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병만 들고 있어도 단속…내년부터 술 마시면 과태료 낸다는 ‘이곳’
2025-12-01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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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 적발 시 과태료 10만원
주류 옮겨 마시는 행위도 단속 대상
탑골공원에서 술을 마시던 풍경이 내년 봄부터는 과태료 단속 대상이 된다.

종로구는 탑골공원의 역사성과 공공성을 회복하기 위해 공원 내외부를 금주구역으로 지정하고 내년 4월 1일부터 음주 적발 시 1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고 1일 밝혔다.
◈ 계도 4개월 거친 뒤 본격 단속…술병 들고 있어도 적발
종로구는 지난달 20일 탑골공원 안팎을 관내 1호 금주구역으로 지정했다. 다만 제도가 바로 시작되면 이용객 혼란이 생길 수 있는 만큼 이달 1일부터 내년 3월 31일까지는 계도기간을 운영한다. 이 기간에는 금주 안내와 홍보에 집중하고 이후에는 본격적인 단속과 과태료 부과가 이뤄진다.
단속 대상은 공원에서 술을 마시는 행위뿐 아니라 열린 술병을 들고 있는 경우도 포함된다. 술을 다른 용기에 옮겨 마시는 방식으로 규정을 피하려는 행위도 같은 기준으로 적발 대상이 된다.
이번 조치는 탑골공원이 1919년 기미독립선언서가 낭독되며 만세운동이 확산된 상징적 공간이라는 점을 다시 강조하는 의미도 담고 있다. 종로구는 무분별한 음주로 인해 공원의 공공성이 훼손되고 문화유산 관람 환경이 저해된다는 지적이 이어져 온 만큼 금주구역 운영을 통해 공원의 정체성을 회복하겠다는 입장이다.

종로구는 탑골공원 질서 회복을 위한 조치를 단계적으로 이어왔다. 지난 8월에는 공원 안에서 바둑과 장기 같은 오락 행위를 전면 금지하고 장기판과 의자 등을 철거했다.
어르신들이 삼삼오오 모여 두던 바둑·장기판이 탑골공원의 상징처럼 여겨졌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음주 고성방가 쓰레기 투기 등 무질서가 겹치며 민원이 이어졌고 시비나 폭력 문제까지 불거졌다는 게 구의 판단이었다. 구는 당시 단속과 캠페인을 병행해 자진 정리를 유도했고 그 결과 공원 내 무질서가 눈에 띄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 국보 지킨다…석탑 보호각 손보고 공원 전면 재정비
음주 단속과 함께 공원 핵심 문화유산인 국보 ‘원각사지 십층석탑’ 보존 사업도 같이 추진된다. 원각사지 십층석탑은 1467년 조선 세조 때 조성된 석탑으로 조선시대 불교 석조건축을 대표하는 유산이며 1962년 국보로 지정됐다.

현재 석탑을 둘러싼 유리 보호각은 1999년 설치돼 산성비와 조류 배설물 등 외부 오염으로부터 석탑을 지켜왔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내부 결로와 통풍 부족 문제가 커졌고 반사광 때문에 관람이 불편하다는 지적도 지속됐다. 주변 경관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평가까지 더해져 개선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종로구는 지난달 26일 보호각 개선을 위한 기본설계 용역 착수보고회를 열고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지난해 확보한 1억원 규모 예산을 바탕으로 보호각 철거와 개선 석탑 이전 등 4개 이상의 대안을 설계에 반영할 예정이다.
내년 2월 최종보고회를 거쳐 3월 기본설계를 확정하고 국가유산청 위원회 심의를 통해 국가예산을 추가로 확보한 뒤 공사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보존성과 관람환경을 함께 높이는 방안을 찾겠다는 방향이어서 향후 설계 결과에 따라 공원 안 유산 전시 방식도 달라질 수 있다.

공원 전반을 손보는 정비 사업도 병행된다. 종로구는 서문 이전과 복원 담장 정비 역사기념관 건립 조경과 편의시설 확충 등을 포함한 종합 개선을 준비 중이다. 단순한 음주 단속에 그치지 않고 공원의 구조와 동선 콘텐츠까지 함께 정비해 시민 누구나 편하게 찾는 공간으로 바꾸겠다는 의도다.
정문헌 종로구청장은 탑골공원이 대한민국 자주독립의 뜻을 전 세계에 알린 상징적 장소라는 점을 강조하며 금주 금연 관리 강화와 국보 보존 관람 환경 개선을 동시에 추진해 공원을 더 안전하고 열린 공간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