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희소한데…무려 2년 만에 재개방한다는 거대한 '국내 희귀 동굴'

2025-12-10 11:04

add remove print link

3월 말이나 4월 초경 재개방 예정

제주의 지하 깊숙이 숨겨진 장대한 용암의 길이 다시 깨어날 준비를 하고 있다. 그동안 굳게 닫혀 있던 만장굴이 보수 작업을 마치고 내년 봄 다시 문을 열 전망이다. 자연이 빚어낸 고요한 암흑의 세계가 2년여 만에 사람들의 발걸음을 다시 맞이하며, 세계자연유산의 위용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만장굴을 탐방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담긴 자료사진. / 뉴스1
만장굴을 탐방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담긴 자료사진. / 뉴스1
제주도 세계유산본부는 제주시 구좌읍 만장굴 내 탐방로 환경개선 사업 공사를 내년 2월 말경 끝내고 이후 한 달간 최종 점검해 3월 말이나 4월 초경 탐방로를 재개방할 예정이라고 10일 밝혔다.
낙석으로 파손된 만장굴 탐방로 난간 모습의 자료사진. / 뉴스1
낙석으로 파손된 만장굴 탐방로 난간 모습의 자료사진. / 뉴스1

만장굴은 2023년 12월 입구 상단에서 낙석이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출입이 전면 통제됐다. 당시 탐방로 입구 약 5m 높이에서 지름 70cm 규모의 돌이 떨어져 일부 시설물이 손상됐고, 이에 국가유산청과 제주도는 낙석 원인 조사와 추가 낙석 위험이 없도록 조치했다.

이후 지난해부터 탐방로 1km 구간에 데크를 새로 설치하고 주변 조명을 교체하는 등 탐방로 환경 개선 공사가 이어져 왔다.

만장굴은 거문오름에서 분출한 용암이 흐르며 형성된 동굴로, 내부에 모래언덕 지형이 자리하고 있어 석회동굴에서 보이는 종유석과 유사한 생성물이 나타나는 독특한 자연유산이다. 용암동굴 내부에 석회동굴의 종유석 등과 비슷한 생성물이 있는 것은 세계적으로도 드물다.

또한 이곳은 유네스코 세계유산과 세계지질공원,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으며 평소 연간 50만 명 안팎의 관람객이 찾는 대표 관광지이기도 하다.

만장구 구간 입구 자료사진. / 뉴스1
만장구 구간 입구 자료사진. / 뉴스1
만장굴을 탐험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담긴 자료사진. / 뉴스1
만장굴을 탐험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담긴 자료사진. / 뉴스1

만장굴은 1946년 지역 교사 부종휴와 학생 탐험대가 발견한 역사적 일화로도 유명하다.

재개방을 앞둔 이번 정비 사업이 마무리되면, 탐방로 안정성 확보와 환경 개선을 거친 만장굴이 다시 관람객들에게 공개될 전망이다.

◐ 땅 속에 숨은 자연 기록, 동굴에 대해 알아보자!

동굴은 땅속에서 자연적으로 생겨난 빈 공간으로, 오랜 시간 동안 다양한 지질 작용이 반복되면서 만들어진다. 비가 스며들어 바위를 깎아내리거나, 화산에서 흘러나온 용암이 지나가며 길을 남기는 등 형성 과정은 지역과 환경에 따라 서로 다르다.

가장 흔히 알려진 동굴 유형은 석회암 지대에서 만들어지는 석회동굴이다. 석회암은 물에 잘 녹는 성질을 가지고 있어 빗물이나 지하수가 흘러들며 틈을 넓히고, 시간이 지나면 사람이 들어갈 만큼 큰 공간이 생긴다. 동굴 천장과 바닥에 자라는 종유석·석순 같은 광물 구조물이 한 방울씩 떨어지는 물 속 성분이 쌓여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석회동굴은 긴 시간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어 자연 조형물로서 가치가 높다.

우리나라 제주도처럼 화산 활동이 있었던 지역에서는 용암동굴이 발견된다. 뜨거운 용암이 흘러가다가 표면부터 식고, 내부의 용암이 빠져나가면서 기다란 통로가 남는 방식이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는 이러한 용암동굴이 지구 내부의 움직임과 과거 화산 활동을 보여주는 중요한 지질 유산이라고 평가한다.

동굴은 어두운 환경과 일정한 온도 때문에 독특한 생태계를 형성하기도 한다. 동굴 속 생물들이 빛이 없는 환경에 적응해 시력이 약해지거나 색소가 줄어드는 등 특이한 모습을 보일 수 있다. 이런 생태는 동굴에서만 볼 수 있어 연구 가치가 높다.

지질학적으로도 동굴은 중요한 연구 자료다. 동굴 안에서 자라는 광물층이나 퇴적물은 과거의 기후 변화를 기록하는 자연 기록물과 같다. 동굴 생성물 속 동위원소를 분석하면 과거 기후가 어떻게 변해왔는지 알 수 있다.

국내에는 크고 작은 동굴이 수백 곳 존재하며, 일부는 자연 보호를 위해 출입이 제한되고 일부는 탐방객에게 개방된다. 동굴이 지형과 생태 보전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만큼 관리와 보호가 필요하다.

home 김현정 기자 hzun9@wikitree.co.kr

NewsCh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