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 수색·폭발물 탐지 현장에서 ‘셰퍼드’가 자주 보이는 이유

왜 수많은 견종 중 경찰은 유독 셰퍼드를 선택할까. 현장에는 다양한 개들이 투입되지만, 폭발물 탐지나 실종자 수색, 범인 추적 임무의 선두에는 언제나 저먼 셰퍼드(German Shepherd)가 있다. 뉴스 속에서, 영화 속에서, 그리고 실제 수사 현장에서도 가장 자주 등장하는 견종이다.

셰퍼드가 경찰견으로 쓰이는 이유는 단순히 크고 힘이 센 이유가 아니다. 셰퍼드는 높은 지능과 침착한 성격, 강한 체력, 그리고 사람과의 신뢰를 동시에 갖춘 몇 안 되는 견종이다. 이 개는 명령을 이해하고 상황을 스스로 판단해 움직이며 사람의 한계를 대신 메워주는 경찰의 가장 오래된 동료로 자리 잡았다.

◈ 본래 ‘일을 위해 태어난’ 개

저먼 셰퍼드는 19세기 독일에서 목양견으로 개량된 견종이다. 양을 몰고 지키던 본능이 남아 있어 명령을 빠르게 이해하고, 복잡한 상황에서도 스스로 판단해 움직일 수 있다. 경찰견으로서 중요한 것은 단순한 복종이 아니라 ‘판단 후 행동’인데, 셰퍼드는 이 능력이 탁월하다. 체력도 뛰어나 장시간 수색이나 폭발물 탐지 활동을 버틸 수 있고, 돌발 상황에도 침착함을 유지한다.

훈련 적응력 역시 경찰견 중 최고 수준이다. 공이나 장난감으로 보상을 주는 방식의 반복 훈련에도 쉽게 지루해하지 않으며, 훈련을 놀이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강하다. 목표물을 찾으면 즉시 보상이 주어진다는 인식이 명확해 임무 수행의 집중력이 오래 유지된다. 여기에 강한 근육과 유연한 관절 덕분에 장애물 돌파나 험지 수색에서도 안정적인 움직임을 보여준다.

국내에서는 1973년 처음으로 13마리의 ‘수사견’이 도입된 이후, 현재는 전국 18개 시도경찰청 특공대와 인천국제공항경찰단 등에서 200마리가 넘는 경찰견이 활동 중이다. 이들은 폭발물 탐지, 마약 수사, 실종자 수색, 체취 추적, 전자기기 탐지 등 임무별로 나뉘어 국민의 안전을 지키고 있다. 특히 전자기기탐지견은 디지털 성범죄에 활용되는 USB나 SD카드 등을 냄새로 찾아내며, 최근에는 심리치유를 담당하는 ‘테라피독(Therapy Dog)’도 운영되고 있다.

◈ 실전에서 입증된 ‘현장의 파트너’

경찰견으로 선발된 셰퍼드는 대전 유성의 경찰견종합훈련센터에서 16주간의 교육을 받는다. 환경 적응과 친화 훈련부터 폭발물 탐지, 마약 탐지, 수색 등 세부 훈련까지 단계별로 이수해야 하며, 최종 평가에서 일정 점수 이상을 받아야 실전에 투입된다. 이렇게 훈련을 마친 셰퍼드는 각 지역 특공대나 공항 대테러기동대에 배치돼 실제 현장에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셰퍼드는 사람보다 최대 100만 배 이상 예민한 후각을 지녀 수 km 밖의 체취도 구별할 수 있다. 실제로 굵직한 수색 현장에서 가장 먼저 단서를 찾아낸 것도 셰퍼드였다. 폭발물 탐지와 실종자 수색은 물론, 대규모 행사나 테러 대비 현장에서도 빠지지 않는 존재다.

현재 국내 경찰견의 대부분은 저먼 셰퍼드(독일), 벨지언 셰퍼드 말리노이즈(벨기에), 리트리버(캐나다) 등 외국 견종이 주를 이루지만, 경찰은 최근 진돗개를 경찰견으로 양성하는 시도를 다시 시작했다. 진도군과 협력해 진행 중인 이 사업은 한국형 경찰견을 육성하려는 장기 프로젝트로, 높은 지능과 체력을 지닌 토종견의 가능성을 시험 중이다.

경찰견은 평균 7~8년간 근무한 뒤 은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은퇴 후에는 함께 일했던 핸들러의 반려견으로 입양되는 경우가 많으며 전북 임실 오수펫추모공원에는 경찰견 묘역이 별도로 마련돼 있다. 그만큼 경찰에게 셰퍼드는 생사의 현장을 함께 누비는 진정한 ‘동료’로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