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60% 역성장, 그런데 오히려 웃었다... 현대차 살려낸 '뜻밖의 효자'
2025-12-03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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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미국 시장에서 하이브리드로 돌파구를 찾다
미국 전기차 보조금 종료라는 악재 속에서도 현대자동차가 하이브리드 모델의 판매 급증을 통해 실적 하락을 최소화하며 시장 방어에 성공했다.
글로벌 완성차 업계가 전기차 수요 정체 구간인 '캐즘(Chasm)'을 건너는 가운데, 현대자동차가 미국 시장에서 하이브리드(HEV) 경쟁력을 입증하며 의미 있는 성적표를 받았다. 전기차 판매량이 세액공제 혜택 종료 여파로 크게 줄었음에도, 하이브리드 차량의 약진을 통해 전체 판매량 감소 폭을 2%대로 막아냈기 때문이다. 이는 시장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판매 전략을 조정한 결과로 풀이된다.
지난 11월 현대차 미국 판매법인(HMA)의 실적을 뜯어보면 전기차의 부진과 하이브리드의 도약이 명확히 대비된다. 지난 9월 말을 기점으로 미국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지급이 중단되면서 가격 장벽이 높아졌고, 이는 즉각적인 전기차 판매 감소로 이어졌다. 실제로 전기차 판매량은 작년보다 60% 가까이 급감했으며, 이것이 현대차의 전체 판매량이 전년 동월 대비 2.0% 감소한 8만 2,306대에 머무른 주된 원인이다.
그러나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구원투수로 등판한 것은 하이브리드 라인업이었다. 충전 인프라의 부족과 가격 부담을 느끼는 현지 소비자들이 전기차의 현실적 대안으로 현대차의 하이브리드 모델을 선택했다.

실제로 현대차의 하이브리드 판매는 역대 11월 기준 최고 실적을 갈아치웠다. 차종별 세부 실적을 보면 SUV 중심의 포트폴리오가 위력을 발휘했다. 주력 모델인 투싼 하이브리드와 싼타페 하이브리드가 판매를 주도했으며, 특히 아반떼(현지명 엘란트라) 하이브리드는 전년 동월 대비 무려 95.7%나 판매가 상승하며 성장세를 이끌었다. 제네시스 브랜드 역시 8,017대를 판매하며 0.2% 소폭 상승해 고급 차 시장에서의 입지를 굳건히 지켰다.
이러한 성과는 현대차가 단순히 특정 파워트레인에만 의존하지 않고, 시장 수요의 변화에 따라 내연기관, 하이브리드, 전기차를 아우르는 유연한 생산 및 판매 체계를 갖췄음을 시사한다. 전기차 시장이 얼어붙은 시점에 준비된 하이브리드 물량을 적시에 공급함으로써 점유율 이탈을 방지한 것이다.

현대차는 현재의 하이브리드 호실적을 수익성 방어의 기회로 삼는 동시에, 미래 전동화 전략 또한 흔들림 없이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조세 무뇨스 현대차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최근 발표를 통해 조직의 민첩성과 기술 혁신을 강조했다. 당장은 하이브리드로 시장에 대응하되, 곧 출시될 대형 전기 SUV '아이오닉 9'과 고성능 브랜드 'N'의 전동화 모델을 통해 다가올 전기차 대중화 시대를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