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 시장 또 뒤집히나…12주 만에 체중 17% 줄인 ‘이 가루’ 등장

2025-12-07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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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 지방·콜레스테롤까지 줄었다
‘지방간 잡는 단백질’로 주목

단백질 ‘홍잠’이 다이어트 기능성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홍잠 원물과 분말 / 농촌진흥청 제공
홍잠 원물과 분말 / 농촌진흥청 제공

요즘 다이어트 보조제 광고는 넘치는데 “진짜로 체중이 줄었다”는 근거를 깔끔하게 보여주는 소재는 드물다. 그런데 단백질이 가장 빵빵하게 차오른 시기의 누에를 쪄서 만든 ‘홍잠’이 비만 동물실험과 인체적용시험에서 체중·지방간 지표를 동시에 낮춘 결과가 나오면서 체중 조절 기능성 식품 소재로 한 발 더 가까워졌다. 농촌진흥청은 홍잠의 체중 감소 효과와 작용기전, 활성물질을 과학적으로 확인했다고 4일 밝혔다.

홍잠은 누에가 고치를 짓기 직전, 실크 단백질이 몸 안에 가득 찬 ‘익은누에(숙잠)’를 찌고 동결건조해 만든 분말 소재다. 영양성분의 70% 이상이 단백질로 구성돼 있고 글리신·세린·알라닌 등 실크 단백질의 핵심 아미노산이 풍부한 게 특징이다. 지방은 15% 안팎으로 많지 않고, 리놀렌산·올레산 같은 불포화지방산 비중이 높다.

◈ 비만 쥐 체중 증가량 17% 줄이고 간 지방도 ‘뚝’

농진청은 차의과학대 연구팀과 함께 고지방 사료로 비만을 유도한 쥐에게 홍잠을 12주간 먹이는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비만 쥐의 평균 체중 증가량은 30.37g이었지만, 홍잠을 섭취한 비만 쥐는 25.25g으로 체중 증가가 약 17% 줄었다.

단순 체중만이 아니라 간 지표에서도 변화가 확인됐다. 홍잠을 먹인 쥐의 간 중성지질은 56.1%, 간 콜레스테롤은 41.8% 감소해 간에 쌓이는 지방 자체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체중 감소의 핵심을 ‘간 지질대사 개선’으로 봤다. 홍잠이 간세포 세포막에 있는 대사조절 수용체 ‘GPR35’에 작용해 지방 합성을 억제하고 지방 소비를 촉진하면서, 간에 축적되는 지방량을 줄였다는 설명이다.

숙잠 (5령7~8일 누에) / 농촌진흥청 제공
숙잠 (5령7~8일 누에) / 농촌진흥청 제공

◈ 활성물질은 ‘아미노산 반복 펩타이드’…지방 축적 35% 가까이 감소

홍잠 속에서 간 지질대사에 영향을 미치는 주된 활성물질도 확인됐다. 글리신·세린·알라닌이 반복되는 형태의 펩타이드인데, 이 펩타이드를 지방 축적 세포에 처리하자 지방 함량이 34.9%까지 감소했다. 펩타이드가 GPR35 하위 신호전달 유전자(AMPK) 활성을 높여 지질대사를 개선하고 지방간 억제 효과로 이어졌다는 게 연구진 판단이다.

◈ 사람 대상 시험에서도 체중·BMI 감소…비만형 지방간군서 효과 더 커

전임상 결과를 바탕으로 인체적용시험도 진행됐다. 전북대병원과 원광대 전주한방병원이 모집한 성인 72명이 12주 동안 하루 1.2g씩 홍잠 분말을 섭취한 결과, 홍잠 섭취군의 체중은 평균 0.9kg(약 1.1%), 체질량지수(BMI)는 0.3kg/㎡(약 1.1%) 감소했다.

성인대상 홍잠섭취 효과 / 농촌진흥청 제공
성인대상 홍잠섭취 효과 / 농촌진흥청 제공

특히 ‘비만형 지방간’에 해당한 참가자군에서 감소 폭이 더 뚜렷했으며, 복용 기간이 길수록 효과가 커지는 경향도 확인됐다. 시험 기간 동안 간 기능 관련 이상 반응이 관찰되지 않아 소재 안전성도 함께 점검됐다는 게 농진청 설명이다. 연구진은 관련 내용을 특허 출원까지 마쳤다.

농진청은 이번 결과를 토대로 홍잠의 기준·규격과 안전성·기능성 자료를 정리해 국내외 건강기능식품 원료 인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동시에 국산 누에 품종을 구분하는 유전자 표지(마커) 개발, 자동화 사육 기술 확립 등으로 원료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국내 양잠 농가를 보호하는 산업화 연구도 이어간다.

농진청은 최근 국내 성인 비만율이 꾸준히 올라 관련 시장이 커지는 상황에서, 홍잠이 체중 조절과 지방간 개선을 함께 노릴 수 있는 신규 기능성 소재로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보고 있다.

방혜선 농촌진흥청 농업생물부 부장은 “동물실험과 인체적용시험을 통해 체중 감소 효과와 안전성을 확인했다”며 “그동안 밝혀온 홍잠의 효능을 바탕으로 기능성 식품 소재화와 산업화 기반을 확립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home 정혁진 기자 hyjin27@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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