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노조위원장 선거, 이동혁 48.4%-박봉수 31.2% 결선행

2025-12-03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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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결선투표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 우리은행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 우리은행

우리은행 노조위원장 선거에서 현 위원장인 박봉수 후보가 1위 후보와 17.2%포인트(p) 차이로 크게 뒤진 결과가 나왔다. 1위인 이동혁 후보와 박 후보는 4일 결선 투표를 진행한다.

우리은행 노조 선거관리위원회는 2일 실시한 제10대 노조위원장 선거에서 기호 2번 이동혁 후보(서울 양평동지점 차장)가 48.35%(4008표), 기호 3번 박봉수 후보(현 노조위원장)가 31.18%(2585표), 기호 1번 최인범 후보(서울 노량진금융센터 차장)가 20.47%(1697표)를 얻었다고 발표했다. 1위 이 후보와 2위 박 후보 중 한 명을 뽑는 결선 투표가 4일 실시된다.

이 같은 결과는 우리은행뿐만 아니라 각 은행 노조에서 이변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은행 노조 선거는 현직 프리미엄이 강한 데, 박봉수 후보가 31.2%라는 부진한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우리은행 노조 관계자는 “박 위원장에 대한 피로감과 반대 정서가 직원들에게서 팽배하다는 걸 그대로 보여준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번 선거에는 ‘다시 한번 박봉수 캠프’라는 선거 캠프명을 내걸고 재신임을 요구한 박 후보와 ‘바꿔야 바뀝니다’라는 슬로건으로 변화를 주장한 이 후보의 양강 구도로 치러졌다. 양강 구도 속에서 박봉수 심판론이 이 후보 쪽으로 쏠린 모양새다. 이 후보는 ‘행동하는 강한 노조’를 전면에 내세웠다. 임금, 복지뿐만 아니라 근로환경, 인사, 연수, 성과보상 등 다양한 분야에서 노조가 제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소통과 경청을 강조하면서 박 위원장과 다른 스타일의 위원장상을 제시해 왔다.

이 후보는 현 노조에서 본부장을 맡았던 인물로, 박 위원장과 결별한 뒤 지난 2월 토크콘서트 형식으로 직원들을 만나면서 표밭을 다져왔다. 또 2022년 선거에 출마해 10.8%를 득표한 이강산 서울 둔촌동지점 차장과 손을 잡고, 이 차장이 수석부위원장 후보로 함께 출마했다. 한 노조 관계자는 “2023년 박 위원장 취임 당시 함께 집행부를 구성했던 인원의 절반 이상이 이 후보 선거 캠프에 합류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최인범 후보가 20.5%를 득표하면서 돌풍을 일으킨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최 후보는 2022년 9대 위원장 선거에서 5.4%를 득표했는데, 이번에 득표가 네 배 늘었다. 박 후보의 위원장직 수행에 대해 실망한 직원들 가운데 적잖은 수가 이 후보뿐만 아니라 최 후보 쪽으로도 이동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존 노조와 다른 새로운 노조를 원하는 직원들도 최 후보를 선택했을 것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최 후보는 ‘조합원이 먼저입니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조합원 중심의 노조를 강조해 왔다.

한편 선거관리위원회가 박 위원장을 행사비 페이백 의혹 등을 경찰에 고발했던 전 노조 간부 A 씨(휴직 중)의 카카오톡 사진 등을 문제 삼아 이 후보 측에 공개 경고 처분을 내리면서 시작된 과잉 징계 논란이 막판에 이동혁 후보 지지로 나타났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법원이 1일 이동혁 후보 측이 제기한 징계 처분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면서 선거 관리 공정성 논란이 확대됐었는데, 결국 이 후보에 도움이 되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법원은 A 씨가 이 후보 선거대책본부에 소속되어 있지 않거니와, 이 후보 측이 A 씨의 행위를 사주하거나 의도적으로 방조하지 않았다면서 징계 처분을 내릴 관련성이 부족하다고 근거를 들었다. 또 “공개경고 처분 사유는 가급적 엄격하게 해석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라면서, 후보 자격 박탈까지 갈 수 있는 공개 경고 처분은 과도하다고 판단했다.

이동혁 후보는 “1차 투표 결과는 변화를 바라는 여러분의 간절한 마음이 담긴 것이라 생각한다”며 “남은 선거 운동 기간 더욱 겸허하고 섬기는 자세로 유권자들을 만나겠다”라고 말했다. 또 “최인범 후보에게 던져진 20%의 표는 또 다른 변화에 대한 갈망”이라며 “이 뜻을 무겁게 받아들이며, 더 나은 노조 개혁 방안을 고민하겠다”고 덧붙였다.

home 안준영 기자 andrew@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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