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급 겨우 3%…“수능 영어, 상대평가로 바꾸자”
2025-12-06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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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절대평가 폐기 주장하는 일부 학회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영어 영역에서 1등급 비율이 3%를 조금 넘기는 데 그치면서 난이도 조절 실패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영어 관련 학회들이 영어 절대평가 제도를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한국영어영문학회 등 36개 학회가 참여하는 한국영어관련학술단체협의회는 5일 성명을 통해 영어만 절대평가로 운영하는 현 제도의 구조적 한계가 극에 달했다고 비판했다.
성명에서 협의회는 올해 수능까지 이어진 1등급 비율의 급격한 변동을 문제의 핵심으로 지목했다. 협의회는 6월 모의평가에서 19.1%였던 영어 1등급 비율이 9월 모의평가에서 4.5%로 떨어졌고, 수능에서는 3.11%까지 낮아졌다며 이 같은 큰 폭의 등급 변동은 영어 절대평가가 애초 설계 단계부터 오류를 안고 있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또한 등급 변동이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반복되면서 수험생의 혼란이 커졌고 사교육 의존도 역시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협의회는 영어 문항 자체에 대한 비판도 덧붙였다. 협의회는 영어 평가가 여전히 짧은 글 조각을 제시하고 이를 해석하도록 하는 방식에 머물러 있다며, 학생의 종합적인 언어 능력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는 구태의연한 체제라고 주장했다. 협의회는 영어 절대평가가 남긴 결과는 불안정한 등급 체계와 확산된 사교육, 그리고 방향을 잡기 어려운 수험생들이라며, 영어만 절대평가하는 입시 틀을 조속히 개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발표된 평가원 채점 결과에 따르면 이번 영어 1등급 비율은 절대평가가 도입된 2018학년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지난해 1등급 비율이 6.22%였던 것과 비교해 절반 수준이며, 상대평가가 적용되는 과목에서 4% 이내에 들면 1등급을 받는 기준보다도 낮다. 협의회는 사교육 감소를 목표로 도입됐던 영어 절대평가가 실제로는 공교육의 약화를 가져왔다고 주장했다.
협의회는 공교육 현장의 변화도 우려했다. 협의회가 제시한 통계에 따르면 서울 일반고 학생들의 기초교과목 선택에서 영어 비중은 2019년 92.7%에서 2023년 80.6%로 감소했다. 영어 교사 임용 규모 또한 줄어, 중등 영어 교사 선발 인원은 2014년 수학 대비 118.5%였으나 2026년에는 77.7%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협의회는 고교학점제 시행 이후 입시와 직접 연관되지 않는 과목을 기피하려는 경향이 커질 수 있으며, 영어 과목 선택률은 앞으로도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는 영어 공교육이 직면한 위기를 더욱 심화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했다.

현장의 의견도 이어졌다. 강석진 한국영어교육연구학회장은 통화에서 절대평가가 도입된 이후 사교육을 기반으로 한 이른바 강남의 학습 방식이 구조화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초등 시기 사교육으로 영어 학습을 끝내고 중고등학교 때는 국어, 수학, 탐구 과목에 집중하는 흐름이 강화됐다고 말했다. 반면 학교 영어 수업은 시수 감소로 인해 사교육이 없는 학생들은 공교육만으로 충분한 영어 학습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강 학회장은 이러한 구조를 변화시키지 않는 한 지금의 영어 교육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며, 단기적으로는 국어와 수학, 탐구 영역과 동일한 평가 방식을 수능 영어에도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윤희철 협의회 공동대표는 고교학점제가 본격 시행되면 입시와 무관한 과목에 대한 선택 기피가 더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영어 과목 선택률 감소는 공교육 현장에서 영어가 설 자리를 더욱 좁히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 공동대표는 지금과 같은 흐름이 지속된다면 영어 교육의 균형이 무너질 수 있다며, 제도 개선 필요성을 다시 강조했다.
협의회는 이번 성명을 통해 영어 절대평가가 설계 단계의 오류를 극복하지 못한 채 현장의 문제를 확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협의회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영어 평가 방식 전반을 재검토해야 하며, 입시 체제의 안정성과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영어만의 절대평가 운영을 중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