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만 먹을 수 있는 '이 라면', 순서를 지켜야 비린내가 없어집니다
2025-12-01 19:23
add remove print link
굴의 비린내를 잡는 숨은 비법
12월 제철음식 굴을 라면에도 넣을 수 있다.

이는 겨울철만 되면 슬쩍 생각나는 별미다. 바다 내음이 국물 속에서 은근히 살아나고, 따끈한 면발은 겨울 저녁의 허기를 단번에 달랜다. 하지만 누구나 걱정하는 문제가 있다. 비린내다. 굴은 신선도가 좋아도 조리 과정에서 비린 향이 더 두드러지기 때문에, 올바른 준비와 조리 순서를 모르면 맛이 크게 달라진다.

라면에 굴을 넣을 때 가장 먼저 떠올려야 할 포인트는 굴 손질이다. 비린내의 대부분은 굴 표면에 남은 바닷물과 점액질에서 시작된다. 흐르는 물에 가볍게 헹구고, 소금 한 작은술과 밀가루를 조금 넣어 조물조물 씻어주면 점액질이 빠져 나온다. 이 과정을 거치면 굴 특유의 고소하고 단정한 향만 남고, 국물 속에서 풍미가 깔끔하게 살아난다.
비린내를 더 줄이려면 라면 국물에 들어갈 향 채소를 적절히 활용하면 좋다. 대표적인 것이 대파다. 파를 송송 썰어 넣는 정도로는 부족하고, 파 흰 부분을 길게 잘라 냄비 바닥에서 먼저 볶아 향을 충분히 내는 편이 낫다. 기름 한 방울 두르고 1분 정도만 볶아도 비린내를 잡는 향이 국물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여기에 마늘을 너무 많이 넣으면 굴 향이 사라지기 때문에 통마늘 반쪽 정도만 향을 더해주는 것으로 충분하다. 생강을 소량 사용하는 방법도 있다. 생강 특유의 직선적이고 따뜻한 향은 굴 비린내와 잘 어울리지만, 과하면 역한 맛이 생기니 손톱만 한 크기 한 조각이면 충분하다.

라면을 끓일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굴을 언제 넣느냐의 문제다. 대부분 라면 면발과 함께 끓여 버리는데, 이렇게 하면 굴의 수분이 빠져 질겨지고 비린내가 남는다. 정답은 거의 마지막 단계다. 물이 끓으면 먼저 스프를 넣고 기본 육수를 만든 뒤, 면을 평소보다 30초 정도 덜 익힌 시점에서 굴을 넣어야 한다. 굴은 열에 오래 노출될수록 맛과 식감이 무너지므로 30초에서 1분만 익히는 것이 적당하다. 이 짧은 시간 동안만 익혀도 굴의 육즙이 살짝 국물에 베어 자연스러운 감칠맛이 완성된다.
국물의 비린 향을 한 번 더 억제하고 싶다면 라면 스프를 전부 넣지 말고 80퍼센트 정도만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일반 라면 스프는 간이 강하고 향이 복잡해 굴 향과 섞이면 다소 탁한 맛을 만들기도 한다. 대신 국간장 반 작은술로 간을 보완해주면 국물이 훨씬 맑고 기분 좋은 감칠맛으로 조절된다. 여기에 청양고추 한 조각을 넣으면 비린 향은 완전히 가라앉고 뒷맛도 깔끔해진다. 다만 고추를 과하게 넣으면 굴 향이 사라지니 한 개 이하로 조절하는 것이 좋다.

라면에 굴을 넣는다고 해서 반드시 해물라면 스타일로 갈 필요는 없다. 새우나 홍합처럼 다른 해산물을 굳이 추가하지 않는 편이 맛이 더 깔끔하다. 굴은 향이 섬세하고 은은하기 때문에 여러 재료를 함께 넣으면 굴만의 풍미가 묻힌다. 대신 시금치나 미나리를 약간 넣는 정도는 굴의 고소한 맛을 더 돋보이게 한다. 이런 채소들은 비린 향을 자연스럽게 흡수하고 국물의 색도 진하지 않게 유지해준다.
완성 직전의 마지막 단계도 중요하다. 불을 끈 뒤 참기름을 몇 방울만 둘러 마무리하면 굴 향이 감싸지면서 더욱 부드럽게 살아난다. 반면 고추기름이나 강한 향의 기름은 굴과 어울리지 않으니 피하는 것이 좋다. 굴라면은 섬세한 균형 속에서 완성되는 음식이기 때문이다. 면발을 건져 먹을 때도 가능한 한 굴을 마지막까지 국물 속에 두는 편이 식감 유지에 유리하다.

굴라면은 조리 과정만 제대로 익히면 겨울 제철 굴을 가장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방식이다. 특별한 레시피가 없어도 굴의 풍미가 자연스럽게 국물에 스며들어 깊은 맛을 낸다. 따끈한 국물 속의 굴 한 점은 겨울의 생생한 바다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느낌을 준다.
늘 먹던 굴요리가 지겹거나 색다르게 즐기고 싶다면 올해 겨울에는 작은 냄비 하나만으로 완성되는 굴라면을 한 번 시도해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