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조진웅 난도질하는 것은 집단적이고 병적인 광기”
2025-12-0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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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호 변호사 “사회가 제2의 인생 허용 안 해” 주장
김경호 변호사가 배우 조진웅이 은퇴를 선언하자 "우리 사회가 회복과 재기라는 인간의 보편적 가치를 가차 없이 난도질하고 있다"며 "조진웅의 은퇴는 우리 사회가 제2의 인생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끔찍한 선례를 남겼다"고 주장했다. 법률사무소 호인의 대표이 합동군사대학교 명예교수인 김 변호사는 대덕대 군사학과 겸임교수 등을 역임했다. 
'2025년의 대한민국은 장발장을 다시 감옥으로 보냈다'는 제목의 칼럼에서 김 변호사는 조진웅의 은퇴를 빅토르 위고의 소설 '레 미제라블'에 빗대 분석했다. 그는 "빅토르 위고가 2025년의 한국을 목격했다면 ‘레 미제라블’의 원고를 불태웠을지도 모른다"며 "우리는 소설 속 장발장의 구원에는 눈물을 흘리며 박수를 보내지만 현실의 장발장이 무대 위에 서는 꼴은 결코 용납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 변호사는 "배우 조진웅의 은퇴 선언은 단순한 연예계의 스캔들이 아니다"며 "이것은 우리 사회가 회복과 재기라는 인간의 보편적 가치를 얼마나 가차 없이 난도질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서글픈 자화상"이라고 밝혔다.
그는 "조진웅의 과거는 분명 어두웠다. 10대 시절의 절도와 폭행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잘못"이라면서도 "그러나 그는 법적 처벌을 받았고 이후 수십 년간 배우라는 직업을 통해 성실히 자신의 삶을 증명해 왔다"고 평가했다. 이어 "장발장이 19년의 옥살이 후 마들렌 시장이 돼 빈민을 구제했듯 조진웅 역시 연기라는 예술을 통해 대중에게 위로와 즐거움을 주며 갱생의 삶을 살았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작금의 대중 여론과 미디어는 21세기의 자베르가 돼 그를 추격했다"며 "과거의 과오를 현재의 성취와 분리하지 않고, 한 번 죄인은 영원한 죄인이라는 낙인을 찍어 기어이 사회적 사형 선고를 내렸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것은 정의 구현이 아니다. 무결점의 인간만을 허용하겠다는, 집단적이고 병적인 도덕적 광기의 결벽증"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위고가 장발장을 통해 전하려 했던 메시지는 명확하다. 인간은 변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사회는 그 변화를 포용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라며 "은촛대를 훔친 장발장에게 촛대마저 내어준 미리엘 주교의 자비가 없었다면, 장발장은 영원히 괴물로 남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반면 우리는 조진웅에게서 촛대를 빼앗고 다시 어둠 속으로 밀어 넣었다"며 "소년범 시절의 죄가 50대가 된 배우의 현재를 집어삼키는 것을 보며, 이제 누가 감히 과거를 딛고 일어서라고 조언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세계적인 명작을 읽으며 인류애를 논하는 언론인들이, 정작 현실에서는 한 인간의 과거를 들추어내어 매장하는 데 앞장선다"며 "이 지독한 위선을 멈춰야 한다. 과거의 늪에서 기어 나와 피나는 노력으로 자신을 증명한 자에게 다시 족쇄를 채우는 사회에는 미래가 없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조진웅은 떠났다. 하지만 우리는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우리는 정의를 실현한 것인가, 아니면 한 인간이 평생을 바쳐 쌓아 올린 속죄의 탑을 무너뜨린 것인가"라며 "장발장이 지금 서울 거리를 걷는다면, 우리는 그에게 빵을 건네는 대신 스마트폰을 들이대며 그의 전과를 생중계했을 것이다. 그것이 2025년 대한민국의 잔인한 민낯"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