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멸의 벼랑 끝에서, 곡성은 ‘학교’를 다시 세웠다
2025-11-27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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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한 명이 아쉬운 동네, ‘교육’으로 대한민국을 가르치다
[위키트리 광주전남취재본부 노해섭 기자]전남에서 두 번째로 인구가 적고, 주민 10명 중 4명이 65세 이상인 초고령 사회. 학생 수는 고작 1,800여 명. 지도 위에서 사라질지 모른다는 위기감에 휩싸였던 전남 곡성이, 지금 대한민국 지방 소멸의 해법을 ‘교육’에서 찾으며 가장 혁신적인 ‘희망의 교과서’를 써 내려가고 있다. 그 중심에는 전국 최초의 민·관·학 통합 교육 플랫폼, ‘곡성군미래교육재단’이 있다.
◆절망의 끝에서 던진 승부수, “교육이 미래다”
7년 전, 인구 3만 명 선이 무너지며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사라져가던 곡성은, 절망의 끝에서 가장 대담한 승부수를 던졌다. 공장이나 보조금이 아닌, ‘사람을 키우는 교육’에 지역의 명운을 걸기로 한 것이다. 이는 단순히 좋은 학교를 만드는 수준을 넘어, 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든 군민이 배우고 성장하며, 교육이 지역을 살리는 선순환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거대한 꿈이었다. 그 꿈은 2020년, 군과 교육청, 그리고 지역사회가 하나의 팀이 된 ‘곡성군미래교육재단’의 출범으로 현실이 됐다.
◆벽을 허문 ‘교육 컨트롤타워’
재단의 가장 큰 힘은 ‘따로 또 같이’가 아닌, ‘완벽한 원팀’에 있다. 매주 목요일 아침이면 군청, 교육청, 재단의 실무팀장들이 한자리에 모여 머리를 맞대고, 두 달에 한 번은 군수와 교육장이 직접 만나 큰 그림을 그린다. 이 끈끈한 협력은, 행정의 칸막이를 허물고 지역의 모든 교육 자원을 하나로 엮어,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곳에 가장 신속하게 지원하는 ‘교육 컨트롤타워’의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하고 있다.
◆동네 전체가 ‘거대한 학교’가 되다
재단은 아이들을 교실에만 가두지 않았다. 동네 빵집 사장님은 제빵 선생님이 되고, 지역의 농부는 생태 해설사가 된다. 아이들은 ‘꿈키움마루’에서 코딩과 AI를 배우고, ‘곡성형 진로 시스템’을 통해 지역의 선배들을 만나 자신의 미래를 설계한다. 악기를 배우고 싶은 아이는 누구나 ‘청소년관현악단’의 단원이 될 수 있고, 공부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는 동네 어른 선생님과 1:1로 만나 다시 일어설 용기를 얻는다. 곡성에서는, 동네 전체가 아이들을 위한 거대한 ‘배움의 놀이터’가 되는 마법이 펼쳐지고 있다.
◆가르침이 일자리가 되는 ‘선순환의 기적’
곡성의 교육 혁명은 아이들에게만 머무르지 않는다. 재단은 ‘시민아카데미’, ‘성인문해교육’ 등을 통해 어른들의 배움에 대한 갈증을 풀어주는 한편, 이들을 생태, 역사, 코딩 등 다양한 분야의 ‘지역 강사’로 키워낸다. 현재 185명의 주민 강사가 재단의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매달 8,500만 원의 소득을 올리고 있으며, 이는 ‘배움이 곧 일자리가 되고, 지역 경제를 살리는’ 놀라운 선순환의 기적을 만들어내고 있다.
◆소멸의 땅에서, 희망을 가르치다
곡성군미래교육재단의 도전은, 인구 소멸이라는 시대적 과제 앞에서, 교육이 어떻게 지역의 미래를 바꿀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생생한 증거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다시 돌아오고, 주민들이 ‘선생님’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활력을 찾고 있는 곳. 곡성은 이제 ‘사라질 위기의 지역’이 아닌, ‘교육으로 희망을 쓰는 지역’으로, 대한민국에 가장 희망적인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