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계약 해제율 7.4%... 해제한 사람들, 평균 1억3683만원씩 날렸다
2025-11-30 10:12
add remove print link
성동구 해제율은 무려 10% 넘어
올해 서울 아파트 매매 계약을 했다가 해제한 비율이 2020년 조사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연초부터 잇달아 발표된 정부의 규제 및 대출 정책 변화로 시장의 불확실성이 극도로 커지면서 주택 거래 시장이 심각하게 불안정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계약 해제로 인해 매수자와 매도자가 날린 위약금 규모 또한 수천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30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에 신고된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를 분석한 결과,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신고된 거래 건수 7만5339건 가운데 현재까지 해제 신고가 이뤄진 경우는 총 5598건이었다. 이는 전체 계약의 7.4%에 이른다. 해제율이 국토교통부가 실거래가 자료에서 계약 해제 여부를 공개하기 시작한 2020년 이후 가장 높다. 2020년 서울 아파트 평균 계약 해제율은 3.8%다. 또 기준금리 인상과 거래 절벽이 심화했던 2022년의 해제율은 5.9%다. 2023년과 지난해에는 각각 4.3%, 4.4% 선으로 해제율이 낮아졌다. 올해 해제율이 이례적으로 높은 셈이다.
계약 해제로 인한 금전적 피해 규모도 막대하다. 현재까지 신고된 해제 계약의 총 거래금액은 7조6602억 원, 계약당 평균 거래 가격은 13억6838만 원이다. 부동산 매매 계약 시 통상 위약금을 총 거래금액의 10%로 설정하는 점을 고려하면 해제로 인해 매수자와 매도자가 포기하거나 물어줘야 할 위약금은 총 7660억2000만 원에 달한다. 계약당 평균 1억3683만 원씩 날린 셈이다. 이처럼 막대한 금액을 포기하면서까지 계약을 해지했다는 것은 계약 이후 시장 상황이나 매수자의 자금 조달 계획에 심각한 변동이 생겼다는 방증이다.
올해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늘어난 가운데 연초의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및 확대 재지정, 6월 새 정부 출범 후 6·27 대출 규제로 돈줄 죄기가 본격화된 점, 9·7 공급대책, 10·15 규제지역 확대 등 굵직한 대책들이 연이어 발표되면서 시장 변동성이 크게 출렁였다. 잦은 정책 변화가 거래 당사자들의 계약 번복을 부추겼다. 정부가 부동산 시장의 불안정성을 해소하기 위해 내놓은 각종 정책이 시장 참여자들의 혼란을 가중해 심리적 위축을 초래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급변하고 대출 한도가 수시로 조정돼 초기 계약 시점에는 자금 조달이 가능했던 매수자들도 계약 잔금일이 다가오면서 계획에 차질이 생겨 계약을 포기하는 사례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월별 계약 해제율 변화를 보면 정책 변동에 따른 시장 민감도가 여실히 드러난다. 연초 1월 6.8%, 2월 6.6%였던 해제율은 서울시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강남3구와 용산구로 확대 재지정한 뒤 3월 8.3%, 4월 9.3%, 5월 9.9%로 가파르게 높아졌다. 이 시기는 규제 지역 확대 직전 매수 심리가 일시적으로 과열됐다가 규제 발표 이후 투자 심리가 급랭했던 시점과 맞물린다. 6·27 대출 규제로 금융 압박이 시작된 6월에는 해제율이 10.6%로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고, 7월에도 10.1%로 10%대를 넘겼다.
구별 해제율을 보면, 올해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 1위 지역인 성동구의 1월부터 이달까지 누적 해제율이 10.2%로 서울 25개 구 가운데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는 용산구(10.1%)가 뒤를 이었고, 중구(9.8%), 중랑구(9.3%), 서대문구(9.0%), 강동구(8.7%), 강남구(8.6%) 등의 순으로 해제율이 높게 나타났다. 이들 지역은 최근 몇 년간 개발 호재 기대감이나 신축 아파트 입주 등으로 집값이 급등했거나 투기 수요가 몰렸던 곳이다. 집값 상승기에 가격 급등을 기대하고 계약했다가 정책 변화나 금리 인상 등으로 불확실성이 커지자 계약을 해지한 사례가 많았음을 시사한다. 특히 강남구와 용산구의 높은 해제율은 강력한 규제책이 발표된 직후 고가 아파트 거래를 중심으로 계약 파기가 집중됐음을 보여준다.
일각에서는 시장의 변동성을 이용해 '가격 띄우기' 목적으로 허위 계약 신고를 했다가 해제하는 '자전거래' 의혹도 제기된다. 실제로 거래가 이뤄지지 않았음에도 높은 가격에 허위 신고를 해 시세를 조작하고, 일정 기간이 지난 후 계약을 해제해 시장 분위기를 교란하는 행위가 늘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찰과 국토교통부는 이러한 허위 계약 신고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있지만, 매도인과 매수인이 합의해 신고를 했다가 해제하는 행위 자체를 법적으로 처벌하기는 어려워 사각지대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송파구는 계약 해제율이 5.1%로 서울 25개 구 가운데 가장 낮았다. 송파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연합뉴스에 "이 지역 아파트 거래를 주도하는 잠실이 장기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있음에도 정책 변화에 휘둘리지 않고 실입주를 희망하는 실수요층이 꾸준히 유입됐다는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은 투기 목적의 갭투자가 원천적으로 차단돼 실수요자 중심의 거래가 이뤄지기에 허가구역 해제나 확대 등 정책 변동에도 계약 파기율이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난 것으로 풀이된다. 송파구 다음으로는 관악구와 강서구가 각각 5.6%를 기록했고, 구로구(6.1%), 은평구(6.2%), 도봉구(6.3%) 등의 순으로 해제율이 낮게 나타났다. 이들 지역은 비교적 중저가 아파트가 많고 투자 수요보다는 실수요자 비중이 높아 시장 변동성에 덜 민감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지난달 20일부터 서울 전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확대되면서 규제 직전까지 막판 갭투자 매수세가 몰렸던 것을 고려하면, 앞으로 집값이 크게 하락하지 않는 이상 최종 해제율은 6~7월처럼 10%대를 유지하기보다는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현재 10월과 11월의 해제율은 각각 2.5%, 1.0% 선으로 낮지만, 부동산 거래 신고 후 계약 해제 신고 기간의 시차로 인해 시간이 갈수록 해제 신고는 증가할 전망이다. 최종적으로 올해의 계약 해제율은 이보다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며, 이는 13억 원대의 서울 아파트 한 채를 계약했다가 1억3683만 원이라는 막대한 위약금을 날린 사람들이 그만큼 많았음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