땔감으로 만든 법정스님의 의자, 대한민국 1호 ‘예비문화유산’ 되다
2025-12-03 0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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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유’ 정신 깃든 ‘빠삐용 의자’, 김대중 대통령 노벨상 메달과 나란히…미래의 국보 예약
[위키트리 광주전남취재본부 노해섭 기자]평생 ‘무소유(無所有)’의 삶을 실천했던 법정스님이 땔감용 나무를 주워다 손수 만들었던 작은 의자. 스님의 검소한 수행 정신이 고스란히 깃든 이 ‘빠삐용 의자’가, 대한민국 최초의 ‘예비문화유산’으로 지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미래의 국보를 예약하다…‘예비문화유산’ 제1호
국가유산청이 올해 처음 도입한 ‘예비문화유산’은, 제작된 지 50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미래에 등록문화유산이 될 가치가 충분한 근현대 유산을 미리 보호하고 그 가치를 알리기 위한 제도다. 대국민 공모를 통해 선정된 제1호 예비문화유산에는 법정스님의 의자와 함께, ‘김대중 대통령 노벨평화상 메달 및 증서’ 등 총 10건이 이름을 올렸다.
지난 1일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지정서 수여식에는, 의자를 소유한 길상사의 덕조 주지스님을 비롯한 신도들이 참석해, 스님의 소박한 유산이 국가적 가치를 인정받게 된 것을 함께 축하했다.
#왜 ‘빠삐용 의자’인가?
이 의자는 1976년, 법정스님이 순천 송광사 불일암에 머물던 시절, 땔감으로 쓰려던 나무를 직접 다듬어 만든 것이다. 낡고 투박하지만, 군더더기 없는 모습은 스님이 평생 추구했던 ‘단순하고 간소한 삶’ 그 자체를 보여준다.
스님은 이 의자에 앉아 홀로 수행하고 고독을 성찰하며, 모든 소유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자유를 갈망했다고 전해진다. 마치 영화 ‘빠삐용’의 주인공이 자유를 갈망했던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스님 스스로 이 의자에 ‘빠삐용 의자’라는 별명을 붙여주었다.
#순천시, “등록문화유산 지정 위해 노력할 것”
순천시 관계자는 “이번 예비문화유산 지정이, 시대를 초월해 큰 울림을 주는 법정스님의 무소유 철학을 더 많은 이들에게 전하는 소중한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빠삐용 의자’가 정식 등록문화유산으로 지정될 수 있도록, 그 가치를 알리고 보존하는 데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한 수행자의 소박한 의자 하나가, 물질만능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가’라는 묵직한 화두를 던지는 소중한 문화유산으로 거듭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