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억짜리 첫 잔치, 15억에 관객 2만?”~전남 문화예산 ‘송곳 검증’

2025-12-04 0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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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해 5억 K문학페스티벌 ‘성급한 국제화’ 우려…15억 영화제 사이 3억 ‘프레 행사’ 실효성 의문

[위키트리 광주전남취재본부 노해섭 기자]전라남도가 야심 차게 추진하는 대형 문화예술 행사의 예산 편성을 두고, 도의회에서 “성급하고, 실효성이 의심된다”는 날카로운 ‘송곳 검증’이 이뤄졌다. 첫해부터 5억 원을 쏟아붓는 K-문학 페스티벌의 ‘속도전’과, 15억 원을 투입하고도 관람객 2만 명에 그친 남도영화제의 ‘가성비’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박성재 전남도의원
박성재 전남도의원

#“K-문학, 첫술에 배부를 순 없다”

전라남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속 박성재 의원(더불어민주당·해남2)은 지난 2일 열린 2026년도 본예산안 심사에서, 신규 사업인 ‘K-문학 페스티벌’의 문제점을 정면으로 지적했다.

박 의원은 “첫해부터 5억 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대형 행사로 치르는 것이 과연 적절한지 의문”이라며 포문을 열었다. 그는 “국제행사로 키우려면, 타당성 조사나 국내외 수요 예측 등 면밀한 사전 조사가 선행되어야 함에도, 내년에 단 한 번 치른 뒤 바로 국제행사로 가겠다는 계획은 도민 눈높이에서 볼 때 지나치게 성급하다”고 꼬집었다.

박 의원은 이어 “행사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첫해부터 무리하게 규모를 키우기보다는, 몇 년간 내실 있게 운영해 도민과 문학계의 평가를 받은 뒤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것이 순리”라며, 장기적인 안목의 점진적 추진을 강력하게 주문했다.

#“15억 영화제에 3억 ‘프레 행사’…꼭 필요한가?”

2년마다 열리는 남도영화제 예산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2023년과 2025년, 각각 15억 원의 예산을 투입했지만 관람객은 2만 명 수준에 머물렀다.

박 의원은 “15억 원을 들여 5일간 영화제를 열었는데 관람객이 2만 명 안팎이라면, 과연 투자 대비 파급효과가 충분했는지 냉정하게 점검해야 한다”며, “도민 입장에서는 예산 규모에 비해 관람객 숫자가 다소 소박하게 느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내년 예산에 새로 편성된 3억 원 규모의 ‘남도영화제 시즌3 프레(Pre) 행사’에 대해서는 실효성 문제를 제기했다. 박 의원은 “2년마다 15억 원짜리 본 영화제를 하면서, 그 사이에 3억 원짜리 중간 행사를 끼워 넣는 것은, 오히려 남도영화제라는 브랜드의 정체성을 흩트리고 훼손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전남도 측은 “2년의 공백기 동안 영화제에 대한 관심이 끊기는 것을 막고 분위기를 이어가기 위한 취지”라고 해명했지만, 박 의원은 “행사의 숫자만 늘리는 ‘양적 팽창’이 아니라, 본 영화제 자체의 콘텐츠 완성도를 높이는 ‘질적 성장’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재차 강조했다.

‘문화융성’이라는 대의 아래, 자칫 세금이 비효율적으로 쓰이는 것은 아닌지 감시하는 도의회의 날카로운 지적이, 전남 문화 정책의 내실을 다지는 건강한 ‘쓴소리’가 되고 있다.

home 노해섭 기자 nogary@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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