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도 눈병 고치러 왔다”… 1300년 역사 품은 '王의 온천' 아산 온양
2025-12-08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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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 '탕정성'서 유래한 국내 최고(最古) 온천… 57℃ 천연 알칼리수, 도심 속 힐링 명소로 '각광'

날씨가 쌀쌀해지면 따뜻한 온천 생각이 간절해진다. 충남 아산의 온양온천(溫陽溫泉)은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온천이자, 조선의 임금들이 심신을 치유하던 유서 깊은 '왕실 온천'이다.
온양온천의 역사는 백제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백제 온조왕 36년(18년)에 탕정성(湯井城)을 축조했다는 기록이 그 시초다. '탕정'은 끓는 물이 나오는 우물, 즉 온천을 뜻한다. 이후 신라 성덕왕 11년(712년) 왕이 온수(溫水)에 행차했다는 기록이 <삼국사기>에 남아있어, 왕실 휴양지로서의 역사가 1,300년을 훌쩍 넘는다.
온양온천은 조선 시대에 들어 명실상부한 '왕의 온천'으로 자리 잡았다. 세종대왕은 눈병 치료를 위해 이곳을 자주 찾았고, 1442년에는 온양군(溫陽郡)으로 지명을 고쳐 부르게 했다. 이후 세조, 현종, 숙종, 영조, 정조 등 역대 임금들이 온양행궁을 짓고 머물며 정사를 돌보거나 병을 치료했다. 특히 세조는 1458년 이곳에서 목욕한 뒤 '신정(神井·신령스러운 우물)'이라 명명했고, 성종은 이를 기려 신정비를 세우기도 했다.
온양온천이 왕들의 사랑을 독차지한 비결은 탁월한 수질에 있다. 57℃ 내외의 고온 온천수는 100% 천연 알칼리성으로, 나트륨 함량이 높아 피부 미용은 물론 관절염, 혈액순환 개선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온양온천은 근대적 시설을 갖춘 대중적인 휴양지로 변모했다. 일본인 온천 전문가들이 왕실 온천의 가치를 높이 평가해 개발을 확장했고, 이 과정에서 도심 곳곳에 대중탕이 들어서며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생활형 온천으로 자리 잡았다.
오늘날 온양온천은 단순한 목욕 시설을 넘어 복합 휴양 공간으로 진화했다. 온양관광호텔, 온양제일호텔 등 대형 숙박시설부터 신천탕, 용문탕 등 역사 깊은 대중탕까지 다양한 형태의 온천을 취향대로 골라 즐길 수 있다. 숙박 여행객은 물론 수도권 전철을 이용한 당일치기 여행객에게도 인기가 높다.
온천욕 후 즐길 거리도 풍성하다. 인근에는 전통 생활유물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온양민속박물관을 비롯해 이순신 장군의 얼이 서린 현충사, 고즈넉한 돌담길이 매력적인 외암민속마을 등이 있어 역사 문화 탐방 코스로도 제격이다.
아산시 관계자는 "온양온천은 백제 탕정성에서 시작해 조선 왕실의 사랑을 받아온 살아있는 역사"라며 "찬 바람 부는 계절, 따뜻한 온천수에 몸을 담그고 560년 전 선조들이 느꼈던 감동을 그대로 느껴보시길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