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점포서 아이스크림 훔친 여고생 극단선택 '일파만파'
2025-11-28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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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0원 아이스크림 훔친 18살 우리 딸이 죽을죄를 지었습니까?”
충남 홍성의 한 무인점포에서 5000원 상당의 물건을 훔친 여고생이 업주의 보안카메라(CCTV) 영상 유포로 수치심을 이기지 못해 극단 선택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28일 한국NGO신문에 따르면 지난 9월 충남 홍성군 A고교 2학년 이 모(18) 양이 자택 방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사인은 극단 선택으로 확인됐다.

숨진 이 양은 자신의 학교 인근 아이스크림 무인점포에서 2~3차례 계산 없이 물건을 가져간 것으로 보인다.
이 양은 사망 하루 전 친구와 나눈 소셜미디어(SNS) 대화에서 "돈이 없어서 할인점(무인점포)에서 물건을 훔쳤다"고 인정했다. 또 다른 친구에게는 훔친 금액이 "5000원 정도"라고 실토했다.
이 양의 아버지가 홍성경찰서에 제출한 고발장에 따르면, 무인점포 업주는 범행 장면이 담긴 CCTV 영상 캡처 사진을 평소 알고 지내던 공부방 대표에게 건넸다.
공부방을 학생들이 다수 이용하기 때문인데, 공부방 대표는 "누군지 알아보라"며 이를 학생들에게 다시 배포했다.
그 과정에서 이 양의 얼굴은 모자이크 처리 없이 삽시간에 지역 학생들 사이에 퍼졌다. 한 다리 걸치면 다 아는 작은 지역 특성상 소문은 곧바로 가족들 귀에 들어갔다.
이 양의 오빠는 극단 선택 전날 이 사실을 어머니에게 알렸고, 어머니는 다음 날 무인점포 업주와 만나기로 했으나 이 양은 밤새 불안에 시달리다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사망 전 이 양은 친구와의 SNS 대화에서 극심한 두려움과 압박을 호소했다.

“어떡하지, 심장 떨려… 몇 배 물어야 한다는데, 오늘 정말 XXXXX”, “뒤에서 수군거리고, 소문을 내가 어떻게 감당해” 등의 메시지를 남기며 불안정한 심리 상태를 드러냈다.
이 양 사건의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베스트로 변호사는 매체와 통화에서 "사망 직전 친구들과 대화에서 '홍성에서 어떻게 얼굴 들고 다니냐. 학교에 다닐 수 없다. XXXXXX 될지 XXXX 될지 고민이다’라는 말이 반복됐다"고 설명했다.
이 양은 평소 밝은 성격의 학생으로 알려졌다. 학교생활기록부에는 "늘 맑고 명랑한 태도로 웃으며 인사하는 예쁜 학생으로, 교우 관계가 원만하고 낙천적이며 남의 의견을 존중할 줄 안다"고 기록돼 있다.
그런 성격의 학생이 지역 전체의 낙인과 조롱의 시선에 노출되자 감당하기 어려운 심리적 압박에 무너졌다는 게 유가족의 설명이다.
이 양의 아버지는 "딸은 참기 힘든 수치심과 모욕감에 시달렸다. 딸이 느꼈을 절망과 두려움을 생각하면 지금도 숨이 막힌다"며 "아이의 핸드폰 속 마지막 문자를 보며 매일 눈물 속에 살아가고 있다"고 호소했다.
유가족은 무인점포 업주와 공부방 대표를 개인정보보호법 및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홍성경찰서에 고발한 상태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