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억 들었는데 1위…개봉 3개월 만에 넷플릭스 풀리는 대이변 ‘한국 영화’
2025-12-08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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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억 원 투자로 110억 매출 돌파, 저예산 영화의 기적
권해효·박정민 연기력과 미스터리로 토론토영화제 호평
저예산 영화의 반란으로 불리는 영화 ‘얼굴’(감독 연상호)이 개봉 3개월 만에 넷플릭스 공개를 확정하며 다시 한번 화제의 중심에 섰다.

넷플릭스 코리아는 ‘얼굴’을 내년 1월 5일 공개 예정작에 편성했다. 극장 흥행을 이끌었던 작품이 단기간에 OTT로 확장되는 흐름은 최근 비주류 영화들 사이에서 드물게 나타나는 사례로, 업계에서도 “저예산 영화의 이례적 행보”라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얼굴’은 앞을 보지 못하는 전각 장인 임영규(권해효)와 그의 아들 임동환(박정민)이 40년간 묻혀 있던 어머니의 죽음을 둘러싼 미스터리를 추적하는 이야기다. 박정민이 현재의 아들과 과거의 아버지를 오가는 1인 2역을 맡아 극을 이끌며 호평을 받았다. 소재의 강렬함, 섬세한 연기, 연상호 특유의 사회적 메시지가 결합되면서 입소문이 빠르게 확산된 것도 흥행 성공의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이 작품의 가장 큰 화제성은 ‘규모 대비 성과’에 있다. 제작비 약 2억 원으로 완성된 ‘얼굴’은 개봉 사흘 만에 손익분기점을 넘었고, 한국 영화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다. 개봉 이후 총 107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고 누적 매출은 110억 원을 넘어섰다. 투자 대비 50배 이상의 수익을 낸 셈이다. 한국 영화 시장에서 극히 드문 사례이자, 저예산 영화로는 사실상 ‘기록적 성과’로 평가된다.

촬영 방식도 이례적이었다. 국내 장편 영화는 보통 60명 안팎의 스태프가 한 달 이상 제작에 참여한다. 하지만 ‘얼굴’은 약 20명의 최소 인력으로 3주간 13회차 촬영만으로 영화를 완성했다. 배우들 역시 출연료를 최소한으로 책정하거나 흥행 성적에 따른 러닝개런티 조건을 받아들였고, 제작진도 기본 급여 없이 작업에 참여해 “함께 만든 영화”라는 특유의 결속력이 작품 완성도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흥행은 국내에만 머물지 않았다. ‘얼굴’은 지난 9월 제50회 토론토국제영화제 스페셜 프레젠테이션 부문에 초청됐고, 해외 매체들 사이에서도 “저예산의 한계를 넘어선 완성도”라는 호평을 받았다. 개봉 이후 한 달이 지난 시점에도 관객 평점은 8점대(8.19점)를 유지하고 있다. 관람객들은 “저예산이지만 영화는 가히 고급스럽다”, “두 시간 내내 긴장했다”, “권해효의 연기력이 압권”, “엔딩보고 생각이 많아지는 영화” 등 작품성에 대한 긍정적 평가를 지속적으로 남기고 있다.

감독 연상호의 행보 역시 주목받는다. 그는 2016년 ‘부산행’으로 1,157만 관객을 모으며 한국형 재난영화의 지평을 넓혔고, 2020년에는 제작비 200억 원 규모의 ‘반도’를 선보였다. 대형 상업 영화와 초저예산 영화를 번갈아 제작하는 방식은 업계에서도 보기 드문 행보다. 연 감독은 현재 전지현·구교환·지창욱이 출연하는 200억 원대 규모의 신작 ‘군체’ 후반 작업을 진행 중이며, 동시에 또 다른 저예산 영화 ‘실낙원’ 제작도 병행하고 있다.
‘실낙원’은 약 5억 원의 예산만으로 제작되는 스릴러 영화로, 소설 ‘블랙 인페르노’를 원작으로 한다. 캠핑스쿨 버스 실종 사건으로 아이를 잃은 엄마 류소영 앞에 9년 만에 돌아온 ‘훌쩍 커버린 아이’가 등장하며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사건을 다룬다. 모든 캐스팅과 제작 준비를 마치고 12월 크랭크인에 돌입한다.

한편, 영화 ‘얼굴’을 사랑한 관객들에게 반가운 소식도 전해졌다. 작품의 각본집이 12월 8일부터 예약 판매에 들어갔다. 각본집엔 시나리오뿐 아니라 연상호 감독과 박정민의 대담, 콘티 일부, 미공개 스틸컷 등이 수록돼 영화의 여운을 다시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특히 극중 소품과 동일한 도장 조각틀과 나무도장을 종로 인장거리 장인에게 의뢰해 직접 제작하는 등 고급 제작 방식이 적용됐다. 인쇄의 망점 효과와 인주 질감을 살린 디자인 역시 소장 가치를 높인다는 평가다.
박정민은 각본집에 대해 “이 책은 한 영화의 각본집이면서 나만의 색칠공부책”이라고 표현하며 작품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평소에도 ‘얼굴’ 홍보 과정에서 진심을 숨기지 않았던 박정민의 추천사는 팬들 사이에서 높은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관객과 비평계의 호평, 제작비 대비 압도적 성과, 감독의 저예산·대작 병행 전략, 그리고 넷플릭스로의 빠른 이행까지. ‘얼굴’은 2억 원으로 시작해 1위를 기록한 뒤, 이제는 글로벌 플랫폼으로 향하는 이례적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작은 예산으로 만들어 낸 큰 성취가 OTT 시장에서도 어떤 반향을 불러올지 관심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