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아빠, 그리고 짝꿍"~호남대 '글로벌 깐부', 국경 넘은 가족을 만들다

2025-12-14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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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 멘토링 넘어 '정서·학업·리더십'까지…외로운 유학생과 움츠렸던 한국 학생, 서로의 세상이 되어주다

[위키트리 광주전남취재본부 노해섭 기자] 낯선 땅, 낯선 언어, 낯선 사람들. 유학 생활의 설렘도 잠시, 외로움과 막막함이 밀려올 때, 누군가 "내가 네 엄마, 아빠가 되어줄게"라며 손을 내밀어 준다면 어떨까.

호남대학교 캠퍼스에서 국경과 언어의 벽을 허무는 아주 특별한 '가족 만들기' 프로젝트, '글로벌 깐부'가 잔잔한 감동을 일으키며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단순한 '도우미'를 넘어, '가족'이 되다

호남대의 '글로벌 깐부'는 기존의 멘토링 프로그램과는 결이 다르다. 단순한 학교생활 도우미를 넘어, 유학생들의 삶 전체를 끌어안는 세 겹의 든든한 울타리를 쳐준다. ▲교수님과 한국인 친구가 '엄마, 아빠, 짝꿍'이 되어주는 정서적 지지 프로그램 '파마(PaMa)', ▲어려운 전공 공부를 함께 해결해나가는 학습 공동체 '하이하이(Hi! High!)', ▲지역의 다문화 학생들과 함께 봉사하며 리더십을 키우는 '끼리끼리'가 바로 그것이다.

#"도와주러 갔다가, 오히려 제가 세상을 얻었어요"

이번 2학기, 총 20개 팀 119명의 '깐부'들은 서로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파마' 프로그램에 참여한 나연수 학생(항공서비스학과)은 "처음엔 유학생 친구를 도와줘야겠다는 단순한 생각으로 시작했어요. 그런데 그 친구들을 만나고 그들의 문화를 배우면서, 제가 세상을 보는 눈이 얼마나 좁았는지 깨달았죠. 오히려 제가 더 많이 배우고 성장한 기분이에요"라며 뿌듯함을 감추지 못했다. 도움은 일방적인 것이 아니라, 서로의 세상을 넓혀주는 교감임을 깨달은 것이다.

#공부는 '연결'의 또 다른 이름

어려운 전공 용어와 씨름하던 중국 유학생 리후이잉(패션디자인학과)에게 '하이하이' 튜터링은 구세주와 같았다. "혼자서는 이해하기 어려웠던 전공 내용을 한국인 친구, 교수님과 함께 공부하며 비로소 제대로 알게 됐어요.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가 '공부'라는 끈을 통해 하나로 연결되는 신기하고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베트남 유학생 웬팜흐엉투이(글로벌한국어교육학과)는 '끼리끼리' 활동을 통해 새로운 꿈을 찾았다. "지역의 다문화 아이들을 만나 멘토링을 하면서, 저 역시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꿈이 생겼어요."

#'깐부'에서 '글로벌 리더'로

지난 12일 열린 총평회는 이처럼 한 학기 동안 서로의 삶에 깊숙이 스며들었던 '깐부'들의 성장 보고서였다. 호남대는 이 소중한 경험들이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도록, 내년에는 프로그램을 더욱 내실화하여 더 많은 '글로벌 깐부'를 탄생시킬 계획이다. 국경을 넘어 서로의 '깐부'가 되어준 이들이, 미래에 어떤 글로벌 리더로 성장하게 될지 기대가 모아진다.

home 노해섭 기자 nogary@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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