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56년 전 작품인데…한국서 최초 개봉해 반응 난리 난 '5점 만점' 명작
2025-11-29 19:00
add remove print link
56년 만에 빛난 영화의 비밀
금기를 깬 예술가의 도전
56년을 기다린 걸작이 마침내 한국 관객과 만났다. 지난 26일 세르게이 파라자노프 감독의 '석류의 빛깔'(1969)이 전국 CGV와 예술영화관에서 개봉했다.

영화는 단 43개 스크린에도 개봉 전 실시간 예매 5000매, 전체 예매율 10위라는 놀라운 결과를 기록하며 예비 관객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증명했다.
영화는 18세기 아르메니아의 음유시인 사야트 노바의 일생을 은유와 상징으로 담은 작품이다. 전기 드라마적 재현보다는 조형적이고 상징적인 구성으로 서사가 진행되며, 시인의 삶을 색과 빛, 소리, 향기로 빚어낸 영화로 평가받는다.
아르메니아 출신의 영화감독이자 예술가인 세르게이 파라자노프는 혁신적인 작품 세계로 세계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파라자노프 감독은 각본, 감독, 안무, 의상, 프로덕션 디자인의 세부를 직접 설계해 관객의 능동적 지각을 촉구했다. 카메라의 움직임과 대사를 최소화하고 몽타주의 문법에서 이미지를 해방시킨 시도는 급진적인 형식 실험의 맥을 잇는다.

영화는 한동안 국가의 체제와 검열로 시대에 묻혀 있었다. 소련 당국은 영화의 역할을 교육과 계몽으로 규정했지만, 파라자노프는 정지된 이미지와 상징적 구성을 통해 전혀 다른 예술적 표현을 시도했다.
당국은 영화가 시인을 교육적으로 소개하지 않는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작품 전반에 걸친 종교적 이미지도 검열의 표적이 됐다. 특히 아르메니아 민족 정체성을 강하게 드러낸다는 점이 결정적인 갈등 요소였다. 소련은 민족들의 연방을 표방했지만, 그와 별개로 문화와 예술 분야에서는 민족주의와 분리주의로 해석될 수 있는 표현에 극도로 민감했기 때문이다.
이후 본격적인 간섭이 시작됐다. 원제 '사야트 노바'에서 '석류의 빛깔'로 제목이 변경됐고 크레딧에서는 사'야트 노바'의 이름이 삭제됐다. 이는 정체성을 희석하려는 조치였다.
모스크바 국가영화위원회는 배급을 통제하며 해외 유통을 막았고 결국 소련 감독 세르게이 유트케비치가 재편집한 73분 러시아어 버전이 만들어졌다.
영화의 진가를 알아본 이는 할리우드 거장 마틴 스콜세이지였다. 그는 2007년 설립한 세계 영화 프로젝트(World Cinema Project, WCP)를 통해 시간과 기술을 쏟아 4K로 복원하는 프로젝트를 감행했다.
그 결과,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복원본은 기존 73분 버전이 아닌 원본에 가까운 80분 버전으로, 감독의 본래 의도가 더욱 살아났다. 2014년 칸영화제 클래식 부문에도 진출하는 쾌거를 달성했다.
그 후 10여 년의 시간 동안 영화는 시네필들과 미술 애호가들에 의해 끊임없이 회자됐다. 각계 예술가들에게도 영감을 선사한 걸작으로 자리 잡았다. 대표적으로 레이디 가가의 뮤직비디오 911가 영화의 장면과 구도를 참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돈나의 뮤직비디오 베드타임 스토리 속 포도를 밟는 장면 또한 석류의 빛깔에 대한 직접적 오마주로 유명하다.
작년 한국에서 개봉해 18만 관객을 매료시킨 영화 '더 폴 디렉터스 컷'의 타셈 감독은 영화 개봉을 기념해 내한한다. 그는 '더 폴 디렉터스 컷'이 '석류의 빛깔'에 큰 영향을 받았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타셈 감독은 더 폴 개봉 당시 앵콜 내한을 약속했고 이를 지키기 위해 특별히 GV에 직접 등판한다. 이번 작품을 수입하고 배급한 곳이 '더 폴 디렉터스 컷'의 배급사 오드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개봉 이후 반응은 뜨겁다. 씨네21 평론가 박평식은 10점 만점에 별점 3개 반(5점 만점에 3.5점)을 부여했으며, "고통과 허무를 으깬 이미지의 사제"라 호평했다. 이용철 평론가 역시 별 5개 만점을 주며 "다시는 보지 못할 영화의 빛깔"이라는 극찬을 했다.
네티즌들 역시 "심장이 뛰는 미장센이다 증말..", "이번생에 극장에서보는 일은 없을 줄 알았는데 이게 되네", "분위기 미쳤다...", "상영하는 관 좀 늘려주세요", "장면 하나하나가 다 예술이네;;;", "극장에 갈 이유", "헐 이게 나와", 미쳤다...." 등 기대감을 드러냈다.
'석류의 빛깔'은 지금 전국 CGV와 예술영화관에서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