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쩔수가없다 2위…이동진이 뽑은 '올해의 한국영화 1위'는 바로 이것

2025-12-13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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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진이 선정한 2025 한국영화 베스트 10 공개
박찬욱·윤가은 감독 신작, 올해 최고의 작품으로 평가

이동진 영화평론가가 유튜브 채널 'btv 이동진의 파이아키아'를 통해 올해의 한국영화 베스트 10을 발표했다.

2위를 차지한 '어쩔수가없다' 스틸컷 / CJ 엔터테인먼트 무비
2위를 차지한 '어쩔수가없다' 스틸컷 / CJ 엔터테인먼트 무비

이 평론가는 종합적으로 올해는 제작되는 영화 편수도 적고 뛰어난 작품도 상대적으로 적었던 한 해였지만, 하반기로 오면서 좋은 작품들이 많이 나와 다행이라고 설명했다. 대상 영화는 2025년 12월 9일부터 2025년 12월 14일까지 개봉한 작품들이다.

10위 '여름이 지나가면'

'여름이 지나가면' / 엣나인필름
'여름이 지나가면' / 엣나인필름

10위는 장병기 감독의 장편 데뷔작 '여름이 지나가면'이 차지했다. 영화는 초등학교 6학년 소년이 농어촌 전형을 위해 소도시로 이사를 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적당히 유복한 집안의 소년이 반 친구와 그의 형이라는 두 형제를 만나면서 겪는 여름의 경험을 그렸다.

이동진은 "두 세계가 만나게 된 접점에서 벌어진 일들을 명확한 비판적 의식보다는 그때 그 감정은 무엇이었을까를 곱씹는다"고 평했다.

이어 그는 "여름이 지나가면 주인공에게는 일탈이었지만 그 아이들은 계속 그 여름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는 점을 영화가 담아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이들의 연기뿐 아니라 어른들의 연기도 인상적이었으며, 미묘하고 설명하기 어려운 어린이의 감정을 잘 포착해낸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9위 '얼굴'

'얼굴' / 플러스엠
'얼굴' / 플러스엠

9위는 박정민 배우의 1인 2역 연기가 돋보이는 연상호 감독의 '얼굴'이다. 영화는 1970년대 청계천 피복공장을 무대로 모두가 하대하고 착취했던 한 여성의 삶을 40년 후 아들이 추적하는 구조다.

이 평론가는 이 영화를 두 가지 측면에서 설명했다. 그는 "첫째, 도장을 파는 시각장애인 남자가 아름다움에 집착하지만 정작 아내의 얼굴을 볼 수 없는 아이러니를 다뤘다"며, "둘째, 한국 역사에 대한 알레고리로 1970년대 고속성장 과정에서 모두가 외면하거나 착취한 것들을 그 여성으로 압축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빨리 성장하려고 하면서 살펴야 했던 많은 것들을 놓치고 착취하고 희생시킨 과정을 보여준다"며 "우리가 밟아온 과정 속에서 밟아버린 것, 못 본 것, 착취한 것들의 민낯을 영화가 마침내 제시한다"고 평했다.

8위 '계시록'

'계시록' / 넷플릭스
'계시록' / 넷플릭스

8위는 연상호 감독의 또 다른 영화 '계시록'이다. 이 평론가는 연상호 감독에 대해 "양적인 재능도 분명히 있다"며 "꾸준히 계속 일정한 의미를 갖거나 완성도 있는 작품들을 만들어내는 에너지가 대단하다"고 평했다. 할리우드의 M. 나이트 샤말란 감독과 비슷하다고도 했다.

'계시록'은 믿음에 관해 탐구하는 작품으로, 아포페니아라는 심리적 현상을 다뤘다. 아포페니아란 의도를 가지거나 다르게 보려고 하면 아무 의미 없는 것이 의미가 담긴 시각적 이미지로 보이는 현상이다.

영화는 한 소녀가 실종돼 위태로운 상황에 처했을 때 이를 추적하는 경찰, 교회 목사, 범인 세 사람을 주인공으로 삼았다. 이 평론가는 "견딜 수 없는 현실의 위기를 견디기 위해 필사적으로 의미를 찾아야 하는데 의미가 발견되지 않으니까 스스로 만들어내기도 하는 것"을 다뤘다고 설명했다.

후반부 5분간의 롱테이크로 세 사람이 싸우는 장면에서 "사실은 자기 자신과 싸우고 있다"고 평했다.

7위 '3학년 2학기'

'3학년 2학기' / 작업장 봄
'3학년 2학기' / 작업장 봄

7위는 이란희 감독의 '3학년 2학기'가 차지했다. 이란희 감독은 장편 데뷔작 '휴가'에 이어 두 번째 영화로 이 작품을 만들었다.

이 평론가는 "진짜 노동 영화라고 말할 수 있구나 이런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영화는 특성화고등학교 3학년 2학기 학생들이 공장에서 실습을 하면서 새로 어른이 되고 새로 노동자가 되는 아이의 처음 노동을 다뤘다.

