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암묵적 수용' 신호?…중국 군축백서에 '한반도 비핵화' 삭제됐다
2025-12-06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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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군축백서에서 언급된 내용 빠져
"미국과의 전략 경쟁 우선" 기조 변화
중국이 최근 발표한 군비통제 관련 백서에 '한반도 비핵화 지지' 문구가 사라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북한의 핵무장을 인정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6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달 27일 발표한 '신시대 중국의 군비통제, 군축 및 비확산' 백서에서 기존에 명시해왔던 '한반도 비핵화 지지' 문구를 삭제했다.
이 백서는 2005년 9월에 발표한 '중국의 군비 통제 및 군축' 백서를 업데이트한 것이다. 이때 2005년 당시에는 "관련 국가들이 한반도, 남아시아, 동남아시아, 중동 등에서 비핵지대를 설립한다는 주장을 지지한다"고 명시돼 있었으나, 이번 백서에서는 이 내용이 빠졌다.
대신 핵 비확산 부문에서 "중국은 조선반도(한반도) 문제에 대해 공정한 입장과 올바른 방향을 견지하고 항상 한반도의 평화·안정·번영에 힘써왔으며 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 과정에 전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은 관련 당사국이 위협과 압박을 중단하고 대화와 협상을 재개해 정치적 해결을 촉진하며 한반도의 장기적 안정과 평화를 실현하는 데 건설적인 역할을 발휘하기를 촉구한다"고 했다.
앞서 중국은 2017년 '아시아태평양 안보 협력 정책' 백서에서도 중국은 북한의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 등 핵 개발 시도에 "단호히 반대한다"고 명시한 바 있다. 이어 "중국은 국제사회와 함께 한반도 비핵화 추진과 한반도 및 동북아의 장기적 안정 실현을 위해 부단히 노력할 것"이라고도 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미국과의 전략 경쟁을 우선시하게 되면서 북한을 핵무장 국가로 '암묵적 용인'하는 입장 변화를 보인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지오퉁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선임연구원은 "중국이 더 이상 '한반도 비핵화'라는 표현을 언급하지 않는 것은 사실상 핵무장한 북한을 묵인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지난 1년 반 동안 중국이 공식 성명과 정책문서에서 더 이상 '비핵화' 표현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며 "북한의 거듭된 압박 속에 중국은 최근 몇 년간 북중 관계를 반복적으로 복잡하게 만들었던 핵문제를 내려놓으라는 북한의 요구를 수용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9월 중국 베이징에 방문해 '전승 80주년' 열병식에 참석하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났다. 이때 김 위원장과 시 주석이 회담 후 공개한 결과문에서도 '한반도 비핵화'는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2018∼2019년 동안 다섯 차례 열린 북·중 정상회담에서 비핵화가 지속적으로 언급됐던 것과는 달라진 태도다.
자오 연구원은 중국이 이처럼 '한반도 비핵화'를 공식적으로 거론하지 않는 것은 미국과의 전략적 경쟁을 우선시하는 "더 광범위한 재조정"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중국은 북한을 가까이에 붙잡아 두고 한반도에서 지정학적 영향력을 유지하는 것이 북핵 확산 억제를 위해 미국과 협력하는 것보다 중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