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채점 결과 발표 후폭풍... 평가원장 “죄송하다” 고개 숙일 정도
2025-12-04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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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불수능’ 사실이었다... 수험생 혼란 불가피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영어와 국어 영역이 작년보다 훨씬 어렵게 출제돼 수험생들의 대입 당락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4일 공개한 지난달 13일 치러진 2026학년도 수능 채점 결과에 따르면 응시 과목에서 정답을 모두 맞힌 전체 만점자는 5명으로 작년 11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올해 수능에서 가장 어려웠던 영역은 영어다. 1등급(원점수 90점 이상)을 받은 수험생 비율은 3.11%인 1만5154명에 그쳤다. 영어가 2018학년도 절대평가로 전환된 이후 1등급 비율이 가장 낮았던 2024학년도 4.71%를 밑돌면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1등급 비율은 작년 6.22%의 절반으로 떨어지면서 상위권 학생 간 변별력이 강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1등급 인원도 2만8587명에서 1만5154명으로 대폭 줄었다.
수능 시험 당일만 해도 EBS 현장교사단과 다수 입시업체는 영어가 작년 수능보다 조금 어렵고 올해 9월 모의평가(1등급 4.5%)와 비슷하다고 분석했으나 실제 수험생들이 느낀 체감 난도는 훨씬 높았다.
올해 영어가 최상위권뿐만 아니라 중상위권에도 매우 어려웠던 것으로 나타나면서 많은 수험생이 수시 수능 최저등급 기준을 맞추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다수가 수시에서 대거 불합격하면 정시모집 경쟁은 그만큼 더 치열해진다.
2등급 비율도 14.35%인 7만17명으로 작년 수능 16.35%인 7만5100명보다 2%포인트 내렸다. 1~2등급 비율을 합산하면 올해 17.46%, 작년 22.57%다.
종로학원 임성호 대표는 연합뉴스에 "올해 영어는 사상 최고 불수능으로 평가된다"며 "영어가 수시는 물론 정시 모두에서 핵심 변수로 부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영어 1등급 비율이 3% 초반을 찍은 것을 두고 절대평가 도입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비판도 나온다. 과거 상대평가로 치러졌을 때도 영어 1등급 비율은 보통 4~6%였기 때문이다. 
오승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은 이날 수능 채점결과 브리핑에서 "영어의 경우 교육과정의 학습 정도를 평가한다는 절대평가 취지에 맞는 시험 난이도를 목표로 했다"며 "그러나 당초 취지와 의도에 다소 미치지 못하는 결과가 나온 데 대해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오 원장은 "출제 당시 사교육 문제지와 유사한 문항들이 많이 발견됐고 그런 문항을 교체하는 과정에서 난이도 부분을 더 면밀히 살피지 못했다"며 "6~10% 수준의 1등급 비율을 목표치로 삼고 출제 방향을 잡겠다"고 말했다.
표준점수 최고점(만점자 표준점수)을 보면 국어 영역도 상당히 까다로웠던 것으로 나타났다. 표준점수는 개인의 원점수가 평균 성적과 얼마나 차이 나는지를 보여준다. 보통 시험이 어려워 평균이 낮으면 표준점수 최고점이 상승하고 시험이 쉬우면 하락한다.
국어 표준점수 최고점은 147점으로 작년 139점보다 8점이나 올랐다. 지난 9월 모의평가 143점과 비교하면 4점 높고 역대급 불수능으로 평가받았던 2024학년도 150점보다는 낮다.
독서의 난도가 높았고 일부 문항에서 어려운 지문이 출제됐다. 국어 만점자는 261명으로 작년 1055명의 4분의 1 수준으로 대폭 줄었다.
오승걸 원장은 "국어 및 영어의 문항 출제와 검토 과정에서 의도하고 확인했던 것과 달리 어렵게 출제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수능의 전체 만점자 5명을 두고 "재학생 4명과 졸업생(재수생) 1명이다. 사회탐구 영역을 선택한 사람이 1명이고 과학탐구를 선택한 사람이 4명"이라고 말했다.