이 평론가는 "노동 현장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노동 환경은 어떤 건지, 실제적으로 어떤 노동을 하는지, 중간에 쉴 때는 어떤 음식을 먹는지, 어떤 잡담을 나누는지, 어떤 꿈을 꾸는지를 영화가 너무 잘 보여줬다"고 평했다. 영화가 알려주는 영상 같아서 관객도 가서 옆에서 도움이라도 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장면마다 생생하게 음각돼 있는 노동 영화의 살과 뼈"라는 말과 함께 "모든 문제를 특정한 한두 사람의 빌런으로 치부하지 않고, 어떻게 보면 빌런이 없다고 볼 수 있다"며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사회 시스템 자체가 빌런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6위 '다른 것으로 알려질 뿐이지'

'다른 것으로 알려질 뿐이지' / 영화로운형제
'다른 것으로 알려질 뿐이지' / 영화로운형제

6위는 조이영 감독의 '다른 것으로 알려질 뿐이지'다. 이 평론가는 "굉장히 모던한 영화, 어떻게 보면 실험적인 영화"라며 "올 한 해 수확이라고 생각한다"고 평했다.

제목은 영화 종반부에 등장하는 설치 미술 작품의 제목이기도 하다. 한 여성이 원래 벽에 거는 작품으로 만들었는데 운반 과정에서 떨어뜨려 산산조각이 났고, 이를 바닥에 전시하며 '다른 것으로 알려질 뿐이지'라는 제목을 붙였다.

영화는 미술계를 중심으로 한 남자를 기준으로 현재 사귀는 여자, 과거에 사귀다 헤어진 여자, 짝사랑하는 여자 세 명의 이야기를 다뤘다.

이 평론가는 "특이한 점은 중심이 돼야 할 남자가 영화에서 대부분 뒤통수만 나오거나 안 나오거나 한다는 것"이라며, "관계에서 중심을 이루고 있는 중심이 뻥하고 구멍이 뚫려 있는 서사"라고 설명했다.

또한 "내가 이러저러한 사람이라고 주장하지만 사실은 다른 사람들에게는 다른 것으로 알려질 뿐"이며 "관계에 대한 생각을 형식적, 미학적 아이디어로 만들어낸 인상적인 작품"이라고 평했다.

5위 '그 자연이 내게 뭐라고 하니'

'그 자연이 내게 뭐라고 하니' / 영화제작전원사, 콘텐츠판다
'그 자연이 내게 뭐라고 하니' / 영화제작전원사, 콘텐츠판다

5위는 홍상수 감독의 '그 자연이 내게 뭐라고 하니'가 차지했다. 이 평론가는 "해마다 베스트에 홍상수 감독 영화가 안 끼는 적은 없다"며 "최근 5년 동안 계속 작품이 나왔다"고 칭찬했다.

이어 "양적인 부분에서 에너지를 겨룰 수 있는 사람이 연상호 감독과 홍상수 감독 두 분"이라고 평했다.

영화는 몇 년간 사귀던 남자가 여자 친구를 서울 교외 지역 집까지 바래다주면서 그날따라 집안까지 들어가게 되고, 몇 년간 사귀면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여친의 가족들을 만나 1박 2일을 보내는 이야기다.

이 평론가는 "홍상수 감독 영화에서 자연은 보통 인간사에서 벗어나 시원해지거나 선뜰해지는 느낌을 주는데, 이 영화에서의 자연은 그 자체로 자연이라기보다는 집의 일부인 자연"이라고 설명했다.

교외 지역의 좋은 집이 뒷산을 정원처럼 쓰고 있는 상황에서 "굉장히 좋은 집과 관련을 맺은 좋은 자연"이라는 것이다.

영화는 남자가 그 집과 자연으로부터 도망치듯 배제되는 식으로 끝나는데, 주인공 남자의 이름이 동화지만 "끝내 동화되지 않았다"고 평했다.

4위 '바얌섬'

'바얌섬' / 필름다빈
'바얌섬' / 필름다빈

4위는 김유민 감독의 '바얌섬'이다. 이 평론가는 "이런 영화를 내가 본 적이 있나"라며 "골때리는 영화, 도깨비 방망이로 만든 영화 같다"고 표현했다.

그는 "이런 한국 영화를 본 적도 없고 한국 바깥에서도 이런 비슷한 영화를 본 적이 있나 싶을 정도로 굉장히 놀라운 독창적이면서도 이 영화만의 리듬을 체득한 영화"라고 평했다.

영화는 조선시대 임진왜란 때 수군으로 활약했던 서로 모르는 세 남자가 격침을 당하거나 풍랑 때문에 조난을 당해 무인도로 흘러나오게 되는 이야기다. 연령대도 다르고 서로 만난 적도 없는 이들이 무인도에서 만나게 된다.

