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첫 예산안 728조 국회 통과…5년 만에 법정시한 준수
2025-12-03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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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지출 728조 정부안에서 1000억 감액
확장재정 기조 속 올해보다 8.1% 증가
이재명 정부 출범 뒤 처음 짠 내년도 예산안이 여야 합의로 법정 시한 안에 국회를 통과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지난 2일 밤 여야는 국회 본회의를 열어 총지출 727조 9000억원 규모의 2026년도 예산안을 재석 262명 중 248명 찬성으로 가결했다. 정부가 제출했던 원안 728조원에서 약 1000억원이 깎여 최종 규모가 확정된 것이다. 총수입은 국회 심사에서 기금 수입과 세외수입이 늘면서 1조원가량 불어나 675조 2000억원으로 조정됐다.
이번 예산은 이재명 정부의 첫 본예산이다. 적극 재정을 전면에 내건 새 정부 기조가 반영되면서 올해 본예산 673조 3000억원보다 8.1% 늘어난 확장 편성으로 결론 났다. 성장 투자와 복지 지출을 동시에 키우는 방향이 뚜렷했고 여야도 큰 틀에서는 총지출을 정부안 범위 안에 묶는 데 합의했다.
절차 면에서도 의미가 남았다. 헌법은 회계연도 개시 30일 전인 12월 2일 밤 12시까지 예산안을 의결하도록 규정하는데 국회가 이 시한을 지켜 처리한 건 2020년 이후 5년 만이다. 예산안 자동부의 제도가 포함된 국회선진화법 시행 이후로 따지면 세 번째 법정기한 준수 사례다. 막판까지 수정안 시트 작업(계수조정 작업)과 정부조직법 개정 논의가 겹치며 늦어졌지만 자정 직전 표결로 시한을 맞췄다.

◈ 민생·미래 투자 중심으로 증액된 항목들
세부 조정을 보면 국회 심사 과정에서 정부안 대비 9조 2249억원이 늘고 9조 3517억원이 줄어 결과적으로 1268억원 순감이 이뤄졌다. 늘어난 사업은 대미 투자 지원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한미 관세 협상 이후 투자 이행 필요성이 부각되면서 1조 1000억원이 추가 반영됐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 재해복구 시스템 구축 등 국가 전산망 안전 장치에도 수천억원이 증액됐다.
미래세대와 생활 밀착 예산도 눈에 띄게 손질됐다. 인구감소지역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지원이 늘었고 등록금 부담을 줄이는 국가장학금 예산이 706억원 증액됐다. 0~2세 보육료 지원 단가 인상분이 추가로 반영됐고 보육교사 처우 개선과 임산부 친환경 농산물 지원 같은 돌봄 관련 항목도 보강됐다. 보훈 유공자 예우 강화를 위한 참전명예수당 등 수당 인상분도 예산에 더 얹혔다.
신산업 분야에서는 자율주행 자동차 상용화를 위한 AI 모빌리티 시범도시 조성 사업이 새로 편성되며 618억원이 투입된다. 정부가 강조해 온 첨단 산업 실증과 지역 거점 육성을 예산으로 확인한 대목이다.

◈AI·통상 예산 감액과 대통령실 쟁점 절충
반면 국민의힘이 방만 편성을 문제 삼아온 AI 관련 예산 일부는 정리 성격의 감액이 이뤄졌다. 여야 협상 과정에서 AI 예산 10조원 가운데 2064억원을 줄여 분산된 항목을 정돈했다는 설명이 나왔다.
감액된 쪽에서는 대미 통상 대응 프로그램 지원이 1조 9000억원 줄었다. 무역보험기금 출연금도 삭감됐는데 증액된 대미 투자 지원 예산으로 기능을 옮겨 담는 방식이라 총량 조정에 가깝다. 예비비는 정부안 4조 2000억원에서 2000억원 깎였고 군사시설 개선비 같은 일부 항목도 삭감 대상으로 정리됐다.
정치적 쟁점이었던 대통령실 특수활동비는 원안대로 포함됐다. 대신 상징적 수준에서 대통령실 운영비 1억원가량을 줄이는 데 여야가 합의했다. 여당은 지역사랑상품권 발행 지원 1조 1500억원과 국민성장펀드 1조원 등 핵심 국정과제 예산을 지켜냈다는 점을 강조했고 야당은 총지출을 정부안보다 낮춘 것 자체가 재정 건전성 확보 성과라고 맞섰다.
예산안과 함께 예산부수법안도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연 2000만원 초과 배당소득에 대한 분리과세가 도입돼 별도 세율이 적용되고 법인세는 모든 과표 구간에서 1%포인트씩 올라 최고세율이 25%가 된다. 새 정부 첫 예산이 규모와 방향을 잡는 동시에 세입 기반과 조세 구조까지 한꺼번에 바꾼 셈이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여야가 대화와 양보로 합의에 이른 것을 두고 경제 활력과 민생 회복을 위해 역량을 모아야 할 때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극한 대치가 반복되던 예산 정국에서 법정 시한을 지켜 마무리한 이번 합의가 앞으로의 민생 법안 처리에도 협치의 출발점이 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