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는 도끼에 발등’~나주 남부권 응급의료체계, 원점서 재출발

2025-12-01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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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트너 의료재단, 응급실 운영 합의 뒤집고 협약식 ‘두 번 노쇼’…주민들 ‘분노’

[위키트리 광주전남취재본부 노해섭 기자]지난 수년간 나주 남부권 주민들의 숙원이었던 응급의료체계 구축 사업이, 파트너 의료재단의 거듭된 약속 파기로 끝내 백지화됐다. 나주시는 재단과의 협력을 공식 종료하고, 원점에서 대안 마련에 착수하겠다고 선언했다. 병원 문이 열리기만을 손꼽아 기다려온 주민들은 허탈감과 함께, 재단의 행태에 대한 거센 분노를 쏟아냈다.

나주시가 지난 11월 28일 나주시보건소에서 남부권 응급의료체계 구축 사업 종료와 관련해 주민설명회를 개최했다.
나주시가 지난 11월 28일 나주시보건소에서 남부권 응급의료체계 구축 사업 종료와 관련해 주민설명회를 개최했다.

#두 번의 ‘노쇼’, 신뢰는 무너졌다

나주시는 지난 28일, 150여 명의 주민이 참석한 가운데 설명회를 열고 그간의 추진 경과와 사업이 무산된 배경을 투명하게 공개했다. 시에 따르면, 모든 문제는 파트너 의료재단의 ‘신뢰할 수 없는 행보’에서 비롯됐다.

시는 2022년 12월 재단과 업무협약을 맺고, 응급의료기관 운영을 위한 모든 행정적 지원을 약속했다. 그러나 재단 측은 올해 9월, 돌연 이사회를 통해 ‘응급의료기관 운영 불가’를 통보하며 첫 약속을 깼다.

이후 시는 수차례 재협의 끝에, ‘응급실’ 대신 ‘당직의료기관’을 5년간 운영하는 것으로 한발 물러서 합의를 이끌어냈다. 하지만 재단은 10월 29일 실시협약 서명까지 마쳐놓고도, 11월 12일과 14일, 두 차례나 예정됐던 협약식에 나타나지 않는 상식 밖의 행동으로 모든 신뢰를 무너뜨렸다.

강용곤 보건소장은 “두 차례에 걸친 약속 불이행으로, 더 이상 해당 재단과의 협력을 전제로 사업을 지속하는 것은 시민 안전과 행정 신뢰 측면에서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며 협력 관계의 최종 종료를 공식화했다.

#“시민 생명 담보로 한 장사” …격앙된 주민들

설명회에 참석한 주민들은 재단의 행태에 격앙된 반응을 쏟아냈다. 한 주민은 “재단의 요구는 응급실이 절실한 주민들을 이용해 과도한 보조금을 챙기려는 행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시민 서명운동을 해서라도 법적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협상 과정에 직접 참여했던 한 민간위원 역시 “재단 측이 요구한 재정지원 조건들은 주민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터무니없는 수준이었다”고 증언하며, 시의 결정에 힘을 실었다.

#‘포기 아닌 새 출발’…나주시는 즉각 대안 마련 착수

나주시는 이번 협력 종료가 ‘사업 포기’가 아닌, ‘새로운 시작’임을 분명히 했다. 강용곤 보소장은 “특정 재단과의 사업은 무산됐지만, 남부권 응급의료체계를 구축하겠다는 목표 자체는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보다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사업을 다시 설계하겠다”고 약속했다.

시는 우선 응급의료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인근 응급의료기관과의 협력 강화 ▲남부권 특화 사설 구급차 365일 운영 ▲응급환자 이송비 지원 등 즉각적인 대응 방안 마련에 착수했다.

수년간의 노력이 물거품이 된 것에 대한 아쉬움 속에서도, 주민들은 “이번 협상 과정을 원동력 삼아, 더 나은 대안을 찾아달라”며 시의 새로운 출발에 힘을 보탰다. 주민들의 눈물을 닦아줄 나주시의 ‘플랜 B’가 조속히 마련될 수 있을지, 지역 사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home 노해섭 기자 nogary@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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