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무슨 일이... 오죽하면 대통령한테까지 욕먹는 '서울 대표 관광지'
2025-12-16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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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랜드마크 63년 독점의 그림자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전 세계를 강타하며 남산이 다시 뜨겁다. 올해 7월 남산타워 외국인 방문객은 5만2580명. 1월(1만5251명)과 견줘 244.8%나 급증한 수치다. 하지만 남산을 찾은 관광객들 사이에서는 긴 대기시간과 낡은 시설에 대한 불만이 끊이지 않는다. 급기야 대통령까지 나서 남산케이블카 문제를 지적하는 일이 벌어졌다. 서울을 대표하는 관광 명소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남산케이블카는 1962년 5월 개통한 국내 최초의 여객용 케이블카다. 63년간 서울의 하늘길을 책임져온 이 케이블카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한 가족기업의 독점 운영 구조와 이로 인한 서비스 품질 논란 때문이다.
케이블카는 총 2대만 운행된다. 왕복식 구조로 605m 구간을 오가며 한 대당 48명을 수용한다. 편도 3분이면 남산 정상에 닿지만, 성수기 대기 시간은 그보다 훨씬 길다. 왕복 요금은 1만5000원. 1962년 개통 당시의 낭만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지만 급증하는 관광객을 감당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명동역에서 케이블카 탑승장까지는 도보로 10분가량 언덕길을 올라야 한다. 대안으로 '남산오르미'라는 경사형 엘리베이터가 있지만, 이마저도 3분 거리다. 접근성 면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는 이유다. 한 외국인 관광객은 인터뷰에서 "명동역에서 15분을 올라가야 하고 요금도 비싸다"고 말했다.
한국삭도공업이 1961년 5·16 군사쿠데타 3개월 후 정부로부터 받은 케이블카 사업 면허에는 종료 기한이 없다. 63년이 지난 지금까지 설립자의 자손과 일가친척이 지분 100%를 보유한 채 운영 중이다. 2023년 기준 매출은 195억원. 이 중 국유지 사용료로 낸 금액은 약 1억원에 불과하다. 케이블카 부지 6593㎡ 중 5272㎡가 국유지임에도 이렇게 황당한 일이 벌어진다.
서울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지난해부터 '남산 곤돌라' 사업을 추진했다. 명동역에서 200m 떨어진 예장공원에서 남산 정상까지 804m를 5분 만에 연결하는 최신식 곤돌라다. 10인승 캐빈 25대로 시간당 1800명을 수송할 수 있다. 요금도 1만원으로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책정됐다. 하지만 한국삭도공업이 집행정지 신청을 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공사가 1년째 중단된 상태다. 오는 19일 선고공판에서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정치권도 움직였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전날 궤도운송법 개정안을 소위원회에서 통과시켰다. 이 개정안은 궤도사업 허가 유효기간을 20년으로 제한하고, 기한이 지나면 재허가를 받도록 했다. 법 시행 후 2년 이내에 재허가를 받지 않으면 효력이 상실된다. 연내 또는 내년 상반기 본회의 통과가 유력하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남산케이블카를 대표적인 특혜 이권 사례로 지목하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 대통령은 "60년 동안 땅 짚고 헤엄치기를 하고 있다"며 "행정 작용을 할 때 국민 누구를 골라서 특혜를 주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모든 사람에게 기회를 안 주고 특정인에게 기회를 주기 때문에 엄청난 특혜가 된다"며 "특혜로 여겨질 정도로 이익을 주면 특정 개인이 아닌 국민 다수 모두에게 나눠주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버스 면허와 면세점도 같은 맥락에서 언급하며 "이게 다 부패의 원인"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공무원 자리 차지하면 엿 바꿔 먹을 수 있으니까"라며 "인가, 허가, 면허 등 국가 권능을 이용해 특정 소수에게 특혜가 발생하는 것은 각 부처에서 특별한 고려를 해달라"고 당부했다.
대통령실도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강훈식 비서실장은 최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케이팝 데몬 헌터스’ 인기로 관광객이 급증했지만 서비스 품질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며 "문제의 뿌리는 1961년 특혜성 사업 면허가 60년 넘게 유지된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어 "연간 수백억 원의 매출을 보장하는 독점적 영업권을 누리면서도 국유재산 사용료가 시세에 맞게 부과되지 않는 것은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데 동의한다. 국민 상식으로 이해하기 힘든 독점구조인 만큼 법을 고쳐 재허가 체계를 만들거나 경쟁체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시는 남산 곤돌라가 완공되면 연간 방문객이 기존 129만명에서 347만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명동에서 남산까지의 접근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되고, 저렴한 요금으로 더 많은 관광객을 수용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수익금은 남산 생태계 복원 등 공공 목적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 덕분에 남산이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63년 전 시스템으로는 현재의 관광 수준을 충족하기 어렵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파리의 에펠탑 엘리베이터를 공기업이 운영하듯 남산 케이블카도 공공성을 회복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법 개정과 남산 곤돌라 사업 추진으로 트인 변화의 물꼬가 어떤 결실을 맺을지에 국민 관심이 쏠리고 있다.