밤고구마 점유율 1위(60%)

조기 재배에 강하고 다수성

④ 목포127호(유망계통)

꿀고구마형

고당도

복합 내병성

외래 품종 대체 가능성 높음

2. 식품·가공용 품종

① 보다미(2024)

고안토시아닌 품종(409.8mg/100g, ‘신자미’의 2배)

색소·가공 산업에 최적화

② 통채루(2020)

잎자루를 껍질째 섭취 가능

안토시아닌·비타민·루테인 고함유

기능성 채소용 고구마

③ 목포123호(유망계통)

고전분 품종

수량 많고 복합 내병성

전분·주정·가공 산업용으로 유망

home 김희은 기자 1127khe@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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