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진웅을 대하는 한국의 태도에서 전체주의 독재의 잔혹함 느껴”
2025-12-08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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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자 교수 “소년범에서 배우가 되신 분이라면 입지전적 인물”

러시아계 한국인인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 대학교 한국학과 교수가 조진웅에 대한 비판을 보며 전체주의 독재의 잔혹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8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노르웨이에는 아비드 라자라는 파키스탄계 이민2세 정치인 분이 계신다. 전에 문화부 장관도 하셨는데, 그분의 자서전을 제가 한 번 감동깊이 읽었다"고 글을 시작했다.
그는 "부모로부터 학대와 유기를 받은 바 있는 이분은, 어린 시절에 불량배들과 잘못 어울려서 길거리에서 주먹싸움 등 위법 행위를 하고, 처벌도 받고, 한 번 싸움에서 상대를 죽일 뻔한 일이 있었다고, 그 자서전에서 본인이 용기있게 밝힌다"고 소개했다.

박 교수는 "나중에 스스로 노력해서 이런 과거를 떨쳐버리고 고등학교, 대학을 나와 변호사가 되고 결국 정치에 입문해 가장 주목받는 이민자 2세 정치인이 된 것"이라며 "그가 그런 잘못된 과거를 자서전에서 밝힐 수 있는 이유는 법치에 익숙한 사회는 같은 범죄를 두 번 처벌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의 어린 시절 불량배적 행동에 대한 처벌이 이미 이뤄졌다면, 그걸로 끝"이라며 "노르웨이에서 전과도 유효기간이 있어 그 기간이 지나면 전과기록들이 취직 등에 더이상 참고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박 교수는 조진웅 사태를 직접 거론하며 "전 '소년범 출신 배우' 뉴스를 보고 바로 아비드 라자 씨가 생각났다"고 밝혔다. 그는 "저야 학교 '범생' 출신이지만, 어린 시절에 길을 잘못 들어섰다가 나중에 개과천선, 스스로를 바꾸는 힘을 발휘한 이들을 무척 존경한다"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소년범에서 배우가 되신 분이라면 입지전적 인물이 아닌가"라며 조진웅을 옹호했다. 박노자는 "정말 잘못을 뉘우치고 재발하지 않았다면, 그 잘못이 과연 평생을 망치는 '저주'가 돼야 할 이유는 있느냐"고 반문했다.
박 교수는 "전 전과자에 대한 한국 사회의 태도를 보면 정말 박정희 전체주의 독재의 잔혹함 같은 걸 느낀다"라며 조진웅을 비판하는 이들을 강하게 비판했다.
박 교수는 1973년 소련 레닌그라드(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유대계 러시아인으로 태어났다.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대학교 동방학부 조선사학과를 졸업하고, 모스크바 국립대학교 대학원에서 한국고대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1년 교환학생으로 처음 한국을 방문한 뒤 1995년 한국인 바이올리니스트 백명정과 결혼했고, 1996년 경희대학교 러시아어 전임강사로 근무했다. 2000년 노르웨이로 건너가 오슬로 대학교 동양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01년 대한민국으로 귀화했다.
그는 러시아어, 한국어, 노르웨이어, 영어, 중국어, 일본어 등 여러 언어를 구사한다. 한국 사회의 부조리를 비판한 저서 ‘당신들의 대한민국’으로 국내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한겨레신문에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그는 자신을 탈국가, 탈민족을 주장하는 아나키스트적 사회주의자이자 평화주의자라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