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년의 기다림, ‘고향의 사랑’으로 마침표를 찍다~곡성 소아과, 기적을 쓰다

2025-11-27 16:45

add remove print link

65년의 기다림, ‘고향의 사랑’으로 마침표를 찍다~곡성 소아과, 기적을 쓰다

[위키트리 광주전남취재본부 노해섭 기자] 1965년, 대한민국에 소아과 전문의 제도가 처음 생긴 이래, 전남 곡성의 아이들은 단 한 번도 자신들의 동네에서 소아과 의사를 만나본 적이 없었다. 아이가 아프면, 부모는 왕복 2시간이 넘는 ‘원정 진료’ 길에 올라야 했고, 그 길 위에서 아이의 숨소리 하나하나에 가슴을 졸여야 했다. 그 길고 길었던 65년의 불안과 기다림이, 마침내 ‘고향사랑기부금’이라는 기적의 씨앗을 만나 ‘매일 만나는 소아과’라는 희망의 꽃을 피워냈다.

◆2,400명의 아이들, 모두 ‘우리 동네 주치의’를 만났다

지난 5월 문을 연 ‘곡성에서 매일 만나는 소아과’는, 지난 6개월간 무려 2,428명의 아이들을 진료했다. 곡성군 전체 소아청소년 인구가 약 2,400명임을 감안하면, 사실상 모든 아이가 단 한 명의 낙오도 없이 ‘우리 동네 주치의’를 만난 셈이다. 영유아 건강검진과 예방접종률은 최대 87%나 급증하며, ‘가까운 곳에 믿을 수 있는 병원 하나’가 아이들의 건강에 얼마나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지를 숫자로 증명해 보였다.

◆만족도 100점, 비결은 ‘친절한 설명’

군이 실시한 만족도 조사에서, ‘진료 전반 만족도’는 놀랍게도 100점 만점을 기록했다. 부모들이 꼽은 최고의 만족 요인은, 의사의 권위가 아닌 ‘친절하고 자세한 설명’이었다. 군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설명하는 소아과’라는 주민 강좌를 열어, 아이들 약 먹이는 법, 항생제 처방 기준 등 부모들이 평소 가장 궁금해했던 질문들을 전문의가 직접 답해주는 소통의 장을 마련하며 폭발적인 호응을 얻고 있다.

◆불안이 사라지자, 아이 울음소리가 늘었다

소아과의 탄생은, 단순히 몸의 병만 고친 것이 아니었다. 부모들의 마음속 깊이 자리 잡고 있던 ‘불안’이라는 병을 함께 치유했다. 올해 초 쌍둥이를 출산한 한 엄마는 “이제는 멀리 가는 동안 아이가 더 나빠질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 ‘심리적 안정’은, 놀랍게도 출생아 수 증가라는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졌다. 2022년 44명에 불과했던 곡성의 출생아 수는, 2024년 87명으로 두 배나 늘었고, 올해도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국에서 보내온 ‘마음’이 만든 기적

이 모든 기적의 시작은,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전국의 기부자들이 보내준 ‘고향사랑기부금’이었다.

조상래 곡성군수는 “이곳은 단순한 병원이 아니라, 전국의 따뜻한 마음이 모여 만들어낸 ‘희망의 증거’”라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곡성의 작은 소아과는, 고향사랑기부금이 어떻게 한 지역의 65년 묵은 숙원을 해결하고, 아이들의 미래를 바꾸는 ‘가장 따뜻한 힘’이 될 수 있는지를, 온몸으로 증명하고 있었다.

home 노해섭 기자 nogary@wikitree.co.kr

NewsCh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