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살아보세요”~전남 강진군의 ‘역발상’ 실험, 10명 중 7명 눌러앉혔다
2025-12-02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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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개월 살아보고 배우니 ‘귀농 실패’는 없다…주택·농지·일자리까지 ‘원스톱’ 지원
[위키트리 광주전남취재본부 노해섭 기자]‘귀농, 살아보고 결정하세요.’ 섣부른 환상 대신 9개월간의 치열한 ‘농촌살이 예행연습’을 제안하는 강진군의 역발상 실험이, 70%라는 경이적인 정착률로 이어지며 전국적인 귀농·귀촌의 모범 답안을 제시하고 있다.
#귀농학교 아닌 ‘귀농 예행연습’…성공의 비밀
지난 26일, 강진군 체류형귀농사관학교에서는 7번째 졸업생들이 배출됐다. 하지만 이들의 표정에는 9개월의 교육을 마친 시원함보다, 강진에서의 ‘진짜 인생 2막’을 시작하는 설렘과 자신감이 가득했다. 올해 입교한 10세대 중 무려 7세대가 교육이 끝나자마자 강진에 집과 땅을 구하고, 새로운 보금자리를 꾸렸기 때문이다.
이러한 성공의 비결은, 폐교를 리모델링한 학교에서 9개월간 숙식하며 농사와 농촌을 ‘몸으로’ 배우는 체류형 프로그램에 있었다. 책상에 앉아 뜬구름 잡는 이론 교육 대신, 씨앗을 심고 가꾸며 땀의 가치를 배우고, 이웃과 부대끼며 농촌의 정서를 익히는 모든 과정이, 도시민들이 겪는 막연한 두려움을 확신으로 바꾸는 최고의 ‘백신’이 된 것이다.
#농사만 가르치지 않는다…‘정착’을 가르친다
강진군 귀농사관학교의 진짜 차별점은, ‘농사 기술’을 넘어 ‘정착의 기술’을 가르친다는 데 있다. 교육생들은 선도 농가를 직접 찾아가 성공 노하우를 전수받고, 마을 융화 프로그램을 통해 낯선 시골 공동체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법을 배운다.
여기에 강진군은, 귀농 희망자들이 겪는 가장 현실적인 장벽인 주택, 농지,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해결사’를 자처한다. 교육 기간 내내 전담 직원이 맞춤형 상담을 통해 농지와 주택 정보를 제공하고, 지역 내 일자리를 연계해 주며 ‘인생 2막’의 연착륙을 돕는다. 이러한 실질적인 지원이 있었기에, 올해 졸업생들은 ‘뜬구름’이 아닌 ‘내 집, 내 땅’을 가진 진짜 강진 군민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떠나는 농촌에서 ‘돌아오는 농촌’으로
지난해 6기 졸업생 11세대 중 9세대가 정착한 데 이어, 올해 역시 70%의 높은 정착률을 기록하며 강진군 체류형귀농사관학교는 이제 명실상부한 ‘인구 유입의 마중물’로 자리 잡았다.
최영아 농업기술센터 소장은 “9개월의 고된 훈련을 마치고 진짜 강진 군민이 되신 것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교육은 끝났지만,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여러분이 이 땅에 단단히 뿌리내릴 때까지, 군이 끝까지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드릴 것”이라고 약속했다.
‘일단 한번 살아보라’는 강진군의 자신감 넘치는 제안이, 소멸 위기의 농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가장 성공적인 해법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