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화재 참사로 소방관 1명 포함 83명 사망
2025-11-28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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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웡 푹 코트’ 화재 참사…실종 수색 계속
홍콩 북부 고층 아파트 화재 참사가 사망자 80명을 넘기며 최악의 재난으로 번지고 있다.

연합뉴스·로이터·AP통신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보도에 따르면 지난 26일 밤 발생한 타이포 지역 고층 아파트 단지 ‘웡 푹 코트’ 화재와 관련해 사망자가 이날 기준 83명으로 늘었고 부상자는 76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순직 소방관 1명이 포함됐다. 위독한 부상자도 12명에 달하고 28명이 중상을 입은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현지 언론들은 27일 오후 10시 기준 사망자가 75명이라고 전했으나 밤새 수색과 치료가 이어지면서 피해 규모가 빠르게 커졌다. 실종자 수는 한때 279명으로 발표됐지만 당국은 구조 작업이 끝난 뒤 최종 집계를 내놓겠다고 밝혔다. 고층부에서 아직도 구조 요청이 잇따르고 있다는 설명도 나왔다.

화재가 난 아파트는 로비층 포함 32층 높이의 주거용 고층 단지다. 2000가구가 넘는 8개 동으로 구성돼 있으며 이 중 7개 동이 화재 영향을 받았다. 불은 발생 뒤 약 하루가 훌쩍 지난 시점에 큰 불길이 잡혔지만 일부 동에서는 잔불이 남아 재점화 방지 작업이 계속되고 있다. 수색 현장에는 소방관 1200명 이상이 투입됐고 계단과 내부 통로를 통해 주민들을 구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화재 확산의 결정적 원인으로는 아파트 외벽 보수 공사에 쓰인 가연성 자재들이 지목됐다. 현지 조사에 따르면 대나무 비계와 공사용 안전망 그리고 창문 파손을 막기 위해 덧댄 스티로폼 등이 불길의 통로가 되며 한 동에서 다른 동으로 불이 번졌을 가능성이 크다. 스티로폼은 불이 붙으면 순식간에 타오르고 연기를 대량으로 내뿜는 고가연성 재료다.

당국은 보수 공사 관련 건설사 임원 3명을 과실치사 혐의로 체포해 화재 원인과 책임 소재를 조사 중이다. 홍콩 행정장관 존 리는 기자회견에서 화재가 발생한 7개 동은 모두 통제된 상태라고 전했다. 동시에 도시 전역의 대나무 비계를 금속 비계로 단계적으로 교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주요 시공업체들에 방염 자재 사용 증빙 서류를 제출하도록 요구했다. 홍콩 반부패 기구도 보수 공사 과정에 부패가 있었는지 들여다볼 태스크포스(TF)를 꾸리겠다고 밝혔다.
피해 주민 지원도 진행되고 있다. 홍콩 당국은 9개 대피소를 가동해 이재민을 수용하고 있으며 청년숙소와 호텔 객실 1000개를 확보해 일시 거처로 제공하기로 했다. 이후에는 임시 거주용 보조 주택 1800채로 옮겨 생활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현장에서는 주민들이 실종자 수색을 돕기 위한 연락망을 만들고 헌혈자를 모으는 등 자발적 지원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참사는 1948년 176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대형 창고 화재 사건 후 77년 만에 홍콩에서 발생한 최악의 화재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 당국은 공식 수색이 끝나는 대로 최종 사망자와 실종자 규모를 다시 발표할 예정이며 화재 안전 규정 전반을 재점검하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