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인간’ 아이들에게 이름과 권리를~광주시 광산구, 전국 최초 ‘미등록 이주아동’ 보호 조례 ‘눈앞’

2025-12-10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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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신청 없어도 구청장이 직권으로 신분 확인…의료·복지 사각지대 없앤다

[위키트리 광주전남취재본부 노해섭 기자]태어났지만 서류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아이들, 아파도 병원에 갈 수 없고 위험에 처해도 도움을 청할 수 없는 ‘투명인간’. 이처럼 법의 사각지대에 방치된 ‘미등록 이주배경 아동’들에게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한 전국 최초의 의미 있는 첫걸음이 광주 광산구에서 시작됐다.

박미옥 광주시 광산구의원
박미옥 광주시 광산구의원

더불어민주당 박미옥 광주시 광산구의원이 대표 발의한 ‘광산구 미등록 이주배경 아동 발굴 및 지원 조례안’이 지난 9일, 소관 상임위원회를 통과하며 제도화의 9부 능선을 넘었다.

#전국 2만여 명 추정…‘존재하지 않는’ 아이들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국내에 체류하는 19세 미만 미등록 이주배경 아동은 약 6천여 명. 하지만 통계에 잡히지 않는 아이들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2만 명을 훌쩍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아이들은 체류 자격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출생신고조차 하지 못해, 교육, 의료, 복지 등 가장 기본적인 사회 안전망에서조차 철저히 소외되어 왔다.

외국인 주민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광산구 역시 이러한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이에 박미옥 의원은 지난달, 아동 인권단체와 이주민 대표, 전문가들과의 간담회를 통해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실질적인 보호 장치를 마련하기 위해 이번 조례안을 준비했다.

#‘숨은 아이’ 찾아내고, ‘공적 확인’으로 권리 보장

이번 조례안의 핵심은, 행정이 ‘숨어있는 아이들’을 선제적으로 발굴하고, 이들에게 최소한의 사회적 신분을 부여하는 ‘공적 확인’ 절차를 마련했다는 데 있다.

특히, 가장 주목할 만한 대목은 부모가 불법체류 신분 노출 등을 두려워해 신청을 꺼리는 경우에도, 구청장이 직권으로 공적 확인을 해줄 수 있도록 길을 열었다는 점이다. 이는 행정이 소극적인 지원에 머무르지 않고, 아이들의 인권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담고 있다.

이 ‘공적 확인증’이 발급되면, 아이들은 아플 때 병원에 가고, 위급할 때 긴급 복지 서비스를 받는 등 최소한의 사회적 보호를 받을 수 있게 된다.

박미옥 의원은 “국적과 체류 자격을 떠나, 모든 아동은 이 땅에서 차별받지 않고 건강하게 성장할 기본적 권리가 있다”며 “이번 조례가 법의 그늘에 가려져 있던 아이들의 손을 잡아주는 따뜻한 첫걸음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번 조례안이 본회의를 최종 통과하면, 광산구는 전국에서 가장 먼저 미등록 이주아동의 인권을 포용하는 선도적인 도시로 기록될 전망이다.

home 노해섭 기자 nogary@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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