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분간 못 먹는 건가”…한국인이 사랑하는 '이 고기' 비상 걸렸다
2025-12-05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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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 흑사병' ASF, 30년 만에 스페인 강타…각국 수입 제한 돌입
최근 충남에서도 발생…양돈 산업 초긴장
우리나라가 미국 다음으로 돼지고기를 많이 수입하는 스페인에서 30년 만에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병하면서, 스페인산 돼지고기 수입 비중이 높은 국내 축산물 시장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정부는 즉각 ASF 발생 지역에 대한 수입 제한 조치를 발동했다.

4일 외신 보도에 따르면 스페인 정부는 최근 바르셀로나 지역에서 발견된 야생 멧돼지 사체에서 ASF 바이러스가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스페인 당국이 이날까지 확인한 확진 사례는 최소 9건 이상으로, 스페인 내 ASF 발병은 1994년 이후 약 30년 만이다. '돼지 흑사병'으로도 불리는 ASF는 돼지와 멧돼지에만 감염되는 바이러스성 출혈성 질병으로, 감염된 개체의 혈액·분비물·분변 등을 통한 직접 접촉으로 전파된다. 또한 오염된 차량이나 사료, 장비 등을 매개로 간접 확산할 위험도 있다. 사람에게는 치명적이지 않지만, 돼지에게는 치사율이 100%에 이르는 고위험 질병이다. 더욱이 치료제나 백신이 존재하지 않아 일단 발병하면 주변 개체까지 모두 살처분해야 한다. 특정 농장이나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광범위하게 확산할 위험이 있어 국제 사회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다.

ASF의 파괴력은 과거 국내 사례만 보아도 확인된다. 2019년 국내 ASF 대유행 당시에도 30만 마리 이상이 살처분되며 양돈 산업이 큰 타격을 받았다. 당시와 비교해도 이번 스페인 발병은 세계 돼지고기 유통에 미칠 파급력이 상당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한국은 스페인산 이베리코 돼지고기를 꾸준히 수입해 왔고, 식당과 가정 내 소비도 활발한 만큼 수급 불안과 가격 상승 가능성을 피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스페인은 이베리코를 비롯한 고급 돈육의 주요 생산·수출국인 만큼, 이번 사태가 국제 축산물 시장에 미칠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세계 각국이 스페인산 돼지고기 수입을 잇달아 중단하고 있다. 스페인산 돼지고기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중국은 바르셀로나 지역에서 사육하거나 도축한 돼지고기의 수입을 제한했으며, 일본과 멕시코는 스페인 전역을 대상으로 전면적인 수입 금지 조치를 시행했다. 스페인 정부에 따르면 현재 수출 인증서의 3분의 1이 외국 정부에 의해 차단된 상태다. 외신은 “연간 90억 유로(약 15조 원) 규모에 달하는 스페인 돼지고기 산업이 위기에 처할 수 있다”고 전했다.

한국 정부도 이달부터 스페인 내 ASF 발생 지역을 대상으로 한정적으로 수입 제한 조치를 시행했다. 현지에서 확산세가 이어질 경우, 수입 중단 지역이 추가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이에 따라 국내 돼지고기 도·소매가가 상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국내 식품·유통업계도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며 대응책 마련에 나서는 분위기다.
국내 상황도 안심할 수 없는 분위기다. 최근, 국내에서 가장 많은 돼지를 기르는 충남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 첫 확진 사례가 발견됐다. 이에 정부는 전국 모든 지역에 대한 위기 경보를 '심각 단계'로 상향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