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한 달 실수령액 공개' 구인공고 때문에 벌어진 일... 의사들 격앙
2025-12-02 12:41
add remove print link
“현직 의사가 이런 글을 올린 것은 빅뱅 이후로 처음”

구인 광고에 급여를 적는 것이 잘못인 것일까. 한 의사가 올린 부원장 구인 글이 의사 커뮤니티를 뒤흔들었다. 세후 실수령액과 인센티브를 명시했다는 이유였다. 동료 의사들은 "당장 내려라"며 난리를 쳤고, 결국 글 작성자는 사과문을 올렸다. 일반인들은 어리둥절해했다. "급여 공개가 뭐가 잘못됐나"는 반응이 많았다.
2일 루리웹 등 커뮤니티에 올라온 게시물에 따르면 한 의사가 최근 스레드에 부원장 구인 광고를 올렸다. 내용은 상세했다. "기존 부원장님께서 퇴사하시게 돼 함께하실 새로운 원장님을 찾고 있다. 페이 NET 1600만원+인센티브(50~300만원 수준). 로딩 일 5~20명. 개인 진료실. 원장 상담 및 팔로업 시스템. 개원 준비하기 좋은 병원. 많이 지원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NET 1600만원'은 세후 월 실수령액이 1600만원이라는 걸 의미한다. NET은 순수하게 손에 쥐는 금액을 뜻하는 용어다. 각종 세금과 4대 보험을 제하고 통장에 입금되는 금액이 1600만원이라는 뜻이다. 세전 금액으로 환산하면 대략 2000만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인센티브가 추가된다. 인센티브는 50만원에서 300만원 수준이다. 성과에 따라 달라지는 금액이다. 최소 50만원은 보장되고, 최대 300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인센티브까지 합치면 월 실수령액은 최소 1650만원, 최대 1900만원이다.
'로딩 일 5~20명'은 하루 진료 환자 수가 5~20명이란 걸 뜻한다. 로딩은 의료계에서 환자를 받는다는 의미로 쓰이는 용어다. 하루 평균 5명에서 20명의 환자를 진료한다는 뜻이다. 환자 수가 많지 않아 비교적 여유로운 진료가 가능하다는 것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런 구체적인 급여 정보를 공개했다는 점이었다. 의사 커뮤니티는 즉각 발칵 뒤집혔다. 한 의사는 "직접 보고도 믿을 수가 없었다. 급여, 인센, 로딩을 상세히 기재한 의사 구인 광고"라며 "간혹 악의적인 의도로 기자들이 유출하는 경우는 봤지만 현직 의사가 이런 글을 스레드에 올린 것은 아마 빅뱅 이후로 처음 있는 일일 것"이라고 했다.
다른 의사는 "페이 정보는 공개적인 곳에 안 올리는 게 어때. 금방 캡처본 돌아다닌다. 이래서 의대 정원을 늘려야 한다면서 배 아픈 사람들이 몰려온다"라고 충고했다. 또 다른 의사는 "언론과 대중에게 또 하나의 미슐랭급의 맛있는 먹잇감을 줬다"라고 비판했다.
"왠 X러지 같은 페라리 오너가 X 같은 글을 써서 아주 X랄이 났네"라는 격한 반응도 나왔다. 한 의사는 "이런 글만 보이면 또 뭐 무슨 의사 수입을 줄여야 공대가 살고 나라가 살고 말 같지도 않은 소리로 짖어대는 애들 터져나오는데"라고 했다.
글 작성자는 결국 사과문을 올렸다. "죄송하다. 제가 부원장님 공고를 아무 생각 없이 페이까지 포함해 스레드에 올려서 불편하셨던 모든 분께 사과드린다"고 했다. 이어 "그 어떤 악의적 의도도 없었으며, 정말 제 생각이 짧았던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한 네티즌은 상황을 요약하며 "'의사가 돈 많이 버는 것을 공개한 죄'로 온갖 의사들에게 조리돌림을 당했다"고 표현했다.
일반인들의 반응은 달랐다. 한 네티즌은 "어떤 의사가 미용GP 구인글 올려서 스레드에 난리가 났던데 의사 급여를 왜 스레드에서 공개하면 안 되는 거야"라고 물었다. 이어 "다른 의사 중엔 미용GP보다 돈 못 버는 사람도 있는데 사람들이 의사 돈 많이 번다고 생각할까 봐? 그게 뭐가 잘못된 거야? 진짜 궁금하다"라고 했다.
다른 네티즌은 "어떤 피부미용의원에서 페이닥터를 구하는데 세후 1500만원(추정)에 인센티브 준다고 올리니까 의사들이 당장 내리라고 난리를 쳐서 내리고 사과문을 올렸다"라고 전했다. 이어 "세전 연봉으로는 한 3억 5000만원 된다. 힘든 인턴, 레지던트 안 거쳐도 의대만 나오면 저만큼 번다"라고 말했다.
세후 1500만원을 월급으로 받으면 연간 실수령액은 1억 8000만원이다. 여기에 상여금과 각종 수당을 더하면 세전 연봉은 3억원을 훌쩍 넘는다. GP는 ‘제너럴 프랙티셔너(General Practitioner)’의 약자로 일반의를 뜻한다. 전문의 자격이 없는 의사도 이 정도 수입을 올릴 수 있다는 의미다.
한 네티즌은 "그동안 실컷 돈 자랑 해놓고 이제 여론이 안 좋으니까 자기들이 떼돈 번다는 사실을 절대 누설하면 안 되는 금기로 만들어놨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의사들은 이렇게 자기 이익을 위한 집단행동에 능하다. 환자 없는 시간엔 인터넷에서 열심히 여론전을 펼치기도 한다"라고 했다.
다른 네티즌은 "그렇게 입단속 시키면 뭐하나. 의사 부인, 여친들이 그렇게 돈을 펑펑 쓰는 걸 자랑 못해서 안달나 있는데"라고 말했다.
해당 구인 광고는 피부미용 관련 의원의 원장이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일 평균 5~20명의 환자를 보는 규모다. 개인 진료실과 원장 상담 및 팔로업 시스템을 갖춘 것으로 소개됐다. "개원 준비하기 좋은 병원"이라는 문구도 포함됐다. 개원을 준비하는 의사가 경험을 쌓기에 적합한 환경이라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