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일 접고 큐대 잡았다”~함평 시골 마을, ‘당구’로 대동단결
2025-12-02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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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여 주민·향우, 승패 넘어 웃음꽃…“큐대 부딪히며 이웃의 정 쌓아요”
[위키트리 광주전남취재본부 노해섭 기자]잠시 농기구를 내려놓은 농부의 투박한 손이, 오늘은 매끈한 당구 큐대를 잡았다. 조용하던 시골 마을 당구장이, 100여 명의 주민과 향우들의 응원 소리와 웃음소리로 떠들썩한 화합의 장으로 변신했다.
#초록 당구대 위에서 피어난 ‘우리’라는 이름
전남 함평군 손불면(면장 임수영)은 지난 ‘제11회 손불면민 화합한마당 리(里)대항 당구대회’가 지역 주민들의 뜨거운 열기 속에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고 2일 밝혔다.
손불면 당구동호회가 주관한 이번 대회는, 잊혀져 가는 공동체의 정을 되살리고 생활체육으로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마련된 이 지역의 유서 깊은 축제다. 고향을 지키는 주민들은 물론, 객지에서 생활하는 출향 향우들까지 한달음에 달려와 마을의 명예를 걸고 실력을 겨루며, 승패를 떠나 끈끈한 유대감을 다졌다.
#승부보다 값진 ‘이웃의 정’
대회는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도록 친선 경기 방식으로 진행됐다. 어설픈 샷에는 격려의 박수가, 멋진 샷에는 환호가 터져 나왔다. 경기 결과보다 중요한 것은, 큐대를 부딪치며 서로의 안부를 묻고, 함께 웃고 응원하며 이웃의 정을 나누는 과정 그 자체였다.
서영진 당구동호회장은 “주민 모두가 잠시 일상의 시름을 잊고 함께 즐기며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자리를 만들고 싶었다”며, “앞으로도 당구라는 생활체육을 통해 지역 화합을 이끄는 데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소통과 화합, ‘살기 좋은 손불면’의 원동력
임수영 손불면장 역시 “이번 대회가 주민들의 소통을 더욱 넓히는 소중한 계기가 되었을 것”이라며, “면에서도 주민들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다양한 화합 행사를 적극 지원해, 더 살기 좋은 손불면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화답했다.
초록색 당구대 위에서 오가는 공처럼, 이웃 간의 따뜻한 정(情)이 오갔던 하루. ‘우리’라는 이름으로 하나 됐던 손불면의 특별한 화합 한마당은, 점차 활력을 잃어가는 농촌 공동체에 새로운 희망의 ‘샷’을 날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