만점자 현황은 올해 재학생이 수능 상위권에서 강세를 보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출생아가 이례적으로 많았던 황금돼지띠 2007년생이 고3으로 수능을 많이 치른 데다 의대 모집인원이 증원 전 규모로 되돌아가면서 졸업생인 N수생 응시자가 줄어든 영향으로 풀이된다.
국어와 수학의 표준점수 격차가 크게 벌어지면서 특히 대입 정시모집에 국어 성적이 절대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수학 영역의 표준점수 최고점은 139점으로 2025학년도 140점에 비해 1점 떨어졌다. 그러나 만점자는 780명으로 작년 1522명과 비교하면 반토막이 났다.
이와 관련해 종로학원은 "국어와 수학의 표준점수 최고점 격차가 8점에 달한다"며 "쉽게 말하면 수학 만점자는 국어 만점자를 이길 수 없는 구도가 형성된 것"이라고 연합뉴스에 밝혔다.
아울러 국어 1등급 구간 내 점수 차가 최대 14점이나 발생해 특히 상위권 경쟁에서 국어 변별력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수능에서 국어 1등급 내 점수 차는 8점이었다.
메가스터디는 "국어와 수학에서 상위권 변별력은 작년보다 높아졌고 국어에서 고득점을 받은 수험생이 유리할 것"이라며 "특히 국어에서 고득점한 인문계 학생은 수학에서의 부족한 점수를 만회할 수 있어 자연계 학생의 문과 교차지원이 예년만큼 쉽지 않을 수 있다"고 연합뉴스에 말했다.
1등급과 2등급을 가르는 구분점수(등급 컷)는 국어가 133점으로 작년보다 2점 올랐고 수학은 128점으로 3점 내려갔다.
탐구 영역의 경우 1등급 구분점수가 사회탐구 65~68점, 과학탐구 65~68점, 직업탐구 63~68점이다.
사회탐구에서 표준점수 최고점을 보면 세계지리가 73점으로 가장 높고 정치와법이 67점으로 최저를 기록했다. 9개 과목 중 생활과윤리, 윤리와사상, 경제를 제외한 6개 과목의 표준점수 최고점이 작년보다 올랐다. 응시자가 많은 생활과윤리의 표준점수 최고점은 71점으로 작년보다 6점이나 하락했다.
과학탐구에서는 생명과학Ⅰ의 표준점수 최고점이 74점으로 가장 높았다. 물리학Ⅰ, 화학Ⅰ, 생명과학Ⅰ 등 3개 과목에서 표준점수 최고점이 작년보다 올랐다.
사회·과학의 선택과목별 표준점수 최고점 차이는 사회와 과학 각각 6점으로 나타났다. 작년에 사회 11점, 과학 8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격차가 줄었다.
오 평가원장은 "사탐 일부 과목에서 동점자가 많아 1등급 비율이 다소 높았지만 전체적으로 사탐·과탐의 편차가 최소화됐다"며 "탐구과목 내 표준점수 차이도 전년에 비해 폭이 줄었다. 금년도에는 과목 선택에 따른 유불리 현상이 크게 발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만 이른바 사탐런(자연계 학생이 과학탐구 대신 상대적으로 공부 부담이 적은 사회탐구로 몰리는 현상)이 올해 극심한 만큼 대입에 미칠 영향은 좀 더 지켜봐야 한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따르면 올해 수능 사회·과학탐구영역 지원자 가운데 사회 과목을 1개 이상 선택한 학생은 77.3%인 41만1259명으로 작년 62.1%보다 무려 15.2%포인트 높아졌다.
직업탐구를 보면 농업기초기술이 72점으로 가장 높고 수산·해운산업기초가 63점으로 가장 낮다.
절대평가인 한국사 영역의 1등급 비율은 15.23%인 7만5199명으로 작년 19.62%보다 4.39%포인트 낮아졌다.
제2외국어/한문에서는 원점수 45점 이상으로 1등급을 받은 비율은 베트남어Ⅰ이 9.78%를 기록했지만 아랍어Ⅰ은 1.38%에 그쳤다.
올해 수능에 응시한 수험생은 49만3896명이다. 재학생은 33만3102명이고 졸업생과 검정고시 합격자 등은 16만794명이다.
개인별 성적표는 5일 통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