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 잔 값으로 테슬라 주주”... '이것' 켜고 유튜브로 공부하는 20대 서학개미들

2025-12-02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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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투자 문화 모바일로 세계 주식시장을 손안에

국내 증시가 횡보하자 점심값을 아껴 테슬라 등 미국 주식을 직구하는 대학생들이 늘고 있다. 간편 앱의 소수점 거래 기능과 유튜브의 정보력을 무기로 실속 있는 투자를 이어간다.

대학교 3학년 김모 씨(24)의 아침 풍경은 기성세대와 사뭇 다르다. 눈을 뜨자마자 날씨 확인 대신 스마트폰으로 토스 앱을 켠다. 김 씨가 확인하는 것은 간밤의 미국 증시 마감 상황. 그는 "지난여름 아르바이트비 100만 원으로 국내 주식을 샀다가 수익률이 마이너스라 속이 탔다"며 "친구가 추천한 미국 기술주(Tech)로 갈아탔는데, 자고 일어나면 계좌가 불어있는 걸 볼 때마다 안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최근 대학가 도서관이나 카페에서는 전공 서적 옆에 미국 주식 차트를 띄워놓은 태블릿 PC를 쉽게 볼 수 있다. 국내 주식 시장이 지루한 흐름을 보이는 사이, 인공지능 열풍을 탄 미국 시장이 매력적인 투자처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이 주식에 접근하는 방식과 정보 습득 경로가 과거와는 완전히 달라졌다는 것이다.

기사 내용을 토대로 AI로 제작된 사진.
기사 내용을 토대로 AI로 제작된 사진.

서학개미(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개인 투자자) 열풍의 중심에는 '핀테크(금융+기술) 앱'의 진화가 있다. 과거에는 해외 주식을 사려면 복잡한 환전 절차를 거치고, 어려운 차트가 가득한 HTS(홈 트레이딩 시스템)를 배워야 했다. 하지만 지금의 대학생들은 카카오톡이나 토스처럼 매일 쓰는 앱에서 쇼핑하듯 주식을 산다.

가장 결정적인 변화는 '소수점 거래'의 보편화다. 소수점 거래란 1주당 가격이 비싼 주식을 0.1주나 0.01주, 혹은 1,000원어치 단위로 쪼개서 사는 방식을 말한다. 예를 들어, 1주당 100만 원이 훌쩍 넘는 미국 반도체 대장주 엔비디아를 사기 위해 큰 목돈을 모을 필요가 없다. 점심값 5,000원을 아껴 커피를 주문하듯 버튼만 누르면 된다.

경영학과 재학생 박모 씨(25)는 "토스증권이나 카카오페이증권 같은 앱들은 화면 구성이 복잡하지 않고 음원 사이트 인기 순위를 보듯 직관적이라 거부감이 없다"며 "환전 우대도 자동으로 해줘서 달러를 따로 바꿀 필요도 없어 접근하기 너무 쉽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많은 20대들이 적금을 드는 대신 매달 일정 금액을 설정해 미국 우량주를 자동으로 모으는 '주식 모으기' 기능을 애용하고 있다.

기사 내용을 토대로 AI로 제작된 사진.
기사 내용을 토대로 AI로 제작된 사진.

이들은 투자를 위한 정보를 어디서 얻을까? 두꺼운 증권사 리포트나 신문 기사를 읽던 모습은 옛말이 되었다. 대학생들은 유튜브와 투자 커뮤니티를 주로 활동한다.

가장 강력한 정보원은 유튜브다. 해외 주식 정보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유튜버들은 매일 아침 미국 증시의 주요 이슈를 10분 내외의 영상으로 요약해 올린다. 영어가 익숙하지 않은 학생들도 실시간 통역 AI 자막이나 유튜버의 해설을 통해 최신 소식을 안방에서 접한다.

접근성이 좋은 앱 내 커뮤니티 기능도 큰 역할을 한다. 토스 증권 커뮤니티나 네이버 종목 토론방, X 등에서는 같은 주식을 보유한 주주끼리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한다. 예를 들어 테슬라의 신차 발표회가 열리면, 새벽 시간임에도 실시간 댓글 창이 응원과 정보 공유 글로 도배가 된다.

기사 내용을 토대로 AI로 제작한 사진.
기사 내용을 토대로 AI로 제작한 사진.

투자 정보를 제공하는 방식도 20대의 입맛에 맞춰졌다. 긴 글 대신 카드 뉴스 형태나 쇼츠로 핵심만 빠르게 소비한다. 인공지능 번역 기술의 발달로 미국 기업의 실적 발표 자료나 현지 뉴스를 한국어로 즉시 번역해 주는 서비스도 대학생들의 정보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높였다.

2025년 대학가의 서학개미 열풍은 단순한 돈 벌기를 넘어 모바일 플랫폼에 익숙한 세대가 기술의 도움을 받아 국경 없는 투자를 즐기는 새로운 문화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home 조희준 기자 chojoon@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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