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사실상 '통일교 해산' 지시 일파만파

2025-12-02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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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선 종교재단 해산 명령 있었다” 언급
“헌법 위반 행위 방치하면 헌정 질서 파괴”

이재명 대통령이 사실상 통일교 해산을 지시하고 나서면서 그 이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대통령은 2일 종교의 정치개입 사례를 지적하며 종교재단 해산을 법제처에 지시했다. 구체적 종교명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통일교 사례를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11월 28일 국가정보원에서 열린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 대통령실 제공
이재명 대통령이 11월 28일 국가정보원에서 열린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 대통령실 제공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지금 정교분리 원칙이라는 게 정말 중요한 원칙인데 어기고, 예를 들면 종교재단 자체가 조직적·체계적으로 정치에 개입한 사례들이 있다"며 "일본에선 종교재단 해산 명령을 했다는 것 같다"고 언급했다.

이 대통령이 "우리는 혹시 어디 부서에서 검토되는 것이 있나, 어디 소관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하자, 조원철 법제처장은 "법제처에서 한번 검토하도록 하겠다"며 "아직 검토된 바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종교와 정치를 구분하는 건, 정교분리 원칙은 정말 중요한 헌법이잖느냐"며 "이게 헌법 위반 행위인데 이걸 방치하면 헌정질서가 파괴될 뿐 아니라 종교전쟁 비슷하게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 대통령은 "이건 매우 심각한 사항이라 일본에서는 재단 법인 해산명령을 했다는 거 같다"며 "그것도 법제처가 검토해 보시라"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실행계획, 프로그램도 나오면 법제처가 주관해서 어느 부처가 담당하는 것인지, 무슨 일이 필요한지 별도로 국무회의에 보고해달라"고 말했다.

한학자 통일교 총재 / 뉴스1
한학자 통일교 총재 / 뉴스1

이 대통령이 이 같은 지시를 내린 이유는 통일교의 정치개입 의혹이 끊이지 않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김건희 특검은 2023년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를 앞두고 당원 가입한 통일교 신도 수를 2000여 명대로 특정한 바 있다. 특검은 김건희 여사, 건진법사 전성배 씨, 한학자 통일교 총재 등 5명을 정당법 위반 혐의로 추가 기소하면서 공소장에 이 같은 내용을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전 씨와 공모해 윤석열 전 대통령과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를 2023년 3월 8일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선출되게끔 하려고 통일교 신도의 당원 가입을 요청했다고 봤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은 '김 여사가 당대표 선거를 도와달라'고 했고 '그 대가로 비례대표 1석을 통일교 몫으로 약속하겠다고 했다'는 내용을 한학자 총재에게 보고했다고 특검은 공소장에서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와 전 씨는 2022년 11월 통일교 측에 이를 부탁하며 대가로 통일교의 정책 지원과 국회의원 비례대표직 제공을 약속했다. 한 총재와 정원주 당시 총재 비서실장, 윤영호 전 본부장이 김 여사와 전 씨의 제안을 수락하고 공모해 신도들의 당원 가입을 유도했다고 특검은 보고 이들을 함께 재판에 넘겼다.

특검은 김 여사와 전 씨가 2022년 11월께부터 통일교도 집단 입당을 계획했고, 당초 당 대표로 밀기로 한 인물은 권성동 의원이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당시 윤 전 본부장과 전 씨가 나눈 문자메시지 내용은 "윤심은 정확히 무엇입니까" "윤심은 변함없이 권(성동)"이었다. 이후 권 의원이 당 대표 선거에 불출마하자 김 여사의 지원 대상은 김기현 의원으로 바뀌었을 것으로 특검은 보고 있다.

정당법에 따르면 당 대표 경선에서 특정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재산상 이익 제공을 약속하거나 이를 받은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6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통일교에 대한 강력한 조치를 취한 바 있다. 2023년 10월 13일 일본 문부과학성은 통일교에 대한 해산명령을 도쿄지방재판소에 청구했다. 2022년 7월 아베 신조 전 총리 저격 사건을 계기로 통일교와 자민당 의원들의 유착 관계가 드러나고, 고액 헌금 등의 실태가 다시 사회 문제화된 데 따른 것이다.

아베 전 총리를 저격한 야마가미 데쓰야는 어머니가 통일교에 거액을 헌금해 가정이 붕괴됐고, 아베 전 총리가 통일교 관련 단체 행사에 비디오 메시지를 보내는 등 밀접한 관계에 있었기 때문에 범행했다고 진술했다.

도쿄지재는 지난 3월 25일 통일교에 대한 해산명령을 내렸다. 재판부는 신자들의 기부 권유와 관련해 통일교 측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민사 판결이 32건 있고, 화해나 시정을 포함한 피해액이 약 204억엔에 달한다며 해산명령 요건을 충족한다고 판단했다. 피해는 적어도 1500명 이상에게 발생했다고 인정했다.

재판부는 "통일교가 2009년 컴플라이언스 선언으로 활동 방침을 재검토했다고 주장하지만, 그 이후에도 도중에 끊기는 일 없이 계속됐고 여전히 간과할 수 없다"며 "법령을 위반하고 저명하게 공공복리를 해한다고 명백히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또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하는 일 없이 현재까지 불충분한 대응에 종시했다"며 해산명령은 부득이하다고 결론지었다.

통일교 측은 이 결정에 불복해 도쿄고등재판소에 즉시 항고했다. 고등재판소가 지방재판소 결정을 지지하면 실질적으로 명령이 확정돼 효력이 발생한다. 명령이 확정되면 통일교는 법인격을 잃게 된다. 임의 단체로 활동할 수는 있지만 세제상 우대조치를 받을 수 없게 된다.

통일교와 자민당의 관계는 반세기 이상 거슬러 올라간다. 통일교는 1959년 일본에 진출했고, 1968년에는 아베 전 총리의 조부(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 등의 후원으로 국제승공연합(공산주의 체제와 이론을 비판하고 승공 이념을 전파하며 민주주의를 실현하고자 했던 반공 단체)을 설립했다. 반공산주의를 기치로 한 통일교는 자민당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2022년 9월 자민당이 공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속 국회의원 379명의 절반 가까이인 180명이 통일교와 어떤 식으로든 접점이 있었다. 2021년 중의원 선거와 2022년 참의원 선거에서도 통일교 우호 단체는 자민당 후보자와 '정책협정'을 맺은 것으로 보도됐다. 그 내용은 헌법 개정, 안전보장 강화, 가정교육지원법 등의 제정, LGBT 문제나 동성혼 합법화의 신중한 취급 등을 요구하는 것이었다.

가지쿠리 마사요시 국제승공연합 일본 지부 회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응원은 하지만 (관련 단체의) 이름은 공표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추천확인서를 자민당과 맺었다고 밝혔다. 그는 저격 사건의 계기가 된 아베 전 총리 비디오 메시지 제작을 기획한 인물이기도 하다.

이 대통령으로선 한국에서도 통일교의 정치개입 문제가 불거지자 일본 사례를 참고해 종교재단 해산을 검토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정교분리 원칙 위반을 방치하면 헌정질서가 파괴될 뿐 아니라 종교전쟁 비슷하게 될 수도 있다"며 말했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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