이 평론가는 "'캐스터 어웨이' 같은 영화구나 싶은데 보다 보면 얘네들은 나올 생각이 없는 거야 싶고, 거기에 무슨 주술이 걸려서 사로잡혀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밑도 끝도 없는 만담을 주고받다 보면 코미디야 싶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영화 후반부로 가면서 점점 처연해지는 데에 대해서는 "죽을 뻔했던 세 남자가 살아가는 생존의 공간처럼 보였던 곳이 어떻게 보면 죽음의 공간처럼 보이기도 하고, 바람섬이라는 섬 자체가 삶과 죽음 사이의 어떤 지점처럼 보이기도 한다"고 평했다.

"전혀 기대하지 않고 봤는데 정말 깜짝 놀랐던 작품"이라고 덧붙였다.

3위 '굿뉴스'

'굿뉴스' / 넷플릭스
'굿뉴스' / 넷플릭스

3위는 변성현 감독의 블랙 코미디 영화 '굿뉴스'가 차지했다. 이 평론가는 "이런 영화가 나오기를 애타게 기다렸다"며 "한국 영화계에서 정말 눈 씻고 찾아봐야 찾아보기가 거의 어려웠을 것 같은 쪽의 재능이라는 측면에서 정말 뼈작 빛나는 측면이 있다"고 극찬했다.

영화의 종합적 평에 대해 그는 "블랙코미디라는 장르 속에서 1970년대에 있었던 실제 사건들을 어떤 면에서는 고증에 충실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그것을 전방위적으로 조롱하거나 비판하거나 우회해서 적시하면서 만들어낸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올해 3위라고 했지만 만약 1위라고 해도 충분히 납득이 된다"며 "3위라고 하기가 약간 미안해질 정도로 아주 뛰어난 완성도를 보였다"고 말했다.

2위 '어쩔수가없다'

'어쩔수가없다' / CJ 엔터테인먼트 무비
'어쩔수가없다' / CJ 엔터테인먼트 무비

2위는 박찬욱 감독의 '어쩔수가없다'가 차지했다. 이 평론가는 "워낙 말 많고 탈 많고 좋아하는 사람도 많고 비판적인 견해를 보이는 사람도 많지만, 올해 한국 영화 중 가장 빛나는 성과 중 하나라는 건 의심할 필요가 없다"고 평했다.

이어 그는 "몇 해 전 '올드보이'를 다시 봤을 때 '와 이 영화가 너무 젊은 영화였구나' 생각했는데, '어쩔수가없다'를 보면서 약간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영화 자체가 어떤 것을 구사할 수 있는데 이 영화는 하는 쪽으로 선택을 굉장히 많이 했고, 그게 우리를 굉장히 간담서늘하게 하는 영화"라고 평했다.

이 평론가는 박찬욱 감독 영화를 보는 가장 흥미로운 지점으로 '바늘땀'을 꼽았다.

바늘땀에 대해 그는 "쇼트와 쇼트들, 장면과 장면들 사이를 신기에 가까운 바늘땀으로 연결하는 방식"이라며, "영화 한 편의 전체를 거시적으로 보면서도 하나하나의 세세한 부분들이 굉장히 밀도 높은 디테일로 만들어져 장면 장면을 봐도 즐겁고 구조적인 측면에서 봐서도 흥분되는 좋은 영화"라고 평했다.

1위 '세계의 주인'

'세계의 주인' / 바른손이앤에이
'세계의 주인' / 바른손이앤에이

1위는 윤가은 감독의 '세계의 주인'이 차지했다. 이 평론가는 "올해는 세 편이 굉장히 뛰어난 작품이었지만 1위로 꼽아야 한다면 '세계의 주인'"이라고 밝혔다.

덧붙여 "영화 자체가 뛰어난 완성도로 만들어졌고, 거기에 더해 너무 응원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윤가은 감독의 영화 '우리들', '우리 집', '세계의 주인' 세 편을 보고 나면 '이분은 진짜 영화 감독으로서 지지할 뿐만 아니라 안심해도 되겠구나'라는 이상한 마음이 든다"고 평했다.

그러면서 "만든 사람조차도 그 인물을 다 안다고 전제하지 않는 것 같고, 본인이 만든 이야기고 설정에도 불구하고 본인이 다 모른다고 전제하는 것 같다"며 감독의 태도를 높이 평가했다.

이 평론가는 "윤가은 감독 영화들은 다 제목을 '우리들'이라고 해도 된다"고 말했다. 그는 "10대 초반, 중반 아이들의 세계를 집중적으로 다루지만 이 아이들이 미성숙한 아이들이 아니고 다만 그 연령대 있을 뿐이지 그 안에서 평범한 아이들이 자기만의 일들을 치러내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또한 "저 아이들은 곧 우리이기도 하다"며 세 편의 영화를 관통하는 부분이 있다"고 평했다.

마지막 보이스 오버를 처리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훌륭했고, 예약적으로도 뛰어나며 윤리적으로도 충분히 신뢰감을 준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들어본 적 없는 소재는 아니지만 이럴 정도의 생생함과 깊은 사유와 판단, 그리고 감독으로서의 재능이 합쳐져서 만들어낸 역작"이라고 평가를 마무리했다.

유튜브, B TV 이동진의 파이아키아
home 유민재 기자 toto7429@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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